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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한 사람이 또 하나의 119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1일
정경수
전주완산소방서 효자119안전센터 1팀장 소방경

며칠 전, 탁구 대회에 참가하던 중 한 참가자가 갑자기 쓰러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경기장을 누비던 사람이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다. 심정지가 의심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소방관인 몸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동안 반복해 온 교육과 훈련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 눈앞에 놓인 순간,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하나뿐이었다.‘살려야 한다.’
주변에 있던 선수들도 용기를 내 먼저 다가갔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119에 신고하며,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그리고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심정지 상황에서 1분 1초는 매우 중요하다. 반응과 정상 호흡을 확인한 뒤 즉시 119에 신고하고,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요청하며, 가슴압박을 시작하는 초기 대응은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인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행동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누구나 119의 안내를 받으며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재난과 사고의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최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는 한순간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며 재난의 참혹함을 보여주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재난 소식은 사망자와 실종자 수라는 숫자로 먼저 다가온다. 그러나 그 숫자 하나하나에는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누군가와 함께했던 소중한 일상이 있다. 수많은 생명이 소중하듯, 단 한 사람의 생명 역시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한 사람이다.
그날 경기장에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의 생명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환자 한 명 한 명 역시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자 삶의 전부다.
그렇기에 119가 도착하기 전 현장에 있는 이웃의 역할이 중요하다.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자동심장충격기의 위치를 알아두며, 위급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119에 신고하는 것. 이러한 평소의 작은 준비가 위급한 순간에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시민 한 사람이 또 하나의 119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소방서 청사 위에는 ‘생명존중 119’라는 불빛이 켜져 있다. 그 불빛은 시민들에게는 안심의 메시지가 되고, 소방관들에게는 초심을 되새기는 다짐이 된다. 어떤 현장에서도 생명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누군가의 절박한 순간에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는 약속이다.
그날 나는 다시 배웠다. 생명을 살리는 힘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 위급한 순간에는 누구나 당황하고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딛는 용기는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상으로 이어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청사 위 밝게 빛나는 ‘생명존중 119’의 불빛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한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누군가의 절박한 순간에 먼저 손을 내미는 이웃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일상은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는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미는 데서 시작된다. 그 작은 용기가 소방관과 우리 이웃을 잇고, 우리가 함께 지켜 가야 할‘생명존중 119’의 약속이 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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