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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미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04일
이택규 대전경찰청 안보자문위원, 한국수상안전협회 부회장

작년 베이징을 다녀온 뒤, 나는 놀라움 속에서 한 편의 칼럼을 썼다. 제목은 『중국의 혁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일류로 도약 예고』였다. 그때만 해도 나의 관찰은 인상 깊은 체험에 바탕을 둔 기대와 전망에 가까웠다. 그러나 9개월 만에 다시 찾은 중국 시안은, 그때의 감탄을 한층 더 선명한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내와 함께 걷는 시안의 거리에서 나는 한 도시의 현재보다 한 나라의 미래를 먼저 보았다. 이곳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는 역사 도시가 아니었다. 천년 고도 장안의 역사 위에 첨단의 속도를 입힌 시안은, 오늘의 중국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AI 실증 실험실 같았고, 그 실험은 이미 시범 단계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람이 하던 역할을 AI와 로봇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로를 누비는 무인 택배차와 호텔의 서빙 로봇, 그리고 유적지에서 실시간으로 역사를 해설해 주는 AI 안경은 이제 더 이상 생소한 풍경이 아니었다. 기술이 미래의 거창한 담론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삶을 움직이는 지극히 당연한 문법으로 정착해 있었다. 한 사회가 신기술을 수용하고 일상화하는 속도와 규모에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 시안은 장안이다. 수많은 중국 왕조의 기억을 품은 공간이자 동서 문명이 만나는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서, 한때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던 곳이다. 그런 역사적 무게를 지닌 공간 위에 첨단 미래 도시의 풍경이 겹쳐지는 모습은 묘한 상징성을 띤다. 과거의 장안이 세계를 향해 열린 관문이었다면, 오늘의 시안은 미래를 향해 한발 먼저 나아가는 전초기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역사는 동일한 모습으로 되풀이되지는 않지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옛 중심의 기억을 되살리곤 한다. 당나라 시대 장안이 서역과의 교역으로 번영을 이루었듯, 오늘의 시안 또한 데이터와 플랫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길 위에서 또 다른 문명의 축을 모색하고 있다. 눈앞의 풍경은 단순한 도시 발전을 넘어, 멀지 않은 미래에 재편될 세계 질서의 한 단면을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기술 그 자체보다 사회 전체의 운영 방식이다. 세계 각국이 규제와 이해관계, 제도적 갈등 속에서 속도를 조절할 때, 중국은 실제 도시 전체를 거대한 실험장으로 삼아 기술을 삶의 현장으로 과감히 밀어 넣고 있다. 시행착오를 무릅쓰고 펼치는 이 거대한 실행력은 세계의 모든 나라에 깊은 긴장감과 시사점을 던져준다.
시안에서의 시간은 작년 베이징에서 느꼈던 감탄이 결코 일시적인 잔상에 그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질문은 시안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미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술을 주도하며 그 미래를 일상 속으로 앞당겨 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정의 끝에서 마음은 벌써 또 다른 도시로 향한다. 수천 대의 무인 택시와 드론 택배가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쌓아 올리며, 자율주행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선전이 바로 그곳이다. 시안에서 확인한 미래의 윤곽이 선전에서는 또 어떤 선명한 표정으로 다가올지 자못 기대가 크다.
시안에서의 여정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옛 문명의 중심에서 미래의 행보를 미리 가늠해 본 뜻깊은 시간이었다. 장안의 깊은 역사적 층위 위에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쌓아 올리고 있는 중국. 그 거대한 변화의 흐름 앞에서, 작년 베이징에서 품었던 놀라움은 이제 시대를 관통하는 깊은 화두와 울림으로 남는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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