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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 김계식
사랑 농사가 별것이오리까
이렇게 새로운 봄이 되면 너의 바람<願>이 나에게 와서 새로운 촉이 되고 나의 바람<願>이 너에게 가서 아름다운 꽃이 되려는 마음 굳혀
무덥고 후텁지근한 긴 여름에 한바탕 흐드러진 섞임으로 너를 찾을 수 없고 나를 찾을 수 없는 온전한 하나로의 뒤섞임
온갖 결실을 겨룸하는 가을마당에 우리라는 토실토실한 열매로 온갖 정과 그리움과 사랑을 견줌에 심신 가벼이 드러낸 아름다운 모습
한 해를 갈무리하는 겨울에는 너와 나로 가를 수 없는 우리 돌돌 나이테로 감아 담은 아름다운 사연 되짚으며 다음 해의 꿈을 곱게 그리는 것이지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너와 나」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의 교류로 그리지 않고, 한 해의 농사와 자연의 순환에 빗대어 보여주는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인은 사랑을‘농사’라는 삶의 근원적인 행위에 연결함으로써, 사랑 또한 씨를 뿌리고 가꾸며 견뎌내야 하는 과정임을 말한다. 특히“너의 바람이 나에게 와서 새로운 촉이 되고 / 나의 바람이 너에게 가서 아름다운 꽃이 되려는 마음 굳혀”라는 표현은 서로의 소망과 마음이 교차해 새로운 생명을 틔우는 사랑의 본질을 잘 드러냈다. 시의 큰 미덕은 계절의 흐름을 따라 사랑의 성숙 과정을 자연스럽게 형상화한 점에 있다. 여름에서는“온전한 하나로의 뒤섞임”을 통해 뜨겁고도 치열한 사랑의 결합을 보여주고, 가을에서는“토실토실한 열매”라는 표현으로 사랑의 결실과 풍요를 노래한다. 이어 겨울에서는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 세월을 함께 견딘 존재들의 깊은 연대와 삶의 무늬를 담아냈다.“돌돌 나이테로 감아 담은 아름다운 사연”이라는 구절은 시간이 쌓여 관계의 깊이가 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시는 사랑을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사계절처럼 순환하고 익어가는 생명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수사보다 잔잔한 언어를 통해 동행의 의미를 깊이 있게 전한다. 결국, 사랑이란 함께 시간을 견디며 다음 계절의 꿈을 준비하는 일임을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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