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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건강한 이성을 위해, 學而時習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4월 12일
ⓒ e-전라매일
“배우고 늘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움을 주문하는 논어 첫머리의 경구이다.
책이나 글의 서두가 그 전체의 압축인 만큼 이것이 논어의 핵심어가 됨은 너무도 당연한 서법이 된다.
그렇기에 부처의 말씀을 따라 익히는 불가는 이와 같이 들었다는 ‘여시아문(如是我聞)’이, 어짊(仁)과 의로움(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책 ‘맹자’는 ‘왜 이끗부터 말씀하십니까?(何必曰利)’를, 수제치평을 골자로 하는 대학은 ‘내 안의 밝은 덕(明德)’을, 인도의 천도에의 합일을 목표로 하는 중용은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을 앞세워 각각 글을 풀어간다.
자신을 닦아 남을 다스리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위해 논어 전체가 늘 배움(學)의 자세를 강조한다.
논어의 마지막도 제자들에게 지도층인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천명(天命)을. 세상에 나서기 위해서 예의범절(禮)을, 상대를 알기 위해 그의 말(言)을 알아야 함을 강조한다. 알기 위해서는(知) 부단한 배움(學)을 주문하는 수미상관으로 글을 맺는다.
그러면 수많은 명제 중 왜 시종 ‘배움(學)’을 중시하는 것인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서로 비슷하나 후천적으로 무엇을 익히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옥은 쪼지 않으면 훌륭한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진리를 모른다.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도에 합치하기 위함이다. 선한 본성이 기질이나 후천적 요인에 의해 흐려졌기에 늘 배우고 익혀 그를 회복해 그에 맞게 살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학은 명덕(明德)을, 주자는 명선(明善)을 배움의 목적으로 두었으나 동일한 의미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인의예지로 무장한 도덕군자의 양성을 위해 공자는 육예를 주요 교과목으로 제자를 가르쳤지만 정작 공자 자신은 일정한 스승 대신 배울 점이 있는 것은 모두가 그의 스승이었다.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그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 선한 것을 택해 좇고 그렇지 못한 것으로 허물을 고친다” “어진 이를 보면 나도 그와 같게 될 것을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이를 보면 속으로 자신을 되돌아본다” 심지어 꿈속 주공마저도 뵌 지가 오래됐음을 한탄했으니 모자람을 채워줄 모든 것이 그의 배움터였고 스승이었다. 맹모 역시 일찍이 배움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학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여러 번 이사를 다녔고, 학업의 중도 포기는 짜던 베를 자르는 것과 같다며 맹가를 깨우쳤던 것이다. 지금도 ‘맹모삼천(孟母三遷)’·‘맹모단기(孟母斷機)’의 고사가 우릴 반면교사한다.
이 같은 배움에는 불같은 열정 또한 매우 중요하다. “배움은 따라가지 못할 듯이 열심히 서두르되 그러고도 배운 것을 잃을까를 두려워해야 한다” “열 집의 작은 마을에도 나같이 중후하고 신실한 사람이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길 좋아하지는 못할 것이다” “배우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배운다면 능하지 못하거든 그만두지 않겠다” 모두 호학의 열정을 드러낸 명구들이다.
이외에도 오랫동안 고기 맛을 잃을 정도로 순임금의 음악에 심취했던 일, 공부에 몰두하면 먹는 것도 잊으며 깨닫게 되면 즐거워 근심조차 잊어버려 늙어가는 줄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다는 고백, 주역을 하도 많이 읽어서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닳아 끊어졌음 또한 그의 대단한 호학열을 보여준다.
이렇게 자신을 닮은 호학의 제자로 안회를 꼽았지만, 불행하게 일찍 죽어서 애석해하는 장면이 논어 곳곳에 남아 있을 정도로 끔찍이 아꼈다.
배움은 익힘을 통해 완전해진다. 원래 ‘익힐 습(習)’은 새가 수백 번의 날개짓 끝에 비상함을 형상한 글자인 것처럼 학습 역시 수많은 후행학습이 뒤따르는 노력의 산물이다. 완전한 숙달을 위해 부단히 날개짓 함에서 유래한 ‘삭비문(數飛門)’은 학문하는 자에게 많은 희망과 용기를 준다.
2,000번의 실패가 아니라 2,000번의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는 발명왕 에디슨, 40분 연설을 위해 8시간이나 준비했던 혀 짧은 소리의 처칠, 세종대왕의 독서백독론, “뛰어남은 훈련과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예술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훈련관, “모든 일은 연습이 9할을 차지한다”는 에머슨의 연습론 등은 성공을 향한 실천력 ‘습(習)’의 본보기들이다.
배우고(學) 익힘(習)에서 유래한 ‘학습(學習)’은 제때 이뤄져야 하는 시간적(時) 연속성을 갖는다.
시간이 있으면 가끔 하는 공부가 아니라 배울 때는 바로 그리고 언제나 늘 계속해서 익히는 실행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일만 번 이상을 읽었던 책이 무려 36권이나 됐다고 해서 붙여진 ‘고문삼십육수독수기(古文三十六首讀數記)’의 주인공 김득신(1604~1684)은 좋은 귀감이 된다.
일만 회독 이하는 아예 포함하지도 않았으니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는 열정의 바보였음이다.
학이시습에 매료된 소설 ‘금오신화’의 김시습 역시 자신의 이름을 ‘시습(時習)’이라고 했고, 퇴계 또한 그의 서원 농운정사 동편에 ‘시습재(時習齋)’를 지어 제자들의 학문 수련을 독려했다.
평생학습이 강조되는 요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습은 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悅)’을 느끼게 한다. 학습자만이 느끼는 내적 희열로 그만둘 수 없게 하는 나만의 자긍심이자 충만감이다.
친구나 제자의 방문 등 외부의 자극에 의해 얻어지는 즐거움인 ’쾌락(樂)‘과도 구별되지만 열과 락이 조화를 이룬 ’열락(悅樂)‘이 진정한 기쁨임은 물론이다.
시습재가 스승의 입장에서 바라본 제자상이었다면 존경하는 스승상을 담은 ‘역락재(亦樂齋)’는 아름다운 사제 간을 느낄 수 있는 풍경화이다.
“사물에는 본래부터 정해진 품격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보고 배운 바에 따라 그 품격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고원한 경지를 위해 학습자는 배움에 싫증 내지 않고 오히려 묵묵히 마음에 새기며 무엇이든지 배워서 모으고(學以聚之) 물어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간 몰랐던 것을 매일 알아내고 능한 것을 잊지 않는 자세까지 더해진다면 건강한 이성을 가진 착한 품성의 군자상 또한 자연스럽게 확립될 것이다.
비록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오직 지식 습득을 통한 출세에 올인하며 이권에 밝은 소인배들을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가르침 받아(學) 스스로 터득하는(習) 원리는 조금도 변한 게 없다.
게다가 학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오늘, 오히려 덕이 충만한 명선의 세상은 바로 ‘학이시습’에 답이 있음을 분명하게 일러주는 공자의 민낯이다. /양태규 옛글 21 대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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