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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어서라 교권敎權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11월 06일

정성수
시인

예로부터 스승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며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가 같다고 스승을 존경하고 우러러 왔다. 해동잡록海東雜錄에는 선비들이 술 마시며 글 짓는 문주회文酒會에서 벼슬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서로 ‘선생’이라 호칭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이한 것은 벼슬이 높은 귀인일지라도 과거에 급제하지 않으면 선생이라 부르지 않고 대인이라 불렀다. 또한 성균관 학칙學則에는 ‘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서 있어야 하며, 말을 타고 가거 든 몸을 엎드려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승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무당을 나타내는 ‘무격巫覡’에서 유래한다는 설과 중을 나타내는 사승師僧에서 유래한다는 설이다. 무격은 무당을 나타내는 말로 무巫는 ‘여자무당’, 격覡은 ‘남자 무당’을 말한다. 옛 문헌을 보면 무巫를 ‘스승 무’라고 하고, 격覡을 ‘화랑이 격’이라고 했다. 결국 스승이란 ‘여자 무당’을 말하는 것이다. ‘여자 무당’은 고대 모계사회에서 대단한 지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 무당’인 ‘화랑이 격’은 신라 시대의 ‘화랑花郞’이 아닌가 추측한다.
언젠가부터 스승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본디 ‘선생’이라는 호칭만으로도 존칭이기 때문에 뒤에 ‘님’을 또 붙이는 것은 존칭 중복이다. 한자 선생先生님은 ‘가르치는 사람’을 의미하는 선생에 존대격 파생접사 ‘님’을 붙인 말이다. 원래 고대 동아시아에서 선생은 소수에게나 쓸 수 있는 호칭이었다. 공자같이 학식이나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쓰는 호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타인을 가르치는 사람 곧 스승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의미가 확장되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심을 높이는 동시에 교권 존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 스승의 날은 매년 5월 15일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은 선물을 빙자한 뇌물을 받는 날이라는 오명으로 남았다. 당시 스승의 날에는 각종 선물이 교탁이나 책상에 수북이 쌓였다. 개중에는 고가의 물품은 물론 학부모들이 학교로 직접 찾아와 촌지를 주는 일도 허다했다.
요즘 국민권익위원회의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선물은커녕 어린이가 색종이로 접은 카네이션을 주는 것도 불법이라고 한다.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서 허용하는 금액 이하의 선물 예외 규정에 걸린다는 것이 이유다. 다만 어린이의 종이꽃 선물이 금품으로 볼 수 있느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빵 한 조각조차 받지 않는 청렴 교사들도 많다. 그러나 간단한 먹을거리라도 전달하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 이런 악‧폐습을 없애고자 여러 방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스승의 날 없애기와 스승의 날 학생들 등교 안 하기 등이다. 거기다가 김영란법이 발효되면서 2017년부터는 각종 행사도 자취를 감췄다. 이런 관행이 없어져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최근에 선생님은 주로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일반인들은 교사敎師라고 부르는 추세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국가에서 정한 법령에 따라 자격증을 갖추고 학생들에게 국가에서 지정한 과목이나 종목과 교육 이수 과정에서 이끌어주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주 업무는 교과 교육이지만 직업교육, 시민으로서의 소양, 단체나 사회에서의 역할 등을 포함한다. 교사는 주입식 교육이나 강의식 수업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교사의 역할이자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교권추락敎權墜落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교권 추락은 교사의 권리가 무시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교권붕괴敎權崩壞 또는 교권실추敎權失墜이라고도 한다. 교권추락 주요인으로는 학생의 인권 무시, 입시 위주의 교육, 사교육 열풍, 가정 교육 약화, 학교 폭력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또한 각종 비리도 교권 추락의 한 요인이다. 예를 들면 부교재 채택비 명목으로 금품·향응 등을 받는다거나, 교육계의 고질적 치부인 촌지 관행이 근절되지 않았다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체벌 금지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 부딪치는 학생 지도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는 데 비해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거기다가 사건·사고가 터지면 원인과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한다. 이런 점은 교사에게 교육적 박탈감과 억울하다는 생각을 만든다. 근본적 처방은 주입식‧강의식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자발성自發性과 창발성創發性을 기르도록 수업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결국 약화한 교육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는 ‘선생은 있지만, 스승이 없다’며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학습자인 학생들의 태도를 바꿀 때만이 교권 추락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공교육을 신뢰하는 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사만의 문제도 아니고 학생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모두 교육적 태도를 반성하고 학교 교육을 살리고 나아가 스승 존경 풍토를 만들 때 가능하다.
요즘 교사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전 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과중한 업무는 물론 상부의 지시, 언론과 학부모의 감시, 럭비공처럼 튀는 아이들 속에서 시달리고 있다. 이를 시정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교사 스스로 올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한 인간으로서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갖추는 일이다. 또한 잡무에서 해방하고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이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격려해야 한다.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학교 개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전반적이고 종합적으로 사회가 개선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탈권위적인 교육행정과 학교장들의 독선적인 학교 운영에서 탈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발언권이 서야 하고 법에서 보장한 정치적 기본권을 인정할 때 각종 교육적 비리는 사라질 것이다.
또한 비리 교사들이 솜방망이 처벌은 교육계의 불신을 거저 옴을 인식해 비리에 걸맞은 처벌이 되어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허리를 굽혔던 옛날처럼, 요즘 부모들 역시 예전의 부모들처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에게 허리를 굽혀야 한다. 허리를 굽힌다는 것은 비굴한 일이 아니다 선생님에 대한 공경의 의미를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싹틀 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존경할 것이다. 또한 교사들 스스로는 정체성을 회복하고, 품격 있는 삶으로 자부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교권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교권을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때 교육은 바로 설 것이다.
학교에 가면 스승도 없고 교사敎師도 없고, 교사校舍만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은 절망할 때가 아니다. 일어서라 교권!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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