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분히 떨어지는 분糞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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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똥을 ‘찌찌!’라고 했다. 더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똥을 못 싸면 결국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하루라도 똥을 싸지 못하면 불안하다. 잘 먹고 잘 싸면 큰 복이다. 산짐승 들짐승은 물론 작은 생물까지도 똥을 싼다. 흙을 먹고 사는 지렁이는 물론 물속에 사는 다슬기, 똥파리도 똥을 싼다. 똥을 보면 이 똥이 곰 똥인지 산토끼 똥인지 동물을 구별할 수 있다. 또한 똥에는 생태계 분해자들이 이용할 에너지가 남아 있어 일부 동물들에게는 똥이 주식일 뿐만 아니라 먹잇감이며 영양 보충제의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새끼 코끼리는 장내 균충을 확보하기 위해 어미의 배설물을 먹으며, 원숭이는 영양을 보충할 목적으로 똥을 먹는다. 소똥은 쇠똥구리나 그 애벌레에게는 중요한 먹거리며, 씨앗을 멀리 퍼뜨려 자라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똥은 흙이 되고 영양분이 되어 온갖 생명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생명의 원초다. 더럽다고 알려진 똥은 인간들에게도 건강을 잴 수 있는 바로미터다. 색깔, 굵기, 냄새 등을 꼼꼼히 살피고 변화가 있는지 확인만 해도 영양제를 먹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똥이야말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상식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큰 죄를 지은 상민이나 천민들이 의금부에 끌려가 곤장을 맞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나무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골병 또는 어혈이 생겼을 때 똥물을 먹었다. 이때 먹는 똥물은 바로 눈 생똥이 아니라 똥통에서 푹 삭은 똥물이다. 똥물을 위해서 대나무 도막을 똥통에 오랜 기간 꽂아두면 도막 안에 여과된 똥물이 고였다. 또한 빈병 주둥이를 솔잎으로 막아 똥통에 담가두면 맑은 똥물이 고이는데 그 똥물을 똥굴이라하여 마시면 아픈 데가 낫는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이 싼 똥은 똥이라 하지 않았다. 매화향이 난다 하여 매화라고 존칭했다. 임금님은 백성들과 달리 매화틀이라는 구리로 만든 휴지곽 처럼 생긴 전용 이동식 변기에서 대변을 해결하였다. 이때 임금님의 배설 담당관인 ‘복이나인僕伊內人’은 매화를 맛을 보며 색깔과 냄새를 점검해 임금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시커멓고 냄새가 지독한 똥이나 피똥은 뱃속에 탈이 났다는 징후다. 누렇게 잘 익은 바나나 같은 똥은 오장육부가 편안하다는 증거다. 태변이라고 하는 배내똥은 태어난 지 하루 정도 되는 아기의 똥이다. 배내똥의 색깔은 처음에는 검푸르고 차차 갈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그런가 하면 사람이 늙거나 병들어 죽을 때 싸는 똥 역시 배내똥이라고 한다. 아기가 싼 새까만 배내똥이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에 싼 새까만 배내똥은 불멸의 원칙과 누구라도 비껴갈 수 없는 자연의 원칙을 시사해 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에게 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내똥이라는 말이 일깨워 주고 있다. 요즈음 똥은 어린이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 한다. 똥이라는 소재를 다른 각도에서 다루어 신선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똥을 주제로 한 동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나 ‘강아지 똥’ 같은 동화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더럽다 더럽다해도 똥만큼 친근한 것도 없다. 어른들은 똥 이야기만 나오면 인상을 찌푸리지만, 어린이들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이런 현상은 똥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어린이들에게 남은 순수성 때문이다. 양변기를 쓰면서 사람들은 똥을 눈 후 자신의 똥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굵고 빛깔이 선명한 똥이 물위에 둥둥 떠 있으면 그런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그러나 구린내가 진동하거나 피가 묻었거나, 실낱같은 똥이면 혹시 내 몸 어딘가 고장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똥 이야기를 하면 자기들은 생전 똥도 안누고 사는 것처럼 점잖을 뺀다. 흔히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말을 한다. 여기서 똥은 양심이나 염치가 없는 사람이나 몰상식한 사람을 가리킨다. 문제를 대화로 풀려 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큰소리를 지르는 사람 또는 거짓되고 못된 사람들도 해당된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상대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피하고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똥은 더럽고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생존에 필수 불가결하다. 생각 난다. 어느 봄날이었다. 아침 일찍 아버지는 똥장군에 똥을 퍼 담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똥은 금덩이 같은 것이어서 쉽게 버리지도 함부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거름이 귀하던 시절에는 아무리 묽은 똥이라도 작물에게는 절대적 영양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었다. 똥장군에 담긴 한 통의 똥은 곡식 한 지게인 셈이었다. 아버지는 새해를 시작하는 정월에 똥으로 복을 짓고 가을이면 똥으로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였다.
/정성수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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