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힘써야, 本立道生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이권 경쟁이 치열한 물신주의 시대일망정 기본에 충실하라는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불변 진리임에 분명하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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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기본에 힘써야 한다(君子務本). 기본이 제대로 서야 나아갈 방도가 생긴다(本立而道生).” 공자의 제자 유자(有子)의 말이다. 스승을 닮은 외모 때문에 스승 사후 제자들이 한때 그를 섬겨 스승을 기리기도 했던 인물이었다. 비록 유자의 말이지만 그 또한 가르침 받은 제자였기에 공자왈로 봐도 될 성싶다.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하는 효제란 인위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천부적으로 자연히 이뤄지는 사랑의 발로이다. 그래서 이를 인륜 이전의 천륜이라고 부르고 어짊(仁)의 기본이며 성선설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확대 발전하여 나아가면 저절로 삶의 올바른 길이 나타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시경’에 이르길 “형에게 잘하고 아우도 보살핀다.’라고 했으니, 그런 연후에야 나라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교사지례는 소위 하늘을 섬기는 것이고 종묘지례는 조상을 섬기는 것이니, 이 둘에 밝으면 나라 다스림은 손바닥 위에 놓고 본 것처럼 쉽다.” ‘대학’과 ‘중용’의 내용으로 모두 효제에 밝으면 두루 이치에 통하게 되어 나라 다스림에도 어려움이 없게 됨을 밝힌 경구들이다. 이와 같이 효제는 모든 것의 기본이면서 선한 결과를 낳는 시발점이 된다. 이는 유가의 가르침 이전에 사람이면 누구나 당연히 행해야 할 기본자세가 된다. 그럼에도 기본을 소홀히 한 채 고원함 만을 바라는 이들이 많았기에 기본이 먼저임을 일렀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집에 들면 효도하고 밖을 나서면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진실하게 하며 대중을 널리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친해야 할 것이니 이러한 일들을 실천하고 남는 힘이 있으면 글을 배워야 한다.” 이처럼 기본의 강조는 논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사전 계획 없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몸으로 황하를 건너려는 무모한 자로,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할 리더가 진법을 물으며 인접국과 전쟁을 생각했던 위 영공, 자신은 정권을 훔쳐 온갖 이권을 챙기고 국정을 농단하면서 되레 백성의 생계형 범죄를 걱정한 계강자 등이 그 예가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아야 함을 가르친 경구들이다. 노나라의 삼가(三桓氏)나 진나라의 구경(九卿) 등 국정을 농단한 대부들, 이를 따라 배워 난을 일으키거나 주군을 잡아 가둔 자신들의 가신 양호·필힐·공산불요, 패권 다툼으로 16년간이나 내전에 휩싸인 위나라 부자간 싸움 등은 나라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이를 걱정한 공자였기에 정명론을 펴며 제자리 잡기를 주장했지만, 자로는 “기껏해야 이런 말씀입니까? 현실과 너무 맞지 않습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며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런 스승의 의도를 깨우치지 못했기에 자신도 공회의 난 때 희생되고 만다. 반란군에 협조할 수 없다며 맞섯지만 정작 자신이 아들 첩의 녹을 먹으니 그를 따름이 義가 된 줄로만 알았지 아비 괴외를 부인하며 칼을 겨룬 패륜이 의롭지 못함은 알지 못했다. 이처럼 모든 혼란은 근본을 벗어난 이욕의 산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끗 따라 행동하면 원망 사는 일이 많다.” “근심이 욕심에서 일고 재앙은 탐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내 앞에 감 놓으려다 생긴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르침이다. 과욕이 필망을 낳으니 유념하라며 ‘맹자’의 첫머리부터 강조한 경구 ‘하필왈리(何必曰利)’와도 통한다. 사마천은 이 대목에서 “양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이르러 일찍이 읽던 책을 덮고 탄식하지 않는 적이 없었다. 이끗은 진실로 난의 시초이니 공자께서 이끗을 드물게 말씀하신 것은 늘 그 난의 근원을 막으려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끗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함이 많다고 했으니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이끗을 좋아하는 폐단이 어찌 다르겠는가!”라고 했다. 利로써 마음 삼으면 해가 있고 仁義는 利를 구하지 않아도 일찍이 이롭지 않은 적이 없기에 맹자는 혼란의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아서 그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仁義를 그렇게도 유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디 인욕의 동물인데다가 利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어 기본에 충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어려울 때는 원칙대로’·‘복잡하면 기본대로’·‘원칙이 지름길이다’·‘급할수록 돌아가라’·‘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 ad fontes)’ 등은 늘 근본에 힘쓰라는 경구이다.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잘 안 풀릴 때는 거꾸로 생각해봐”라는 대사나 일이 끝난 후 되새겨보는 복기(復碁)는 놓친 부분을 찾아내기 위한 기본의 되새김이다. 세 살 버릇 평생 가는 요즘 기본에 충실한 태도가 중요함을 깨우친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작은 싹에서 시작하고 아홉 층 높은 다락도 한 삼태기 흙이 쌓인 것이다.” “어려운 것을 도모할 때는 쉬운 것부터 시작하고 큰 것을 하고자 할 때는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이렇듯 기본은 작고 쉬우며 단순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기면 더 큰 피해로 보복받는다. 코로나–19의 대 유행 때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예방주사를 제때 맞으면 될 일이었음에도 자신의 게으름과 만용이 큰 화를 불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보면 세상만사는 모두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을 제대로 행함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모든 物에는 本과 末이 있고 일에는 終과 始가 있으니 먼저 하고 뒤에 할 것을 알면 道에 가깝다.” “근본이 어지러워졌는데 말엽이 잘 다스려질 리 없으며 후덕해야 할 것에 야박하게 하고서 박하게 할 것에 후하게 한는 자는 없다.” 기본을 강조하는 대학의 경 1장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이권 경쟁이 치열한 물신주의 시대일망정 기본에 충실하라는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불변 진리임에 분명하다. 밥상머리 교육이 안 된면 길거리일망정 마주치면 늘 근본에 힘써라(務本)라고 깨우쳐야 한다. 기본이 흐트러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다. 그만큼 기본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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