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할 것은, 畏天命
비록 선거 때만 백성을 최고로 여기는 풍토지만 변함 없는 불변 진리는 언제나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꿰뚫었던 공자였기에 “천명을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성심을 다하여 천명에 이르게 하라(畏天命)”라고 했던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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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천명을 두려워해야 한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논어 속 공자의 가르침이다. 군자는 천명 외에 대인과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해야 함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도 소인은 대인을 우습게 여겨 함부로 대하고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며 안타까워한다. 천명은 알기 어려웠기에 그를 자주 말씀하지 않았다라고 하지만, 논어에 10여 회나 언급되고 있는 모순의 명제이다. 문장의 정확한 의미는 더 연구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일 수 없다.” “나이 오십에 비로소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사명을 알았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다.”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셨으니 환퇴가 장차 날 어찌하겠는가?” 공자가 군자와 천명의 관계를 가르친 부분이면서 천명을 소명으로 여긴 삶의 의연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맹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천명을 아는 사람은 일부러 위험한 담장 밑에 서지 않는다.” 사람에게 있어 길흉화복 등 일상사 모두가 천명 아님이 없지만, 지키고 행해야 할 제반 도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군자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이상이 천명의 개별성에 대한 언급이었다면 통치에 관한 천명(主宰天)도 들지 않을 수 없다. 하늘이 특정 국가를 간택하여 돌보고 있다는 생각은 백성으로 하여금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감과 함께 자연스런 수용을 가능하게 하였을 것이다. “나 소자가 감히 군대를 동원하여 나라를 어지럽히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의 죄가 많기 때문에 하늘이 처벌하도록 명하신 것이다.” “상나라의 죄가 두루 가득 찼기에 하늘이 명하여 치게 하시니 내가 하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그 죄가 주왕과 같을 것이다.” 모두 서경에 나와 있는 거병의 이유이다. 전자는 탕왕이 하나라 걸왕을, 후자는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 주왕을 각각 정벌하면서 병사들 앞에서 천명을 빌려 그 정당성을 호소하는 연설문이다. 이렇듯 천명은 통치자의 정통성이 하늘에 기원함을 강조하며 그 권원의 신성 불가침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천명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게 된다. 하늘의 상제가 부여한 고정불변의 천명이 아니라 민심의 향배에 따른 가변성이 그것이다. 천명은 일정하지 않다는 ‘천명미상(天命靡常)’ 혹은 ‘유명불우상(惟命不于常)’을 들면서 이를 잘 받들어 보존에 힘쓸 것을 당부한다. “아! 하늘을 믿기 어려운 까닭은 천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임금 노릇을 일정하게 하면 그 지위를 보존하고 그렇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입니다.” “오오, 어린 동생 봉아! 하늘의 명은 일정한 것이 아니니 유념하여 조상의 제사가 끊기지 않도록 하라. 너의 직무에 힘쓰며 많이 듣고 넓혀 휘하 백성을 편히 다스려라.” 모두 천명을 강조하는 가르침들이다. 전자는 상나라 건국 초기 탕왕의 손자 태갑왕이 법도를 어기고 포악함을 일삼자 재상 이윤은 그를 선대의 묘소가 있는 동궁(桐宮)으로 내쫓고 3년 동안 직접 정사를 담당한다. 그 후 왕이 잘못을 뉘우치자 전권을 돌려주면서 ‘함유일덕(咸有一德)’이라는 글을 지어 태갑을 경계토록 한다. 임금과 신하 모두 직무에 충실하며 바른 정사에 임하자는 의미이다. 후자는 위(衛)나라 제후로 임명되어 떠나는 동생 강숙에게 주공이 성왕을 대신하여 훈계하는 내용이다. 모두 천명은 고정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백성을 잘 받들어 선정을 베풀어야 함을 주문한다. 이를 어기면 천명은 언제나 새로운 주인을 찾아서 떠남을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심은 맹자의 역성혁명론에 힘을 싣는 근거가 되고 있다. 군주는 백성과 함께하는 정치(與民同樂), 백성을 위한 정치(保民善政)를 실천하려고 노력하여 천명이 계속 머무는 태평성대를 간원했다. 악을 막고 선을 드러내며 일을 함에 중도와 시기를 잃지 않음으로써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림도 그 한 방법이었다. 나라가 불안하면 치자가 덕을 잃었기 때문으로 생각했고, 그때마다 천제(天帝)는 유덕한 또 다른 천자에게 천명을 옮길 수밖에 없게 된다는 가변성의 천명론이다. 치자의 명덕(明德)‧경덕(敬德)·인정(仁政)의 중요성이 강조된 이유가 된다. 백성을 얻으면 나라를 얻는다는 득중즉득국(得衆則得國), 선하면 천명을 얻는다는 도선즉득지(道善則得之), 마음을 다하며 믿음을 줄 때 보존되는 필충신이득지(必忠信以得之) 등은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좌우명이었다. 이는 왕업을 지속하기 위한 골육책으로 후에 공맹의 덕치사상이나 왕도정치의 내용이 된다. “나는 왕좌를 두려워 조심하고 위태로이 여기며 밤중에 일어나서도 허물 지은 것은 없는가 생각해 보고 있소.” “사람들의 말에 ‘임금 되기도 어려우며 신하 되기도 어렵다.’라고 했으니, 만약 임금 노릇하기가 어려운 것임을 안다면 이 한마디야말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천명 보존을 위한 많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위 두 경구가 특히 살갑게 느껴진다. 전자는 주나라 목왕의 진솔한 고백이고, 후자는 노나라 정공의 물음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다. 한마디 말로써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는 구절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통치자의 치열한 자기 고뇌와 백성 사랑의 노력이 필요함을 표현한 명구이다. 이 노력은 백성을 통해 나타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의 행위와 그 행위로 인해 생기는 일로 그 뜻을 나타낼 뿐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보는 것은 자기 백성이 보는 것으로부터 하며, 백성이 든는 것을 보고 하늘도 듣고 판단한다.” “하늘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의 뜻을 반드시 따른다.” 얼마나 백성을 위한 선정을 베풀었는지에 따라 천명이 보존되는 원리를 드러낸 경구이다. 여기에서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맹자의 민유방본(民有邦本)이나 백성이 가장 귀중하다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은 국민이 주권자라는 오늘의 주권재민(主權在民)으로 이어지게 된다. 비록 선거 때만 백성을 최고로 여기는 풍토지만 변함 없는 불변 진리는 언제나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꿰뚫었던 공자였기에 “천명을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성심을 다하여 천명에 이르게 하라(畏天命)”라고 했던가!
/양태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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