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토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9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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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마다 환경을 새로이 바꾸어주며 아이들에게 행복을 쏟아 부어주는 한 유치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유치원에는 3년 전에 어미 토끼 두 마리를 데려와 새끼들을 낳고 오순도순 정겹게 살고 있는 네 마리의 토끼 가족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늘 오며 가며 인사하고, 먹이주고 함께 생활하던 친구였다. 토끼들은 하얗고 보드라운 털옷에 크고 긴 검은색 귀를 위로 쫑긋 세우고 앉아서 오가는 아이들을 반기는 듯 바라보며 까만 눈동자를 껌뻑이곤 했다. 아이들은 지날 때마다 화기롭게 눈짓하고 때로는 채소, 풀과 같은 먹이를 들고 와서 조금 더 친해지려고 앙증맞은 미소로 말을 건네곤 하였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어느 날, 원장은 유치원에서 키우던 토끼들을 농장 풀밭에 데려다 놓고 넓은 초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 토끼들이 넓은 풀밭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아이들보다 며칠 먼저 농장으로 가기로 하였다. 토끼 네 마리를 한 토끼장에 넣고 냄새와 털이 날리는 것은 막고 싶어서 비닐로 위를 덮은 후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다. 아이들이 푸른 풀밭에서 토끼들과 숨바꼭질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농장을 향해 먼 길을 나선 것이다. 평소에 말이 없던 토끼들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조용히 따라갔을 터이다. 늘 맛있는 먹이를 주며 돌봐주는 주인장이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갔겠지. 30km 쯤 떨어진 곳의 농장에 도착하여 트렁크를 열고 비닐을 걷어내는 순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예쁘고 귀엽던 토끼 세 마리가 죽어서 축 늘어져 있는 것이다. 한 순간에 어미와 형제를 모두 잃어버리고 한 토끼만 살아남아 있다. 가족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애통하게 지켜본 토끼는 움직이지 않는 가족들을 하나하나 번갈아서 얼굴을 부비고, 입으로 핥으며 사랑을 표현하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소리 없이 가슴으로 절규하는 남아 있는 토끼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꼴깍!’ 멎을 것만 같았다. 너무도 당황스러운 광경에 어찌할 바 모르고 허둥지둥하는데 친절하게도 농장을 관리하는 분이 거들어준다. 아마도 초여름의 더운 온도와 답답한 공간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나보다. 냄새가 조금 나면 어때서, 털이 조금 나부끼면 어때서 비닐을 덮었을까? 아무 소용도 없는 말로 자꾸 자책하는데, 큰 바위 덩어리 같은 미안함이 가슴 언저리로 파고 들어온다. 그토록 힘이 들었으면 끙끙거리는 소리라도 질러보지 왜 소리 한마디 없이 그렇게 쉽게 우리 곁을 떠난단 말인가? 죽은 토끼들을 풀밭 한 쪽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고 남은 한 마리 토끼만 데리고 유치원으로 돌아왔다. 토끼를 조심스럽게 안아서 자기 집으로 들여보냈다. 황당한 여정에 얼마나 지쳤을까 싶어서 물그릇에 한 가득 물을 채우고 맛있는 먹이를 골라서 먹이 그릇에 가득 담아준다. 토끼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식음을 전폐하고 꿈쩍도 안한다. 며칠째 물도, 먹이도 먹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바라보지도 않은 채 소리 없이 그대로 멈춰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허브를 가지 채 꺾어다 넣어주었지만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벌써 토실한 몸은 온데간데없고 반쪽이 되어 수척해진 모습이다. 갑자기 사랑하는 어미와 형제를 모두 잃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슬플까?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얼마나 사람이 원망스러울까? 차라리 사랑하는 가족들을 살려내라고 소리라도 지르렴. 나의 실수로 토끼가족의 행복을 산산조각 낸 이 미안한 마음을 혼자 남은 토끼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위로를 해야 토끼가 다시 일어설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길까?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그 옆에 멍하니 서서 바라만 본다. 우선 토끼를 안고 동물병원에 가서 링거주사라도 맞혀야겠다. 살려내야 할 테니 . . . 일 년 내내 심심치 않게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기사들이 떠오른다. 너무도 쉽게 부모를, 자식을, 친구를, 지인들을 해쳐서 수갑을 찬 채로 포토라인에 서 있는 죄인들의 모습 말이다. 사람이 토끼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최인숙 호원대학교 교수 문학박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9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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