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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거치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8일
형효순 수필가

부석사에서도 그랬다. 종교가 없는 딸은 법당에 들어가 합장을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할지 밖에서 서성거렸다. 마음은 부처님께 절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을, 얼마 전까지 교회 다니며 기도드리던 어설픈 신자라는 생각에 이리저리 마음이 성글기만 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앉았다. 모든 일에 끝을 보지 못하고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일까. 멀리 보이는 소백산맥 풍광은 더 없이 아름다운데 까닭 모르게 마음이 서럽기까지 했다. 아마 비워지지 않는 세속의 욕심 때문 일거다.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다니던 선국사를 그만 두었다. 불심 보다 졸졸 흐르는 산골짜기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면서 운치 있게 놓여 있는 바닥 돌을 밟고 올라가던 외진 산길이 좋아서 다녔는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없었을 때는 집에서 가까워 금강굴 마당재를 넘어 지름길로 마을 어르신들을 따라다녔다. 고작 일 년에 서너 번 올랐을 뿐이고 삼천 배는 고사하고 백팔 배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으니 그만 두었을 때도 그냥 저냥 그랬다.
세상사는 동안 의지하고 기도할 수 있는 신神은 있어야 된다는 지인들 뜻에 따라 조상 제사를 지내도 된다는 성당 문을 열었다. 수녀님께서 교리공부를 하자고 성경을 펼치셨는데 자꾸만 번잡한 마음이 생겨 두어 달 수녀님 얼굴만 바라보다 슬그머니 도망쳤다. 어찌 보면 그 곳에서 마주친 아는 분들과 어울려야 하는 형식의 번잡함 때문이었다고 해야 할지.
이번에는 동생의 간곡한 청으로 교회 문을 열었다. 흔들리지 않으리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무조건 믿으리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는 신자들이지 않은가. 하느님 앞에 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누누이 설명하던 지인의 말처럼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 그 쉬운? 것을 나라고 왜 못하겠느냐.
대충 이런 마음으로 오락가락 하면서 일요일만 되면 교회 가지 않으려 핑계거리를 찾았다. 기독교 지인님을 만나면 열심히 교회를 나가야지. 불교 지인님을 만나면 다시 절에를 다녀 볼까.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 같은 변덕스런 마음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종교에서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산을 보면 산을 그리고 싶고, 조각품을 보면 조각을 하고 싶고, 민화를 보면 민화가 그리고 싶은 어쭙잖은 마음만 가득하여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난을 그려보겠다고 서재에 화선지가 어지럽다. 과연 끝을 볼 수 있을는지 부디 마음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무슨 일을 시작하든 십년은 노력해봐야 어느 정도 보일 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면서 취미생활도 종교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교만하거나 게으르거나 절실 하지 않거나 그중 하나이리라. 그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다. 아버지도 자주 그러셨었지.
‘무슨 일을 하던지 끝을 야무지게 하고 살아야 된다. 반거치기처럼 이도 저도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여.’
배흘림기둥에 기대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데 딸이 상념을 흔들었다. 무량수전으로 향한 돌계단을 오르면서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던 딸이었다. 오르고서야 알았다.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소백산맥 경치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는 것을. 부족한 내 글로서는 그 아름다움을 나타내지 못해 유감이다. 솔직히 이곳에서 반거치기면 어떻고 모자라면 어떠하랴. 그 냥 눈물이 나왔다 이처럼 맑은 초여름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과 풍광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에.
문득 나이를 헤아려 보니 한참 내리막길이다. 그러니 남은 생에 종교만큼은 반거치기 노릇은 그만 해야 하지 않을까. 해답이 있을까싶어 부처님 얼굴을 올려다보니 부처건 예수건 모두 네 마음 여하에 달려있는 것 아니냐고 무량수전 아미타불은 빙그레 웃고 계실 뿐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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