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제3 금융거점’ 공식 도전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 서울·부산 잇는 국가 금융 삼각축 노린다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29일
전북자치도가 국내 금융산업 지형을 바꿀 승부수를 던졌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제3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하면서, 수도권·동남권에 집중된 금융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시험대가 열렸다.
전북자치도는 29일 금융위원회에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을 수립해 지정 신청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다. 현재 국내 금융중심지는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 두 곳뿐으로, 전북의 도전은 사실상 세 번째 국가 금융거점 지정 여부를 가르는 첫 사례가 된다.
금융중심지 예정 구역은 전북혁신도시와 만성지구 일대 3.59㎢ 규모다. 도는 이 지역을 중심업무지구, 지원업무지구, 배후주거지구로 기능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단순한 금융기관 집적을 넘어, 금융·산업·주거가 결합된 자족형 금융도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중심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북이 내세운 핵심 전략은 ‘특화 금융’이다. 서울의 종합금융, 부산의 해양·파생금융과 경쟁하기보다는 자산운용, 농생명, 기후·에너지 등 전북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독자적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국가 금융산업을 서울–부산–전북으로 이어지는 ‘삼각 체계’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중 평가단을 구성해 현장실사에 나서고, 6월쯤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제경쟁력, 금융 인프라, 지자체 지원 의지, 지역경제 파급효과, 사회적 수용성 등이 주요 심사 기준이다. 전북도는 심사 과정에서 정치권과 경제계, 도민 사회의 공감대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번 신청은 단발성 시도가 아니다. 전북은 2017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이전 이후 금융중심지 논의를 꾸준히 이어왔다. 두 차례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지만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도는 새 정부 출범과 정부 공약인 ‘금융특화도시 조성’ 기조에 맞춰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전북연구원과 함께 약 9개월간 개발계획을 다듬고, 도민 의견 공모와 전문가 간담회, 도의회 의견 청취까지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의 투자 결정도 이어졌다. KB금융그룹은 전북혁신도시에 ‘KB금융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자산운용·보험·비대면 금융조직이 집적되며 250명 규모의 금융 인력이 상주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이를 금융중심지 지정 추진의 실질적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본격화된다. 금융기관 유치를 위한 국비 지원, 신규 고용과 교육훈련 보조금,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뒤따른다. 이는 금융기관 집적을 넘어 연관 산업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북은 이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라는 세계적 규모의 연기금을 품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 16곳을 유치했고, 전국 최초로 핀테크 육성지구도 지정했다. 금융도시로의 최소한의 토대는 갖췄다는 평가다.
김인태 전북자치도 기업유치지원실장은 “전북은 약 1,500조 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국내 유일의 지역”이라며 “금융중심지 지정은 지역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의 도전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서 국가 금융산업의 균형 발전이 가능한지 가늠하는 시험대다. 금융중심지 지정 심사가 어떤 결론에 이르든, 전북이 던진 이 도전장은 금융과 지역 균형발전 논의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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