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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시인들은 왜 시를 쓰는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12월 15일

김동수
시인
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언젠가 누가 나에게 “왜,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춥고 배고파서”라고 대답 했던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왜 시를 쓰는가ʼ라는 문제는 ‘왜 사는가ʼ라는 문제와 다르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결국 시를 쓰는 이유는 결핍과 갈등,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그리움과 열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소외와 결핍의 틈새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저렇게 죽을 수도 없는 허기의 공간에서 상처받은 자아를 회복하고자 시를 쓴다. 때문에 시인들은 보이는 것만 보는 시자(視者)가 아니라,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관자(觀者) 혹은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는 견자(見者)들, 그리하여 평범 속에서 비범한 것을 찾아 마침내 존재의 근원을 바라보는 도안(道眼)을 가진 자들이어야 한다.

나의 시는/ 감성 속에서 영성을//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나를 찿는// 영원 속의 한 순간을/ 보고자 한다.
-김동수 시집, 『늑대와 함께 춤을』 서문에서

사람들은 뻔히 보면서도 그 진실을 깨닫지 못할 때, 시인들은 그것을 깨닫고, 고통이 다가올 때, 그 고통의 근원지를 찾아, 자기를 죽이고 타자가 되어 가는 자들이다, 현실에서 받은 상처와 고독을 초월적 상상과 낭만의 허구 속에서 치유하고 승화시켜 가는 사람들이다.
그로써 자기다움을 먼저 지켜 자기 구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다음 독자에게 나아가는 선지자들이다. 그러기에 시인들은 삶의 한 가운데에서 세상과 함께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산 속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세상의 변방에서 누구보다 먼저 아파하고 잃어버린 자신과 세상을 지켜보는 사람이다.

문학은 나의 신화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는 의기와 정념이 있었다. 손닿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 문학이었다. 문학이 그런 나에게 위로와 안정의 선물을 주었다. 인류가 우주의 신비를 향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듯, 나는 시를 쏘아 빈약한 나를 달래곤 하였다.
그런 날이면 항용 내 분노의 열기도, 내 슬픔의 그늘도 조금씩 가라앉아 마음이 한층 맑아지고 편안해지곤 하였다. 이후 밥과 시의 중간에서, 둘 다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예기치 않은 문학상이 나에게로 왔다. 내가 좋아 시를 썼고, 또 그걸 읽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데 상까지 준다니 어찌 고맙지 않으리오.
시가 있어 그나마 나를 잃지 않고 나를 지켜온 듯하여, 나에게 시를 안겨준 간난의 세월에 감사를 드린다. 그러고 보니 나의 시는 나의 고통과 신음의 칭얼거림이다. 저 무의식의 심연에서 아직도 언어가 되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언어 너머의 언어, 그것을 건져 올려 나의 상징을 찾아 가는 구원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 김동수, 『대한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2014년

내가 나를 알고, 세상을 생각하고, 우주적 자아로서의 나와 현실적 존재로서의 내가 원융될 수 있는 균형 접점, 그 출구로써 시를 쓴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 시의 발화점은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인류가 일찍이 잃어버린 에덴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오늘도 시를 쓴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기에 나의 시는 잃어버린 낙원과 현실 사이를 이어주는 영매의 주술이다.
시인들은 죽음이 오기 전까지 시를 쓸 것이다. 그들의 시에는 아직도 미완된 그들의 꿈과 소망이 담겨 있다. 직선처럼 줄기차게 달려 온 나날의 세월 같지만 나이가 들어 살다 보면 결국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반본환원(返本還源)의 세계임을 알게 된다. 하루가 그렇고, 일 년이 그렇고, 한 생이 그렇듯, 우리의 삶은 조금씩 다른 삶을 반복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고 본래의 제 자리로 돌아가는 일, 거기에 오늘 나의 시가 있고 그리움이 있다. (김동수: 시인, 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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