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8-08 22:22:2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07:00
·17:00
··
·17:00
··
·16:00
··
·16:00
··
·16:00
뉴스 > 칼럼

북한산을 오르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18일
형효순 수필가

어둠이 깔린 새벽,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길을 찾아든다.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앉아 있다. 일터를 향하여 삶의 피돌기에 나선 이 사람들, 어쩌면 어젯밤 오늘을 위해 충전을 했을 것이고 어쩌면 더욱 힘든 밤을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찍 길을 나섰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가족을 위해서, 태어났으니까 어쩔 수 없어서, 나도 잘 모르는 내 사는 길이라고들 대답하겠지. 평범한 하루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세월이 한참 지나야 했다. 어제도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다는 것, 평범한 일상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바동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럼 나는 무엇을 위해 새벽잠을 떨치고 나섰는가. 북한산이라는 매력 때문에 아직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이유야 어찌 되었건 서울 딸집에 왔다가 대산 산악회에서 북한산 산행을 한다는 남편의 전화에 합류하려고 주저 없이 새벽길을 나섰다.

한 번쯤은 북한산에 올라 보고 싶었다. 젊은 날 서울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모든 문화와 유행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 높은 건물과 끊임없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 우리나라 심장부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노력만 한다면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틈 만 나면 중요한 고적과 건물들을 찾아보면서 서울의 매력 속으로 빠져 들곤 했다. 때로는 서울에서 살아볼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남원을 떠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식들을 통해서 좀 더 들여다 본 서울은 노력만큼 생각만큼 뜻대로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부와 빈곤이, 화려함과 초라함이 함께 하며, 가장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하고 가장 살기 힘든 곳이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래서 사람들은 부지런히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곳, 하긴 돈이 필요하고 유혹적인 곳이 어디 서울뿐이랴. 수 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터지는 곳, 수없이 많은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곳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는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마음 편한지 서울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만큼 산은 점점 낮아지고 도시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맞은 편 인수봉에 등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득한 절벽에서 밧줄하나 의지하며 오르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오르고 난 뒤에 성취감은 본인만 느낄 것이다.
자신의 두 다리로 걷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곳이 산행이다. 오르는 만큼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도 피 할 수 없다. 높은 산에 오른 뒤에야 알 수 있는 삶의 이유는 지리산에서, 설악산에서, 한라산에서도 똑같았다. 권력이 있건 없건 부자건 가난하건 끝내 돌아 갈 곳이 공평하게 하나임을 알게 하는 곳이 산이 아닌지.
점점 서울의 높은 빌딩이 발아래다. 없는 사람에게 항상 위압갑을 주고 부러웠을 빌딩숲과 건물들이 그저 그렇게 보인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산위에서 내려다 본 인생살이는 언제나 허허롭다.
백운대 오르는 바위 길에서 젊은이가 오르기를 포기 한다. 고소공포증에다 울렁증까지 있어 이쯤에서 하산하겠단다. 바로 저 위가 목표지점인데, 하긴 올랐다고 누가 상을 줄 것도 아닌데 불안하면 그만 두는 게 옳다. 나도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영 오르지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살면서 순간순간 두려움은 이보다 몇 배가 더했으니 이를 못하랴.

백운대 정상에 섰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누군가 서울의 찬가를 힘차게 부른다. 그랬다. 아무리 수없이 많은 희노애락이 저곳에 있다 해도, 우리나라의 심장인 서울은 역시 아름답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18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귀농·귀촌으로 다시 뛰는 김제, 지역 활력으로 이어지다  
전주비전대, K-컬처 기술인재 양성 AI 실무연수 성료  
도서관, 책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잇다  
김제, ‘머무름’의 가치를 깨우다… 체류형 관광 이정표 제시  
지역소멸의 시대, 마을의 시간을 기록하다  
정읍시 ‘잘 쓰는 행정’ 선언…재정혁신으로 미래 기반 마련  
고창군, 민선 8기 3년…산업·관광·복지 10대 성과 결실  
김제시,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안전망 확대  
포토뉴스
어반자카파·심수봉부터 AI 판소리까지…전주세계소리축제 `풍성`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대중음악과 전통예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감성 보컬 그룹 어반자카파 
국립민속국악원, 임서연 `강산제 심청가` 완창 무대
국립민속국악원이 판소리 완창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소리 판' 무대를 마련한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예음헌에서 소리꾼  
지역 창작연극 `감정거래소` 8일 우진문화공간 무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하는 창작 연극 '감정거래소'가 오는 8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이번 공연은 전북문화관광재단 
백정신 센터장 ˝청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간 만들겠다˝
삼천생활문화센터가 청년들의 취향 탐색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오늘은 딴짓 좀 하겠습니다 : 기지개 기록'을 운영하며 참가자를 모 
전주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 선정작 `전주-무경` 무대 오른다
전주문화재단의 2026 공연예술지원 사업 선정작인 '박현희 무브먼트'의 창작 한국무용 공연 'RETURN-전주-무경(舞景)'이 오는 8일 전주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