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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은 뇌물공천으로 바꿔불러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2일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요즘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공천헌금으로 도배되었다. 공천헌금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한 지는 한참 오래되었다. 이른바 3김이 야당을 꾸미고 있을 때 집중적으로 사용되었다고 기억한다. 그들 세 사람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맹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선거만 있으면 공천헌금으로 돈을 그러모았다. 대부분 국회의원 공천을 겨냥한 신흥 부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악다구니를 썼다.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민주화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동지들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황금 깃발을 흔드는 졸부들에게 오랜 세월 갈고 닦았던 선거구를 헌납해야 했다. 하나의 선거구를 관리하는 데는 1~2년의 세월이 아니다. 10년 넘게 선거구민의 애경사는 물론 관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행사에도 몸으로 때우는 헌신과 봉사는 기본에 속한다. 선거구민을 만나면 형님 동생 하면서 얼싸안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그 고뇌가 어떠했겠는가,
그만큼 공을 들이면 돌아앉았던 부처님도 바로 앉게 된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정성을 바쳐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당권을 쥔 3김은 돈주머니가 두둑한 졸부만 등장하면 어제의 동지는 간데없고 안방으로 모시고 들어가 쑥덕거리고 나온다. 겉으로 봐서는 멀쩡하지만 공천자를 발표하는 문서에는 동지의 이름은 사라진 뒤다. 고함이 난무하고 유리창이 부서지는 한바탕 소란은 태풍후 조용해지는 평상시로 복귀한다. 이미 화살은 과녁을 지나 다른 과녁에 꽂힌 다음이다. 지역 선거구는 숫자가 많아 조용할 수 없지만 전국구(요즘은 비례대표)는 번호순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되기에 돈다발의 크기에 따른다. 물론 사회 저명인사나 고위 당직자 중에 지역구를 빼앗긴 거물급 인사는 앞번호가 배정되지만 이 때도 적지 않은 헌금이 작용한다.
당시의 여당은 막강한 권력의 힘으로 큰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여유롭기에 공식적으로 헌금에 의한 공천은 크지 않았던 걸로 알려졌지만 이후락의 말마따나 콩고물 부스러기만 해도 엄청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3김은 철저하게 지역을 기반으로 한 팬덤을 형성하여 오직 공천헌금에 의지하는 게 자금의 큰 루트였다. 지역구는 전국구에 비해서 액수가 적었지만 당선권에 드는 지역구는 적지 않은 헌금을 했다. 앞번호를 차지하려는 전국구 후보는 큰돈을 바쳤다. 요즘 거론되는 액면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 많은 돈을 내고 4년짜리 국회의원 하는 것이 아깝지 않을까. 그러나 강남이나 여의도 빌딩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실을 보면 어린애 껌값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당선권에서 멀다고 생각되는 뒷번호라도 받았던 하위 당직자가 의외로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져 배지를 다는 행운아들도 생겼다. 헌금으로 국회의원직을 산 사람들은 족보나 비석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3김은 이 때 받은 돈으로 지역구 후보자에게 소액을 쥐어준다. 당비에도 보탠다. 큰 정치인으로서 도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차례로 대통령 자리도 꿰찼지만 김종필은 두 차례의 국무총리로 만족하면서도 DJP연합정권의 승리를 만끽했다. 요즘 말써을 부리는 서울시의원 김경의 공천헌금은 강선우와 김병기에 어울려 엄청나게 보도되고 있지만 액수는 1억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쌌던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지만 금융실명제 하에서의 투명성을 고려하면 대담한 배팅이었다. 더구나 일개 시의원 공천에 1억이라면 졸부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이 돈을 받은 강선우와 그를 비호한 김병기는 무슨 꿍꿍이 속이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헌금(獻金)의 의미를 곱씹어봐야만 한다. 헌금은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자발적이라는 뉴앙스를 가진다. 교회나 절에 가면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돈이 헌금이다. 이 돈은 아무 조건도 없으며 누구도 강제하지 않는다. 그런데 공천헌금은 내지 않으면 공천에서 떨어진다. 공천이라는 대가를 받기 위해서 돈을 낸다. 따라서 공천이라는 실체를 보상받는 것은 돈을 주고 샀다는 의미를 가진다. 바로 매관매직이다. 뇌물을 바치고 대가를 받았으니 이는 헌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뇌물로 국회의원직을 산 행위이기 때문에 받은 이나 준 사람 모두 범죄 행위자가 된다. 따라서 공천헌금이란 말은 오늘부터 사용해서는 안 되는 범죄용어다. 공천뇌물 또는 뇌물공천으로 바꿔 불러야 된다. 모든 언론이 관행처럼 범죄가 아닌 헌금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범죄의 분식(粉飾)일 뿐이다. 학교폭력도 교육당국에서 쓰지 못하게 하다가 아제는 정상화되면서 학폭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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