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8-08 19:44:2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07:00
·17:00
··
·17:00
··
·16:00
··
·16:00
··
·16:00
뉴스 > 칼럼

용서라는 것은? 恕而行之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에서 그가 독자에게
묻고 있다
또 ‘밀양’의
신애에게도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24일
ⓒ e-전라매일
“내가 용서해주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당신의 죄를 용서해주었다고요?”
영화 ‘밀양’의 한 대목이다. 아들을 살해한 범인이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믿고 모든 죄를 용서받아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고백한다. 이 말을 들은 주인공 신애(배우 전도연)는 충격을 받고 분노하며 절규한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남편의 고향 밀양으로 내려와 아들과 함께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범인은 아들을 납치하여 돈을 요구한다. 기죽지 않으려고 평소 돈이 많은 체하다가, 마침 쪼들림을 당하던 범인(배우 오영진)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다. 그 범인은 다름 아닌 아들이 다니던 그 웅변학원의 원장이었고, 돈을 요구한 범인에게 “실은 가진 돈이 없다. ~(중략)~ 납치된 아들의 목소리만이라도 들려달라?”고 통화하며 애원했지만 아들은 이미 죽은 후였다. 꿈이 깨져버린 신애는 허탈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유괴범을 용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면회를 갔는데, 그로부터 셀프용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어떻게 용서를 해요? 용서하고 싶어도 난 할 수가 없어요. 그 인간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데…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데…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그 인간을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제멋대로 마음의 짐을 털어낸 뻔뻔함에 신애는 충격과 분노 속에 신을 증오하는 모습까지 드러낸다.
피해 유족이 용서하기도 전에 신이 먼저 가해자를 용서한 ‘신의 자비’, 그래서 가해자가 극히 평온함을 얻은 것에 심히 분개한 피해자와의 갈등을 테마로 한 영화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상의 한 얘기다. 통상적으로 용서란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관용(寬容, tolerance)을 일컫는다. 복수 감정은 삶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면서 과거의 집착(고통·증오·분노·원망·상처·저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 그리고 선처 호소 등이 전제되었음은 통상의 관습이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용서를 한다는 것을 실은 매우 어려운 결단 행위다.
특히 피해가 크고 깊거나 오랫동안 계속된 경우 등은 더더욱 어려운 게 용서의 속성이다. 600만 명을 가스실에서 죽인 2차 대전의 나치나 36년간을 식민 통치한 일제를 쉽게 용서하지 못한 것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거나 쫓겨다니며 겪은 갖은 고초와 피눈물의 세월이었음에도, 전혀 반성도 사과도 없이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며 온갖 억장을 유발하는 만행에 분노만이 치솟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피해자의 속은 더욱 새까맣게 타들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먼저 용서할 수만은 없음이 일반적인 법 감정이다. 종종 종교인들은 조건 없이, 내가 먼저, 그리고 즉시, 용서할 것을 주장한다. 마치 베드로에게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고 가르친 예수나 이를 몸소 실천한 십자가에서의 마지막 기도(架上七言)를 인용한다.
또 역사에 존재했던 사실들 즉, 왕의 여자를 희롱한 데서 유래한 고사 절영지회(絶纓之会), 상습적인 탈영병에 대한 웰링턴 제독의 용서, 노예해방전쟁에서 수많은 북군을 살상한 남부군을 사면한 링컨 등도 무조건적 용서론에 힘을 싣는다. 물론 피해자도 어두운 과거를 털고 새 출발 하는 자유를 원한다. 그러나 가해자의 소위 ‘회개’가 전제되지 않은 피해자의 일방적인 싸구려 용서가 용서로서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라는 문제가 생긴다.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에 피해자의 용서라는 주고받기식 용서 그리고 인과응보론에 익숙한 우리들이다. 2차 대전 말 독일의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유대인 시몬 비젠탈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느 날 수용소 내의 간호사를 따라간다. 폭격으로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나치 친위대원의 임종을 지켜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는 자신의 악행을 고해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유대인 ‘아무나’가 필요했고, 그날 지목되어 온 ‘아무나’가 비젠탈이었다. 유대인들을 교회당에 몰아넣고 불을 지른 후 총을 난사해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유대인에게 고백함으로써 용서를 받고자 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비젠탈은 고민했고, 확답 없이 그냥 병실을 뛰쳐나왔다.
