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절도죄, 죄의 무게를 달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14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북의 한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A씨는 2024년 1월 18일 새벽 4시 6분쯤 근무 중 배가 고파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초코파이 한 개와 커스터드 한 개를 꺼내 먹었다. 고의는 없었고, 단지 허기를 달래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CCTV로 확인한 물류회사 소장 B씨는 112에 신고했고, A씨는 절도 협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피해 금액은 고작 1,050원. 소장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도난품의 회수나 변상은 원하지 않지만, A씨의 처벌을 원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사건은 그렇게 검찰로 넘어갔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절도액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 약식기소를 택했다. 벌금 50만 원이 청구되었고, 법원은 그 금액을 5만 원으로 감액해 약식명령을 내렸다. A씨는 너무 억울하여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유죄를 받으면, 회사에서 해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계가 걸린 싸움이었기에, 그는 사법체계에 맞서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사 비용으로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이면서까지 말이다. 묻고 싶다. 초코파이 하나 먹으려고 일일이 승인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이는 단지 초코파이 한 개의 문제가 아니다. 권한을 쥔 이들이 얼마나 ‘작은 권력’을 휘두르며 타인의 삶을 짓밟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이렇게 사건을 신고한 물류회사 소장은 A씨를 ‘도둑’으로 만들었다. 합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피해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처벌은 원한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배고픈 몸으로 초코파이 하나를 먹은 A씨는 수사와 재판을 넘나들며 피폐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합리적 법 감정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끝내 기소를 강행했다. 인권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할 검찰이, 고작 초코파이 하나를 이유로 선량한 시민을 법정에 세운 것이다. 법원 역시 실망스럽다. “피고인이 냉장고 속 물품에 대해 처분 권한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결 이유는 현장의 실제 관행과 괴리되어 있다. 누군가는 ‘간식을 가져다 먹어도 된다’고 들었고, 또 누군가는 ‘절도’라며 고발한다. 그 모호한 기준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같은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장 발장’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치고, 19년의 감옥살이를 한다. 19세기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장 발장은 다시 태어났다. 형사처벌, 해고 위기, 재판 스트레스, 1,000만 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 그리고 ‘도둑’이라는 낙인…. A씨의 처벌을 원한 소장은 정의롭게 살아온 사람인가. 그를 기소한 검사, 벌금을 선고한 판사는 과연 자기 양심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 이 사건 항소심의 2차 공판을 앞두고, 검찰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검찰시민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견제하고, 수사와 기소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이 이 제도를 꺼내든 시점과 방식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항소심 2차 공판이 예정된 10월 30일을 앞두고 열린 시민위원회는 과연 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절차인가. 아니면 형식적 절차로 비판을 무마하려는 전략적 행보에 불과한가. 그동안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호소와 억울함 앞에서 묵묵부답이었던 검찰이, 이제 와서 ‘정의’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어딘가 낯설고 불편하다. 정의는 선택적으로 작동해서는 안 되며, 검찰의 공정성은 어떤 사안에서든 일관돼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되려 그들을 짓눌렀다. 정의라는 이름의 칼은 배고픈 노동자의 가슴을 찔렀다. 법은 인간의 삶과 감정을 반영해야 한다. 메마른 조문 해석이 아니라, 상황의 맥락을 읽는 것이 진짜 법이다. 초코파이 하나로 도둑이 된 A씨는 단지 한 개인이 아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상징이다. 초코파이 하나 때문에 법정에 서는 사회, 우리는 지금 그런 삭막한 시대에 살고 있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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