사라진 소리 잊혀가는 소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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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을 끄고 자리에 눕자 어디선가 소쩍새 우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울음소리는 어린 날 듣던 전설 같은 소리였다. 누구는 소쩍새 울음소리를 ‘소쩍소쩍’이라고 말하고, 누구는 ‘소쩍다 소쩍다’라고 말한다. 옛날,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며느리에게 밥을 주지 않으려고 아주 작은 솥을 내주어 밥을 하게 하였다고 한다. 결국 며느리는 굶어 죽고, 불쌍한 영혼은 새가 되어 ‘솥적다. 솥적다’라며 울었다고 한다. 소쩍새 울음소리는 짝을 잃고 짝을 부르는 듯 구슬프기도 하고, 외로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은 정겨움이 묻어나 우리의 정서와도 잘 어울리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소쩍새 울음소리로 그해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 소쩍새가 ‘소쩍소쩍’ 울면 흉년이 들고, ‘솥적다. 솥적다’ 울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 풍년이 들었으니 큰 솥을 마련하라는 뜻으로 ‘솥적다’고 소쩍새는 울었다는 것이다. 내장산을 등에 진 움막 같은 집의 밤은 그렇게 옛이야기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소쩍새 울음소리에 뒤척이다가 맞은 것은 새벽이었다. 이제 닭이 울겠지! 기다렸으나 장지문이 밝도록 닭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계가 흔치 않았던 예전에는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보고 시각을 짐작했다. 하지만 밤에 시각을 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달이나 별을 보고 시각을 짐작했을 뿐, 닭이 울면 그때서야 시각을 짐작했다. 첫닭이 울기 전에 아기를 낳으면 ‘축시丑時(1시~3시)’ 또는 첫닭이 울고 태어나면 ‘인시寅時(3시~5시)’라며 아기가 태어난 시각을 짐작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지지배배~ 지지배배~’ 울던 제비 울음소리는 쳥냥하다. 어디 그뿐인가? 하늘 높이 떠, 봄이 왔음을 알리는 종달새 소리는 봄꽃들에게 얼른 피라는 재촉이었다. 초여름을 알리는 새는 뻐꾸기다. 주로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아 탁란을 하므로 ‘얌체 조’로 불리지만 마을 근처 숲속에서 ‘뻐꾹~ 뻐꾹~’ 울 때면 가엽기도 하다. 뻐꾸기와 더불어 초여름이 제 철인 뜸부기는 모내기를 마치고 들판이 온통 파랗게 물들 무렵이면 논 한 모퉁이에서 ‘뜸뜸! 뜸북!’ 짧고 힘차게 울어댄다. 그런 뜸부기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더위가 막바지로 치달은 여름날, 나뭇가지에 붙어 우는 매미는 끓어대는 날씨에도 ‘맴맴 매에 엠~’ 한낮에도 등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신나는 계절이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몸을 흔드는 소리는 가만히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 밤이 되면 댓돌 아래에서 귀뚜라미가 ‘귀뚤~귀뚤~’울면 왠지 귀속이 근질거리며 밤은 깊어간다. 싸락눈 내리는 소리 ‘싸락~싸락~’들리는 겨울밤에 그리운 것은 골목을 울리고 가는 ‘짭싸알~ 떠억~’ 찹쌀떡 장수의 삶에 지친 목소리는 허공 멀리멀리 퍼져나가면 목구멍에서는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가슴 깊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뒤꼍 대나무밭에는 함박눈을 뒤집어쓴 부엉이 울음소리 ‘부엉~ 부엉!’ 겨울밤이 음산하다. 인간에게는 동물과 달리 감정이 있다. 감정이 메말라가는 요소 중에는 예전에 흔히 들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나 정겨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데 기인하기도 한다. 마음을 심란하게 하던 소쩍새, 시각을 알리던 닭 울음소리, 청량하게 지저귀는 제비, 봄이 왔음을 알리는 종달새, 뻐꾸기 울음소리, 힘차게 울어대던 뜸부기, 등이 찢어져라. 우는 매미,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몸을 흔드는 소리, 댓돌 아래에서 우는 귀뚜라미, 찹쌀떡 장수의 삶에 지친 목소리, 음산하게 울어대던 부엉이 울음소리, 번민의 일상을 위로받을 소리가 하나둘 사라지고, 일부는 추억이 되었다. 마음의 고향을 잃은 지금은 허전하고 쓸쓸할 뿐이다.
/정성수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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