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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삶의 고통을 다룬 두 철학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15일

신영규 독자권익위원

도시의 오후가 평온할지라도 인간의 내면은 언제나 격랑 속에 있다. 운명은 한 인간에게는 시련으로, 다른 인간에게는 무력한 체념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묻고, 고통의 이유를 따지며, 결국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이러한 물음에 두 철학자가 각기 다른 목소리로 ‘삶의 고통’을 다뤘다. 바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와 프리드리히 니체다.
쇼펜하우어는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고독한 사상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성’이 아닌 ‘의지’로 규정하며 철학의 패러다임을 전복시켰다. 그러나 대중은 종종 그를 “염세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여 비관적인 사상가로 내몰았다. 과연 쇼펜하우어는 단순한 비관론자인가, 아니면 그 속에 깊은 인간 이해의 지평이 숨어 있는 것일까.
나는 한때 쇼펜하우어에 깊이 빠져 있었다. 나는 스스로 한국의 쇼펜하우어를 자처했다. 그의 철학이 내 사상과 닮았기 때문이다. 내가 쇼펜하우어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누구는 나에게 염세주의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염세주의자는 아니다. 쇼펜하우어 역시 염세주의자는 아니라고 본다.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자로 몰린 대목은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며, 존재 자체가 잘못이다”는 선언 때문이다. 분명 이 선언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그를 단순한 염세주의로 모는 것은 그의 철학적 깊이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는 삶을 혐오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진실을 정직하게 마주하려 했다.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은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는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세계의 본질을 맹목적인 ‘삶에의 의지’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그는 의지가 충족되지 못하면 끊임없는 욕망과 갈등이 인간의 고통을 야기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지를 초월하는 예술, 도덕, 금욕을 제시했다. 현대 철학에서 ‘탈주체’나 ‘실존의 무게’를 논할 때 쇼펜하우어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된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시대에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냉소가 아니라 성찰과 절제의 철학으로 읽혀야 한다. 그의 철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인간 조건이며, 그 진실을 마주한 자만이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이 선언은 철학사에서 가장 강렬하면서도 오해받기 쉬운 문장 중 하나이다.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신이 실제로 죽었다”는 뜻이 아니라, 서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지탱해온 절대적 가치와 의미의 중심이 무너졌다는 선언이다.
니체는 젊은 시절 쇼펜하우어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허무주의를 “병의 증상”이라 비판하며,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의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철학을 뒤집었다.
니체 철학의 핵심은 ‘힘에의 의지’, ‘관점주의’, ‘영원회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중 ‘힘에의 의지’는 단순한 권력욕을 넘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자신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의미한다. 이는 모든 생명체의 본능적인 충동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려는 의지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고통, 허무, 삶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또한 기존의 종교적·도덕적 가치에 대한 비판자였고, 인간 존재의 고통스러운 실존을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극복하려고 했다. 다만 쇼펜하우어는 삶의 고통을 줄이는 길을 찾으려 했고, 니체는 고통을 통과해 더 위대한 인간이 되고자 외쳤다. 이들의 철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체성의 위기 속에서 이 두 철학자의 사유는 여전히 유효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철학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높은 연봉이면서 동시에 ‘행복을’ 말한다. 그래서 철학은 밥을 직접 먹여주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밥을 어떻게 먹을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철학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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