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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공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29일
유인봉 시인 / 수필가

‘근본을잃지않아야한다.’‘정체성을잃어버리면안된다.’라는말이있다. 경력은 10년을 넘었지만, 아직도 초보농사꾼이다. 고향오얏재 둔덕 천여 평 남짓 농토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이제는 철철이 해야 할 작업내용도 머릿속에 정렬되어 있고, 나무의 생리나 병해충에 관한 지식도 보통을 넘는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어깨너머로 농사일을 보고 배우며 자라서인지 농사일에 관한 용어나 이름, 그리고 심는 시기나 특성에 관하여 기본은 알고 있다. 쉽게 말하면 농사일에 대한 말귀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사과 농사를 하는 전업 농부가 되어 있지만 말이다.
십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사과 주산지라 할 수 있는 고향 장수에 사과나무를 심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부모님에게 두어 마지기 땅을 받아 옆 동네 집안 형님의 코치를 받아 무작정 사과나무를 심었다. 사과는 재식 후 3년이 지나야 사과가 열리고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과일이다. 나무는 어떻게 키우는지, 어떤 비료나 농약을 써야 하는지, 유인은 왜 해야 하는지, 전정은 왜 필요한지 기본 지식도 없었다. 단지 그 형님이 가르쳐 주고 시키는 대로 일을 시작했다. 곁가지를 정리하는 전정도 꽃을 따 주고 열매를 솎아주는 일을 하면서 왜 그리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농사를 짓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라며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다.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열매를 맺게 되는 결실기에 이르니 그 형님이 가르쳐 준 작업의 이유와 원리를 거꾸로 터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식물의 재배 원리를 과학적으로 정립해 놓은 이론을 우리는 재배 기술이라 부르고 있다. 그렇지만, 엄밀히 따져 보면 그 기술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사과나무의 속성을 발견하고 그 속성에 맞는 처방을 이해하기 쉽게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뿐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시키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가뭄이 들면 뿌리를 깊게 뻗어내려 수분을 찾아가고, 병이 들거나 양분이 부족하여 죽어가는 나무나 식물은 꽃을 더 많이 피우고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반면에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키만 자라고 무성해서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등한시한다. 그래서 농부는 가지를 인위적으로 수평 유인하여 결과지를 만들어 주는 작업을 한다.
이렇듯이 농사는 작물의 속성을 이해하고 최적의 생육조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물론,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대부분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것은 비와 바람과 햇빛이 만들어 내고 씨를 뿌리면 자라게 하는 창조주가 만든 자연의섭리인 셈이다.
그래서 농사는 하나님과의 동업이라 했고, 하나님이 90%를 짓고 내가할 수 있는 몫은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농사기술이라는 이론적 밑거름도 필요하지만, 농부의 경험이 더 소중하고 유용한 자산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실이다. 한 해 한 해 농사를 지어가면서 작물이나 토양의 속성을 깨우쳐 가는 농사 경험이야말로 농사꾼의 최고의 덕목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농사를 통해서 생명을 가진 작물과 터전이 되는 흙의 속성과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해 간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위대함과 그것들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된다. 현대를살아가는 우리가 속도와 편리와 효율이라는 첨단 문명에 눈이 멀어있다. 정작 우리가 지켜가고 보존해 나가야 할 그 소중한 자연과 환경이라는 커다란 두 단어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일이다.
사과가 가을의 붉은 꿈을 향하여 몸피를 불려간다. 탐스러운 가을을 선물하기까지 농부가 고작 한 일은 묘목을 심고 가지를 정리하고 병해충으로부터 지켜 주는 일이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에게도 지나온 시간이 순탄하기만 했을까? 가뭄과 불볕더위를 견디고 비바람과 태풍에 맞서 온 보이지 않는 인고와 연단의 시간이 숨어있을 것이다. 태풍에 찢겨나간 곁가지에서 다시 새순이 돋고 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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