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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이장도 권력인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6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권력이란 무엇인가. 정치학자 막스 베버는 권력이란 “사회적 관계 안에서 하나의 의지가 타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관철될 수 있는 모든 기회”라고 했다. 상대방의 행동과 선택을 바꾸게 만드는 힘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삶에서 다양한 형태의 권력과 마주한다. 직장 상사의 말 한마디에 회의장 분위기가 얼어붙고, 정치인의 결정 하나에 수백만의 삶이 뒤흔들린다. 권력은 때론 가시적인 칼날로, 때론 무형의 그림자로 우리 삶을 지배한다.
본래 권력은 정부나 군대, 사법기관, 언론, 재벌 같은 거대 제도 속에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권력 구조는 한층 유동적이다. 정보의 플랫폼을 쥔 자, 이야기를 통제하는 자에게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성 언론이 권력의 입이었지만, 이제는 개인 유튜버 한 명이 수백만 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시골의 면장이나 이장도 권력의 서열에 들어갈까. 엄밀히 말해 면장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를 넘어 공동체의 관리자이자 조력자, 해결사 역할을 한다. 반면 이장은 공무원이 아니다.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는 순수한 봉사직으로 법적 권한은 없지만, 월 40만 원의 기본 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주민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행정기관과 소통하는 가교역할을 하기에, 마을 안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오늘날 농촌에서 이장은 마을 공동체를 이끄는 실질적인 중심 고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행자부장관, 국회의원)도 시골 이장이라는 낮은 직위부터 출발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아닌가?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행정과 주민을 잇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신청, 농업직불금 신규 신청, 재해 피해 보상, 농기계 지원 등 각종 혜택 사업의 1차 확인과 추천을 이장이 맡는다. 이 때문에 주민으로서는 이장의 눈 밖에 났다간 행정 혜택이나 민원 해결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둘째, 정보의 독점이다. 지자체의 공문이나 지원 사업 정보가 이장을 통해 전파되다 보니, 전달 과정에서 특정 주민이 배제될 수도 있다. 소위 돈이 되는 마을 사업 정보는 대개 이장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셋째, 이권 개입과 개발 사업권이다. 요즘 농촌에 태양광 발전소 설치, 신재생에너지 사업, 도로 정비 등 다양한 국책·지자체 사업이 추진되면서 이장의 권한은 비대해졌다. 사업추진 시 주민 동의서나 이장의 날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장들이 업체로부터 발전기금이나 뒷돈을 받고 독단으로 허가해주면서 주민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과거의 이장이 마을을 위해 희생하던 순수한 봉사자였다면, 오늘날의 이장은 개발 이권에 깊숙이 관여하는 풀뿌리 권력으로 변모했다. 이 때문에 요즘 이장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만큼이나 과열 양상을 띤다. 이장 경선을 할 때는 마을 발전을 위한 공약도 내 건다. 주민 간에 편가르기가 벌어지고 표를 얻기 위해 금품을 살포하는 타락 선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장 선거 승패 문제로 형님 아우 하던 사람들이 길에서 만나도 외면하는 일이 일어난다. 심지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거나, 낙선한 후보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서글픈 뉴스까지 들려오는 것이 오늘날의 실정이다.
사람의 본색은 하찮은 자리에서 더 잘 드러난다. 이장이 되어 도움을 청하는 이들의 대접을 받다 보면 아무리 순박했던 사람이라도 겸손을 잃기 쉽다. 적당한 권위가 일 처리를 수월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오만함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기 마련이다. 보잘것없는 권력이라도 쥐는 순간 휘두르고 싶어 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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