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 균형발전, 설계부터 흔들린다
통합 인센티브 ‘20조+공공기관 우선 이전’에 특별자치도 역차별 논란 “통합 보상 아닌 낙후지역 우선” 원칙 재정립이 관건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29일
정부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구상을 본격 가동하면서 광역 행정통합 논의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통합을 추진하는 권역에는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 ‘4대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시했다.
이 구상은 “통합이 곧 지방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지만, 동시에 기존 특별자치도(전북·강원·제주·세종)가 “정책의 사각지대”로 밀릴 수 있다는 반발도 키우고 있다.
핵심 쟁점은 ‘인센티브의 설계 방식’이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파격적 재정지원을 약속하며, 별도 교부세·지원금 신설 같은 재원 조달 구상도 내놨다.
문제는 이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이전이 사실상 ‘통합 참여의 보상’으로 읽히는 순간, 통합을 선택하지 않았거나 제도적으로 ‘특별자치도’ 모델을 먼저 선택한 지역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 등 4개 특별자치시·도는 공동성명에서 “한정된 자원을 통합 지역에 몰아주는 제로섬 구조”를 우려하며 통합특별법 심사 과정에서 특별자치도 특별법과의 동시 처리를 요구했다.
전북의 문제 제기는 단순 ‘형평성’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5극 3특’이 진짜 전략이라면, 권역별 성장축을 촘촘히 세우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런데 통합에만 정책 동력이 쏠리면, ‘3특’은 명칭만 남고 실질은 약해질 수 있다.
실제로 전북은 광역시가 없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통합 수준의 지원이 논의된다면 특별자치도에도 준하는 재정·제도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며 특별법 개정 움직임까지 내비쳤다.
특히 민감한 대목은 ‘공공기관 이전’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원래 수도권 집중 완화와 낙후지역 회복을 위한 국가 정책 수단이다.
그런데 이를 통합 추진의 유인책으로 결합하면 정책의 목표가 바뀐다. “낙후지역 우선”이 아니라 “통합지역 우선”으로 읽히는 순간, 이전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 전북이 강조하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은 통합 보상이 아니라 격차 해소가 기준”이라는 주장도 이 대목에서 힘을 얻는다.
더구나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이미 ‘시동’이 걸려 있다. 국토부가 수도권 소재 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와 로드맵 수립을 추진한다는 보도와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이어지며, 2차 이전이 균형발전 체감도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 시점에 공공기관 이전이 통합 인센티브로 굳어지면, 지방 내부에서도 ‘통합권역 vs 비통합권역’의 새로운 갈등선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도 딜레마가 있다. 행정통합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고,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 ‘속도전’으로 흐르기 쉽다.
실제로 일부 지역은 6월 지방선거를 통합 추진의 분기점으로 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통합은 만능열쇠가 아니며 권한 이양·재정분권 같은 구조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정치적 수사’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는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전북이 던진 질문은 결국 “진짜 5극 3특이라면 3특을 어떻게 ‘특별’하게 만들 것인가”다.
첫째, 특별자치도에 대한 재정·권한 패키지를 ‘통합 여부’가 아니라 ‘균형발전 성과와 필요’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통합특별시에만 별도 교부세·지원금이 신설된다면, 특별자치도에도 이에 준하는 ‘특별광역권’ 수준의 안정적 재원 장치를 병행해야 제로섬 논란을 줄일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 2차 이전 원칙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 ‘통합 인센티브’와 ‘기관 이전 원칙’을 분리하고, 낙후지역 우선·산업 연계·정주여건 같은 평가 기준을 법·계획에 못 박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특별자치도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입법·예산 조치가 동시에 따라야 한다. 4개 특별자치시·도가 “특별법은 발의만 되고 논의가 지연된다”고 문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극 3특’이 성공하려면,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의 동력만 키우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특별자치도라는 제도 실험을 시작한 지역이 “통합을 안 해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한 축”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
전북이 요구하는 건 결국 ‘예산 더 달라’가 아니라, 균형발전의 원칙이 통합 드라이브 속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룰을 다시 세우자는 문제 제기다.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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