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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을 오르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18일
형효순 수필가

어둠이 깔린 새벽,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길을 찾아든다.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앉아 있다. 일터를 향하여 삶의 피돌기에 나선 이 사람들, 어쩌면 어젯밤 오늘을 위해 충전을 했을 것이고 어쩌면 더욱 힘든 밤을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찍 길을 나섰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가족을 위해서, 태어났으니까 어쩔 수 없어서, 나도 잘 모르는 내 사는 길이라고들 대답하겠지. 평범한 하루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세월이 한참 지나야 했다. 어제도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다는 것, 평범한 일상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바동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럼 나는 무엇을 위해 새벽잠을 떨치고 나섰는가. 북한산이라는 매력 때문에 아직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이유야 어찌 되었건 서울 딸집에 왔다가 대산 산악회에서 북한산 산행을 한다는 남편의 전화에 합류하려고 주저 없이 새벽길을 나섰다.

한 번쯤은 북한산에 올라 보고 싶었다. 젊은 날 서울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모든 문화와 유행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 높은 건물과 끊임없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 우리나라 심장부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노력만 한다면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틈 만 나면 중요한 고적과 건물들을 찾아보면서 서울의 매력 속으로 빠져 들곤 했다. 때로는 서울에서 살아볼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남원을 떠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식들을 통해서 좀 더 들여다 본 서울은 노력만큼 생각만큼 뜻대로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부와 빈곤이, 화려함과 초라함이 함께 하며, 가장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하고 가장 살기 힘든 곳이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래서 사람들은 부지런히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곳, 하긴 돈이 필요하고 유혹적인 곳이 어디 서울뿐이랴. 수 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터지는 곳, 수없이 많은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곳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는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마음 편한지 서울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만큼 산은 점점 낮아지고 도시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맞은 편 인수봉에 등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득한 절벽에서 밧줄하나 의지하며 오르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오르고 난 뒤에 성취감은 본인만 느낄 것이다.
자신의 두 다리로 걷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곳이 산행이다. 오르는 만큼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도 피 할 수 없다. 높은 산에 오른 뒤에야 알 수 있는 삶의 이유는 지리산에서, 설악산에서, 한라산에서도 똑같았다. 권력이 있건 없건 부자건 가난하건 끝내 돌아 갈 곳이 공평하게 하나임을 알게 하는 곳이 산이 아닌지.
점점 서울의 높은 빌딩이 발아래다. 없는 사람에게 항상 위압갑을 주고 부러웠을 빌딩숲과 건물들이 그저 그렇게 보인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산위에서 내려다 본 인생살이는 언제나 허허롭다.
백운대 오르는 바위 길에서 젊은이가 오르기를 포기 한다. 고소공포증에다 울렁증까지 있어 이쯤에서 하산하겠단다. 바로 저 위가 목표지점인데, 하긴 올랐다고 누가 상을 줄 것도 아닌데 불안하면 그만 두는 게 옳다. 나도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영 오르지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살면서 순간순간 두려움은 이보다 몇 배가 더했으니 이를 못하랴.

백운대 정상에 섰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누군가 서울의 찬가를 힘차게 부른다. 그랬다. 아무리 수없이 많은 희노애락이 저곳에 있다 해도, 우리나라의 심장인 서울은 역시 아름답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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