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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 아침저녁으로 소슬한 바람이 불어온다. 마지막 가는 여름날의 무더위 속에도 끊임없이 새 생명이 산과 들에 피어나고 있다. 그간 무더위를 피하고자 하나둘씩 여름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 ,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가족들과의 여행, 소소한 행복감 속으로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다.
구월을 시작하는 바람결 속에 피서지의 여행은 하나의 흔적으로 남아 여운을 남긴다. 모두가 떠나간 자리의 바닷가 모래 위 발자국들이 그리운 추억이 된다. 그 추억 속에 인생을 노래하듯, 새하얀 파도 소리에 맞추어 악보를 연주하듯, 하루를 살아간다. 요즈음 여름이 끝나가는 길목엔, 초가을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에 피웠던 꽃들은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말없이 긴 꽃대만 심심해서 바람에 몸을 흔든다. 어스름 저녁 빛이 내리자. 저 멀리서 바다도 지친 다리를 가만히 쉰다. 바닷물도 아침이 되면 새로운 꿈을 키우며 점점 더 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면서 더 큰 바다로 자란다. 바위에 부딪히고 바람에 씻기며 넉넉함을 품은 바다가 된다. 그리고 자연을 닮아 말없이 온갖 생명을 기르고 노래하는 시인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바다는 비바람 치는 폭풍 속에서도 빠른 물살에 쉬어야 할 때를 알고 에돌아갈 줄도 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떠날 줄도 안다.
이 가을 사는 게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되묻는 일은 무의미하다. 바람이 그러하고 바다의 파도 소리가 그러하듯이 그저 물은 흐르는 것이라고 바닷가의 억새가 머리를 끄덕였던 건 아닐까. 우리도 이 가을 자연 속의 바다처럼, 힘들 때 물살이 쉬어가듯, 잠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쉬어갈 때를 알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에둘러 갈 줄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건 아닐까. 이 가을에….
/이종순
수필가 / 교육학박사 / 전)호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전)우석대학교 유아교육 석사과정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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