그 무렵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생존했던 유대인 출신의 작가이자 화학자였던 프리모 레비는 그 친위대원의 고백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죄를 면책받고자 하는 이기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용서를 구해 편안한 죽음을 맞고 싶다는 것은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다. 그 후 그는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비젠탈은 이른바 ‘나치 사냥꾼’이 되어 전 세계에 숨어있는 나치 전범 1,100여 명을 붙잡아 법정에 세웠다. 지금도 그가 건립한 ‘비젠탈센터’는 숨어있는 나치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상은 그가 쓴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의 내용이다. 또 참회가 없음에도 용서를 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 마디로 그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먼저 참회 없는 용서를 감당하는 피해자의 심적 갈등이 선결 되어야 할 문제다. 주고받기에 익숙한 관행을 포기해야 하는 용기와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것이 희생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기 위한 주체로의 변화라고 ‘조금 불편한 용서’는 말한다. 반성과 보상도 없이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용서해준다는 사실, 그것이 내부에서 일으키는 갈등을 잠재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깊이 동정하며 죄를 완벽하게 잊을 수 있는 것(恕而行之)은 순전히 피해자의 몫이 된다. 무릇 용서는 “가장 신성한 숭리다.”, “화평하게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영광스런 최고의 승리다.”, “가장 고상한 기쁨이다.” “성스러운 것이다.”, “인류 최고의 업적이다.”라는 등의 격언들이 용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결과 유엔은 매년 11월 16일을 ‘관용의 날’로 선포하여(1995)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성경은 성령의 훼방, 거역과 은혜 모욕, 그리고 그리스도를 다시 십자가에 못 박은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대인이 나치를 잊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일제를, 6·25를, 광주학살자를 결코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 역사를 지키는 일이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 등이 재발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면, 늘 기억하며 대비하는 것은 그런 불행을 막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도 용서를 강조하는 종교임에도 기독교와 이슬람이, 또 해당 종교인 간에도 반목과 질시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음을 보면 정말 어려운 것이 용서임을 알 수 있다. 친위대원을 용서하지 못한 것을 고민한 비젠탈은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묻는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 ~(중략)~ 모든 죄는 다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에서 그가 독자에게 묻고 있다. 또 ‘밀양’의 신애에게도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양태규
옛글 21 대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24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귀농·귀촌으로 다시 뛰는 김제, 지역 활력으로 이어지다  
전주비전대, K-컬처 기술인재 양성 AI 실무연수 성료  
도서관, 책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잇다  
김제, ‘머무름’의 가치를 깨우다… 체류형 관광 이정표 제시  
지역소멸의 시대, 마을의 시간을 기록하다  
정읍시 ‘잘 쓰는 행정’ 선언…재정혁신으로 미래 기반 마련  
고창군, 민선 8기 3년…산업·관광·복지 10대 성과 결실  
김제시,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안전망 확대  
포토뉴스
어반자카파·심수봉부터 AI 판소리까지…전주세계소리축제 `풍성`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대중음악과 전통예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감성 보컬 그룹 어반자카파 
국립민속국악원, 임서연 `강산제 심청가` 완창 무대
국립민속국악원이 판소리 완창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소리 판' 무대를 마련한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예음헌에서 소리꾼  
지역 창작연극 `감정거래소` 8일 우진문화공간 무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하는 창작 연극 '감정거래소'가 오는 8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이번 공연은 전북문화관광재단 
백정신 센터장 ˝청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간 만들겠다˝
삼천생활문화센터가 청년들의 취향 탐색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오늘은 딴짓 좀 하겠습니다 : 기지개 기록'을 운영하며 참가자를 모 
전주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 선정작 `전주-무경` 무대 오른다
전주문화재단의 2026 공연예술지원 사업 선정작인 '박현희 무브먼트'의 창작 한국무용 공연 'RETURN-전주-무경(舞景)'이 오는 8일 전주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