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법정 스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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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스님을 생각하면 어딘가를 바삐 걸어가고 가시는 뒷모습이 늘 생각난다. 뒤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긴 그림자를 떨치며 밀짚모자를 쓴 법정 스님의 휘젓는 소맷자락에서 맑고 고운 향기가 날듯하다. 무 소유(無所有)를 소유하려했던 소유의 수행자 법정(法頂), 소유의 굴레에 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쳤던 인간 박재철. 법정 스님께서는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상고와 전남대 상과대학 3학년을 수료하였다. 스무 살 즈음에 만난 6,25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인간 존재라는 물음에 직면하여 1954년 효봉스님을 만나 출가의 결심을 한다. 송광사 불일암에 토굴을 짓고 홀로 살면서 독서 와 수행에 매진하였는데 거기서 쓴 에세이집이 1976년에 간행된 《무소 유》이다. 스님은 이웃종교에도 열려 있어 김수환 추기경과도 교류를 하였다. 법정 스님하면 조금은 딱딱하면서 정갈한 인상을 풍긴다. 서풍에 야위어가는 수수깡과도 같이 가벼운 질량감 속에 가득 채운 충 만감이다. 1992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겨 수행 정진하셨다. 1997년에는 서울 성북동의 음식점을 주인 김영한 씨로부터 시주받 아 길상사를 열었다. 스님께서는 2007년 폐암 판정을 받고 미국에서 항암치료를 하였으나 재발되어 2010년 3월 길상사에서 78세의 일기 로 입적하였다. ‘예지능력을 가진 코끼리가 죽음이 임박해오면 아무 도 찾을 수 없는 밀림으로 들어가 조용히 삶을 마감하는 것처럼 가고 싶다’던 스님은 가시는 날까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가셨다. 법정 스님은 제자들에게 “내 장례식을 하지 마라. 관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내가 살던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로 만 든 평상에 내 몸을 올리고 다비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한다. 다비 식은 말씀대로 15,000명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순천 송광사 전통 다비장에서 열렸다. 스님이 실천했던 ‘무소유’와 ‘나눔’의 정신 앞에 모 든 이들이 고개를 숙였다. 스님 몸은 대나무 평상에 누워 불길 속에 서 사라졌지만 세속의 삶에 물들지 않았던 스님의 삶은 많은 이들에 게 맑은 향기를 남겼다. 지인이셨던 이해인 수녀님은 “스님께서는 다정한 삼촌처럼, 때로는 엄격한 오라버니 같았던 분이셨는데 글은 따뜻하고 인간적이면서도 문체는 무르지 않고 깔끔하기 그지없어 눈 쌓인 산기슭에 서 있는 소 나무와 같다.”라고 회고를 하셨다. 지인들에게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 하였다 한다. 스 님은 조그만 일에도 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하게 웃기를 잘 하셨고, 유 머감각이 뛰어나셨다 한다. 말씀 가운데 ‘소유에 눈을 팔면 마음이 닫 힌다면서 무엇을 가졌던 잠시 맡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라’ 하 신 것과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말씀이 인상적이다. 내가 법정 스님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저서 《무소유》를 읽게 되 면서이다. 무소유에 이러한 구절이 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 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 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 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는 글을 읽 고 나도 꼭 필요한 만큼만 소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러 다 내가 1997년 가을에 첫 시집 신앙 시집인 《주님 찾기》를 발간하였 다. 마침 법정 스님께서 인근 전북대학교에 특강을 하시기 위해 오신 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스님에게 사인된 시 집을 정중히 드렸다. 시집 봉투를 확인하시더니 읽으신 뒤에 소식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우편물이 한 달 뒤쯤 ‘맑고 향기롭게’ 봉투에 등기로 담겨 보내져 왔 다. 붉은 라인의 편지지에 붓으로 쓰셨는데 내용은 “시집 주님 찾기 잘 읽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아름다운 언어로 엮어 놓음 그 안에서 향기가 납니다. 좋은 시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가을에 더욱 투명하십시오. 10월 19일 법정 합장, 김영진님께” 종교가 다른 데에도 책을 읽어 주시고 바쁘실 터인데 정성을 들여 감상 후기까지 써 주신 스님께 감사를 드린다. 스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후 스님께 서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많은 책을 내셨다. 서점에 나오는 대로 스님의 책을 사서 읽었다. 내가 읽은 스님의 책 가운데 밑줄 쳐놓은 부분을 소개한 다. 버리고 떠나기,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 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 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 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 기 있는 것이다. 서있는 사람들.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올 수 있 는 기회다. 발가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다. 하루하 루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비쳐볼 수 있는 거울 앞이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 도 하다. 산방한담,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 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 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 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 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 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오두막 편지,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본래무일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 이란 없다. 일기일회,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 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 선한 일을 했다 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말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 듯 그렇게 지나가라. 아름다운 마무리,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 는 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지켜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꽃들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돌배나무는 돌배나무로서 있을 뿐이다. 배나무를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산자두도 산자두로서 족할 따름 자두의 흉내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벼랑위에 피어 있는 진달래 또한 산자락의 진달래를 시 새우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김영진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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