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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자전적 에세이> 교룡산성20. 인간애를 구도하는 인도주의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05일
섬은 늘 깃치는 소리로 떠 있다. / 바다에서 돌아온 아이는 / 시퍼런 파도를 토한다. 우리의 달은 어디에 있나요 / 빈 섬을 보채다 / 어둠 속에 안개처럼 웅크리고 / 몇 년이고 잠들지 못 한 꿈 // 木船마다 하나 둘 불이 꺼지고 / 출렁일수록 가랑잎처럼 밀려만 가는 / 바람탄 비금도에서 // 갈기갈기 헤진 日常을 투망질하던 / 아이들은 / 새벽이면 맨살로 바다로 간다.// 우우 또 한 차례/ 몰려왔다 포말(泡沫)지는 / 하얀 새떼들의 울음 / 호드득 호드득 갈매기되어 / 꿈에만 날아보던 하늘을 두고 / 섬은 늘 깃치는 소리로 가난한 아이들의 울음을 건지고 있다. -김동수, 「비금도」 전문

원광문학 창간호에 실린 김동수 동문의 시 '비금도'를 읽어 본 사람이면 그 시의 신선함과 섬세함에 작가가 젊은 여자일거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실제 김 시인을 만나 본 사람이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젊지도 않고 여자는 더더욱 아닌 김 동문의 첫인상은 비금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김동수 시인은 한 마디로 대기만성형에 딱 들어맞는 학구파 시인이다. 자라 온 과정이 그러하고 시를 쓴 동기가 그러하듯 김 동문이 걸어온 길은 노력으로 일관한다.
전주교대에 다니던 시절 '지하수'라는 문학 서클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김 동문은 소설가 박범신 동문과 강상기 시인도 같은 동기였다고 했다. 타지로 전전하면서 잠시 펜을 놓았다가도 가을이 되면 글을 쓰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끝없는 절망에서 방황하기 수년, 고향에 돌아 와 <남원문학회>를 조직하고 꾸준히 작품을 쓰기 시작 한 것이 6년 전의 일이었다.
“1회 추천까진 마쳤는데 작품을 봐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81년 12월에 마지막 작품을 투고했는데 도대체 6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더군요. 실망과 좌절감으로 다시 회의에 빠지기 시작했는데 동료시인이 '시문학' 9월호를 들고 찾아왔더군요. 처음엔 동명이인인가 했어요 ‘김동수’라는 이름이 흔했고 사실은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 작품이 틀림없더군요”
그때 김 동문의 시를 추천해 준 사람은 성신여대 이성교 교수였는데 김 시인 입장에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의 추천을 받은 것이고, 이 교수는 5년만의 첫 추천이라고 했다. “향토적이면서 순수 서정시 그리고 특히 한에 대한 시를 쓰고 있었어요 이 교수님의 시풍도 비슷하더군요” 훗날 이성교 교수와의 만남에서 이 교수가 김 동문의 시를 6개월에 걸쳐 읽고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의 소재와 문체는 상황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담고 양주는 유리잔에 담아야 제 맛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김 시인은 전통적 가치관을 체험한 마지막 세대라는 책임감에서 후세에게 뚜렷한 가치관을 제시하고자 민속적 시풍을 강조하던 시기에 쓴 '교룡산성' 은 지금도 애착이 가는 시라고 말하며 요즘은 있어야 할 자신에 대한 동경을 노래한다고 덧붙였다.

고요한 때에만 /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 門 밖에서 조용히 / 날 부르는 그림자가 있어 / 벌레처럼 긴 밤을 / 뒤척이곤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 / 어디로 가는 걸까 / 심원도 알 수 없는 / 먼 곳에서 / 허기진 영혼을 적셔주는 / 추억의 가랑비처럼 / 이 밤도 / 뜻모를 설레임에 뒤척이노니 / 내 가는 곳마다 / 차가운 그림자 되어 / 門 밖에서 / 서성이다 돌아가는 / 알 수 없는 종(鐘)의 울림이여 / 우리는 / 이 밤도 너무 멀리 / 헤어져 있구나
- 김동수. 「그림자의 노래」 전문

새벽이나 주로 방학을 이용해 단계적 작업을 거쳐 작품을 쓴다는 김 시인은 그 첫 단계로 현실적 어려움을 걸러내는 과정을 설명했다. 한 달 정도의 독서를 통해 정신을 세척시킨 후, 틈틈이 메모해 둔 시상을 새로운 시어로 형상화시켜 마지막 손질 할 때 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고뇌 한단다. 많은 작품을 쓸 수 없음이 안타깝고, 좋은 작품을 많이 쓰기 위해 시간이 넉넉했으면 좋겠다고 털어 놓았다.
-김사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985,4.24일자 원광대 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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