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미쳐 날뛰는 월드컵의 마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6월 22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축구라는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자칭 ‘축구 광’인 나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삶의 가장 뜨거운 카타르시스다. 공 하나로 국경과 언어, 문화의 벽을 허물며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이 거대한 문화적 흐름에 인류는 왜 이토록 미쳐 날뛰는 것일까. 축구는 전후반 90분 내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약팀이 강팀을 꺾는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골이 터지는 순간 팬들의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친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하나가 되어 그라운드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강한 소속감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발끝에서 시작되는 이 역동적인 움직임은 보는 이의 모든 감각을 일깨우며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심지어 축구는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기적을 일궈내곤 한다. 축구 덕분에 목숨을 건진 거짓말 같은 실화가 있다. 영국 버밍엄의 축구팬 칼 토머스는 차고 근처에서 칼을 든 강도를 만났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강도의 옷에 새겨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로고를 보았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강도에게 축구 이야기를 건넸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강도는 흉기를 내렸다. 이후 칼 토머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전술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화에 몰입한 강도는 어느새 살기를 잃은 채 함께 축구 논쟁을 벌였고, 두 사람은 무려 1시간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결국 칼 토머스는 축구 덕분에 상처 하나 없이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90세의 아르헨티나 출신 할머니 에스더 쿠니오의 자택에 무장대원들이 들이닥쳤다. 인질로 끌려갈 위기 속에서 대원들이 살해 위협을 가하자, 할머니는 자신이 아랍어를 모르는 아르헨티나 출신임을 간곡히 설명했다. 대원들이 아르헨티나가 무엇이냐고 되묻자, 할머니는 “나는 리오넬 메시의 나라에서 왔다”라고 답했다. ‘메시’라는 이름이 나오자 대원들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축구에 열광하던 무장대원은 할머니의 무릎에 총을 얹고 다정하게 기념사진까지 촬영했고, 덕분에 할머니는 인질로 끌려가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세계인은 왜 영국에서 시작된 이 공놀이에 이토록 열광하는가. 답은 인간의 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아이조차 굴러다니는 공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발을 뻗는다. 신체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발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행위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유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진화적 이끌림, 신체적 피드백, 그리고 정신적 해방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심리학적·신경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다. 지금 지구촌은 다시 한번 월드컵의 열기로 들끓고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 월드컵의 전 세계 시청자는 무려 6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성별과 종교, 소득 수준과 이념의 장벽을 통째로 초월해 인류를 이토록 하나로 묶는 대상은 오직 월드컵뿐이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A조에 속해 격전을 치르고 있다. 체코와의 개막전에서 2-1로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두었으나,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0-1로 아쉽게 패하며 조기 32강 확정의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비록 기대했던 조 1위 자리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32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있다. 운명의 날인 오는 25일 오전, 한국팀은 남아공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펼친다. 최소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하지만, 만에 하나 남아공에 패배한다면 멕시코와 체코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멕시코가 체코를 꺾으면 한국은 조 3위가 되어 다른 조 3위 팀들과 성적을 비교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반대로 체코가 멕시코를 이기면 한국은 조 4위로 추락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조기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밤을 지새우며 붉은 함성을 외치는 수많은 축구광의 염원이 저 멀리 북중미의 그라운드까지 닿을 것임을.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남아공을 당당히 꺾고 승리의 포효를 내지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32강을 넘어 16강, 8강, 그 이상의 신화를 다시 한번 써 내려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파이팅!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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