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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 사는 이야기, 『土地』의 터전에서(1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11월 18일

김숙
전)중등학교교장

평사리 최참판댁 앞, 오월 어느 해거름의 광장은 휑뎅그렁하였다. 관광객들이 얼추 돌아간 시간이었다.
뒤처져온 두어 명이 평사 뜰 너머로 굽 돌아 나가는 섬진강을 조망하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시선을 얹었다. 심산에서 발원한 물길이 장강으로 휘어 돌다 대해를 향해 유장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박경리의 소설 『土地』에서 최참판댁 4대가 거쳐온 긴 여정 같다. 윤씨 부인을 중심으로 아들 최치수, 손녀 최서희, 증손자 최윤국, 환국에 걸친 강인하고, 아프고, 가슴 저린 가족사면서 또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의 주변에는 토호와 농민, 목수와 포수, 무당과 의병, 천민과 노비 등 다양한 삶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았고 돌아보면 그들은 또 모두 우리의 이웃이었다.
한동안 바라보며 회상하던 동안도 희붐한 강물은 무심하게 흐르고 있었다.
최참판댁 안채 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값나가게 보이는 카메라를 든 사내 하나가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늦은 취재를 서두르는 듯, 박경리 선생과 소설의 모든 걸 카메라에 담으려는 듯 바빴다.
소설가 박경리朴景利(1926~2008)는 경상남도 통영 출생이다. 처음에는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김동리 작가의 부인이 친구였는데 박경리 시인에게 소설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남편에게 소개했다.
덕분에 소설로 전환하여 1955년 『현대문학』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았다. 1956년 그의 추천이 완료되어 소설가로 등단하였다.
처음에는 주로 단편소설을 썼고 1960년대 무렵부터 장편을 쓰기 시작했다.
인간미 넘치는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쓴 문제작들을 탄생시키면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중 『土地』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6년에 걸쳐 완간하였다.
작품으로는 『土地』 외에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가을에 온 여인』, 『파시』, 『가설을 위한 망상』 등과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있다.
세간의 평으로 채진홍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확인”이라 했다.
조윤아는 “박경리 문학세계는 운명으로부터의 자유의 표현”이라고 했으며, 장석주는 “한국 문학사의 큰 봉우리” “결코, 지워지지 않는 피멍이 박경리 문학의 밑바탕”이라고 했다.
우리 문학사적으로는 홍명희의 『임꺽정』 이후 끊어진 대하소설의 맥을 되살림으로써 김주영의 『객주』,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 뛰어난 작품들로 이어졌다. (류미야, 『삶과 표현 강의 교안, P94』, SDU, 2020) 내가 박경리 토지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였다.
80년대 초, 교직에 발령받고 초임 교사로 낑낑대다가 조금 적응된 시기로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
또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출퇴근 거리가 멀어 당시에 주말부부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딱히 소일할 문화생활이 적었던 시절이어서 자연히 책을 들출 수 있었던 점도 일조했다.
때는 바야흐로 대하소설이 유행처럼 퍼졌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가히 대하소설의 전성기라고 할 만했다.
덕분에 나도 황석영의 『장길산』과 구월산을 누비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타고 보성 어느 마을과 지리산 일대를 따라다녔다.
그러다 『土地』를 만났다. 처음 10권 정도가 출판되었을 때 일부를 탐독했고 나중에 완간이 되어서 최참판네 행랑 끄트머리 어디쯤을 맴도는 『土地』의 권속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때는 총 5부 16권이었는데 요즘은 20권으로 편집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구성은 최참판의 가문과 이용 일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기적으로는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에 이르는 때였다. 1부는 1894년의 평사리를 구심점으로 최참판 일가의 몰락이 전개된다.
2부에서는 배경이 만주의 용정으로 바뀐다. 최서희의 치부와 조준구에 대한 복수, 최서희의 두 아들, 평사리 사람들과의 귀향 이야기다.
3부는 배경이 만주와 일본의 도쿄, 서울, 진주로 확대되며 김환(구천)이 옥사한다.
4부에서는 길상의 출옥 후 탱화의 완성, 기화(봉순이)의 죽음이, 유인실과 오가다 지로의 사랑과 갈등이 다뤄진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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