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6-26 17:27:1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7:00
··
·17:00
··
뉴스 > 칼럼

숙제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25일
유인봉 시인 / 수필가

요즈음은 인사법도 유별나다. 카톡이 인사까지 대신하는 나라다. 요란하게 카톡이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삼수 도전 끝에 지역문화예술육성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명단을 보고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삼 년 전쯤, 시가 무엇이고 수필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몇 년간의 졸작을 모아 출간한다고 하니 아내가 남들처럼 지원금을 받아서 책을 내지 왜 생돈을 들여 책을 내느냐며 응원 반, 핀잔 반, 타박을 한 적이 있다. 그런 탓에 언젠가는 남들처럼 나도 한번 나랏돈을 지원받아 출간하고 싶다는 부러움을 품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정을 아내에게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내도 창작지원금을 받게 되었다니까 잘된 일이라며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약간은 들뜸과 기쁨으로 기분 좋은 하룻밤을 보냈다.

들뜨고 기분 좋은 시간은 거기까지였다. 이튿날이 되자 그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마음에 묵직한 부담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소화가 되지 않아 체기가 있는 사람처럼 가슴도 답답하고, 등짐을 지고 있는 듯 어깨가 무겁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올해 시집을 내리라 마음은 먹었지만 아직 시집을 낼 작품 분량도 부족하고, 이미 써 놓은 글도 부족함과 모자람이 가득했다. 나름 서너 번의 퇴고를 해 두었건만 보면 볼수록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이기만 했다. 어느 선배 시인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해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면 6월 이내에 인쇄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둘러 준비해야 가을 중에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다고 했다. 자비를 들여 책을 낼 때에는 이런저런 부담 없이 작업을 마무리하곤 했는데, 정작 지원금을 받아 하는 일이라 그런지 부담스럽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선정되기 전에는 지원금이 공돈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선정되고 보니 짐이 되고 마는 부담스러운 숙제로 여겨졌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그것도 정해진 기한 내에 창작집 한 권을 발간해야 하는 책임과 평가가 뒤따르는 무거운 숙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하물며 나랏돈인들 오죽하겠는가. 반드시 지원 조건을 이행해야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의무까지 져야 한다.

지역문화예술육성사업 지원금은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사업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재정을 도움받아 사용하는 돈이기 때문에 이행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반대급부로 주어지기 마련이다. 이 도움과 기회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을 것이다. 운 좋게도 그중에서 내가 선택된 것 아닌가.

경험을 통해 익혀 둔 것이 있다. 눈물을 흘리고 나면 슬픔도 아픔도 사그라들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 가벼움은 게으름을 낳고 무사안일 쪽으로 데려가곤 했다. 하지만 상을 받거나 성과를 내어 축하를 받게 되면 다음에는 반드시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 같은 것이 따라왔다. 그러나 책임과 의무감은 다시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

그때의 간절했던 마음으로 돌아가자. 어차피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이상 좋은 책을 만들어 보자. 작품에 더 열중해 보고 퇴고도 몇 번 더 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니 누군가를 위한 더 좋은 글을 담고 그 결과를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부담을 설렘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25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일하는 노후, 함께 만드는 따뜻한 김제  
12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정 결산  
<민선 12년 성과> 심 민 임실군수 12년, 임실은 이렇게 달라졌다  
현장 속으로! 시민과 함께! 전주시의회  
경력단절 여성의 재도전, 익산새일센터가 함께한다  
‘풍천장어와 함께 제23회 고창 복분자와 수박축제’  
김제,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으로 ‘문화 활력 도시’ 도약  
장애인 삶의 장벽 허문다… 정읍시 포용복지 본격화  
포토뉴스
전주문화재단, 폐전자제품 재활용으로 ESG 경영 실천
전주문화재단이 폐전자제품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활동에 나서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강화한다.전주문화재단은 자원순환 전문기 
노복환 개인전 `기억의 결, 시간의 맛` 서울서 개최
서예가 노복환 작가의 개인전 '기억의 결, 시간의 맛'이 오는 28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열린다.이번 전시는 40여 년간 한 
전주 전통한지 후계자 육성 결실
전주한지의 전통 제조기술을 계승할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통문화산업의 핵심 자산인 전주한지의 명맥을 이어갈 차세 
완주 청소년들, 싱가포르서 미래 진로 설계
완주지역 청소년들이 싱가포르에서 첨단 과학기술과 미래산업 현장을 체험하며 글로벌 진로 역량을 키웠다.전북특별자치도완주교육지원청은 19일 완주교 
600년 팽나무 지키는 시민들의 약속
군산 하제마을의 상징인 600년 된 팽나무를 지키기 위한 시민 문화행사가 오는 27일 열린다.전북작가회의와 팽나무 팽팽문화제 조직위원회는 오는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