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愛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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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은 땀으로 끈적거리고 더위로 짜증이 난다. 선풍기를 끌어안아도 덥다. 에어컨 밑에서 죽치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과 대화의 차단막을 치고 반바지 차림으로 벌렁 누워도 여름은 여름이다. 돌이켜 보면 어린 날의 여름은 신나는 여름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쏟아지는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일 산과 들을 헤집고 다녔다. 밤이 되면 평상에 누워 요란한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에 무수히 뜬 별을 세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다보면 아스라이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어떤 날은 별똥별이 밤하늘 복판을 그으면서 서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광막한 하늘과 신비한 우주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어머니가 찬물에 미숫가루를 타 주시면 여름이 되었다 것을 알 수 있었다.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맛이 잔잔해서 지금도 그 맛이 입안에 남아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는 빨간색소가 들어있는 삼각 식용 물주머니와 단팥 아이스케끼를 팔고 있었다. 침을 꼴깍 삼키면서 바라보고 있을 때 그것을 사 먹는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하교를 하는 길가에는 냉차장수가 있었다. 투명한 아크릴 통 안에 큼직한 얼음덩이가 한두 개 둥둥 떠 있고 냉차장수 아저씨가 옆으로 나온 호스로 냉차를 뽑는 것을 보면 어린 가슴은 또 한 번 멍이 들었다. 땀을 찔찔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콩국수를 내 놨다. 콩국물 속 얼음덩이와 참깨와 채 썬 오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뱃속까지 시원했다. 젓가락에 흭~ 감아 한 입 먹고 국물을 후루룩! 들이 마시면 냉기가 핏줄을 타고 온몸 골고루 퍼져 나갔다. 어쩌고저쩌고 해도 여름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상수다. ‘열熱은 열熱로 다스린다’는 뜻으로 열熱의 계절인 여름에는 속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여름을 이긴다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몸의 열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안에 쌓이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이나 열이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더위를 심하게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질 좋은 닭고기와 상품의 인삼과 육쪽마늘을 넣고 곤 삼계탕이 좋다. 삼계탕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늘은 강정제 구실을 하고 인체 기능을 활성화 한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 입맛을 잃었을 때는 매운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음식에서 매운맛의 근원은 고추다. 고추는 각성 효과가 있는 ‘캡사이신Capsaicin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함유되어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다. 그 외에도 매운 낙지볶음, 매운 갈비찜, 매운 고추 장떡 등은 화끈하고 시원하다.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름에는 온천욕이 최고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여름은 팔팔 끓어야 제격이다. 산도 바다도 들판도 끓어야 진짜 여름이다. 포도는 태양의 열기를 머금지 않으면 맛이 없다. 복숭아도 사과도 그렇다. 뜨거운 여름을 한입 베어 물어야 열매다운 열매가 된다. 여름이 있어야 가을이 있다. 가을에 풍성한 과일은 태양이 낳은 알이다. 그래서 여름이 좋다. 뜨거운 물을 마셔줘야 몸이 편하다. 냉수는 속 차리는 데는 효험이 있지만 건강에는 별 볼일이 없다. 땀을 펄펄 흘려야 바람이 시원하다는 것을 안다. 여름이 있으니 태양은 아이들에게 축구공이 돼 준다. 땀을 있는 대로 다 빼고 들어 누운 여름 저녁,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실오라기 같은 한 줄기 바람은 그야말로 보약 중 보약이다. 여름이 없다면 계곡을 찾아가 그늘에 감사할 필요도 없고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에 귀를 맡길 필요도 없다. 시원한 참외나 수박을 먹겠다고 냉장고 문에 불 낼 필요도 없다. 뜨거운 보양식을 파는 추어탕집, 삼계탕집, 영양탕집 물론 치맥을 파는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여름이 없다면 지난 이십대의 열정을 추억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으며,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 뜨거운 햇볕 덕분에 벼와 과일이 익어가고 우리는 풍성한 가을을 맞이한다. 여름이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를 바 없다.
/정성수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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