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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비처럼 가슴을 적시고(1-10)] 감잎 떨어지는 소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12월 19일
ⓒ e-전라매일
입추가 지났는데도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급속한 환경의 변화로 절기의 의미가 무색해진 것 같다. 가을철 수확기를 앞두고 때늦은 장마에 농사를 짓는 지인들이 울상이다. 이에 대해 기상 청은 장마 대신 우기의 개념을 채택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겠 다고 한다. 여름철 강우의 유형이 온대 지역의 장마가 아니라 아 열대 지역의 우기와 같은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자연환경 이 바뀌면 수천 년 이어온 정서도 바뀌게 마련일 터,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외갓집이 바닷가인 나는 해창 갯벌에 어릴 적 추억이 서려 있다. 물때 맞춰 그랭이 하나 달랑 메고 갯벌에 나가면 한두 시간 만에 망태기 가득 담아오던 백합이며 바지락을 새만금 방파제 가 생긴 이후로는 볼 수 없다. 갈매기 울음마저 사라진 푸석하 고 황량한 갯벌을 바라보면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간척인 지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한다. 수수만년 지켜온 생명들이 사라 진 해창갯벌. 그곳에 소슬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통곡인 듯 바지 락 곰지락거리는 소리 들리는 듯하다.
나는 환경론자가 아니다. 그러나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또한 자연을 한번 파괴하면 연쇄적으로 또 다른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도 안다.
얼마 전, 모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은 온 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의 노력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 그 이유는 미국이 세계 최대 공업국이자 온실가스 배출국이 기 때문이지 싶다. 온난화는 사막의 확산뿐만 아니라 대규모 재 해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출현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 를 알면서도 자국의 이익 때문에 환경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면 그들의 미래는 없다. 더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하고 힘없는 나라의 몫이다.
더디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인분과 천연퇴비로 몇천 년 이어온 농사를 화학비료의 등장으로 반세기도 안 되어 땅 이 다 망가져 버렸다. 사람은 자연이다. 그 때문에 지배가 아닌 공존동생共存同生의 틀에서 머리를 맞대야 하지 싶다.
범박한 예로, 성서는 지구별에 대한 당부를 이렇게 언급한다. “땅에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고, 생물을 다스리라.” 그렇다. ‘충 만하라’는 것은 땅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서 채워 주라 는 것이고 ‘정복하라’는 것은 내 욕심대로 파괴와 건설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잘 가꾸라는 메시지이다. ‘다스리라’는 것 또한 자연을 지배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구별에서 잘 살도록 보 살피라는 것이니, 부디 자연과의 상생을 도모할 일이다.
볼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 이천여 년 전 예수의 호흡을 느끼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치는 풀 한 포기 속에서 신을 보지 못한다면 어디서 찾을 것인가. 우리 집 울타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감나 무가 이파리 하나를 톡 떨어트린다. 자연의 소리이며 사람 사는 소리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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