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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후반 교육기관 체계가 필요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3일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일하는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기술이 정신 못 차릴 정 도로 발전하면서 노동시장의 수요도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10대말부터 20대까지 받은 대학교육을 기반 으로 60대까지 일하다 은퇴하는 생애주기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현재 대학은 생애전반 교육기관으로서만 기능하고 있다. 기술변화와 노동시장 수요에 따 른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점은 대학개혁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안 되고,체계적인 생애후반 교육을 전 담할 새로운 교육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교육개혁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으므로,여기서는 생애후반 교육기관에 집중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현재 교육기관은 초등•중•고등•대학교 체계로 되어 있다. 이 체계도 사회적 수요에 따라 역사적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대학교 이후 교육기관을 가칭 ‘전환학교라 하자. 진로와 경력을 전환하기 위한 교육 을 제공하기 때운이다. 이 기관에서 행해질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자.
전환학교에서는 직업교육이 주가 될 것이다. 대학교육 또는 이에 준하는 전문직업교육을 받고 20년 이상 일하 다가 그동안 해오던 일과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전환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이미 직업경험이 있고 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적 기능을 습득한 사람들이다. 또한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 여러 젊은 시절의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다.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들의 나이는 주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 반이 될 것이다. 50대 중반이 지나면 사랑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기억력을 포함한 학습능력이 쇠퇴하여 교육에 투자한만큼 열매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운이다.
전환학교의 교육은 기존 교육과 달라야 한다, 먼저 교육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무엇보다도 과학기술과 산 업의 변화를 반영한 최신 교육이어야 한다. 이 말이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얼마전 졸업후 50년이 지난 자연과학대학 동기들이 만나 대화하는 자리에서 필자는 1970년대 한국의 엘리트들이 모인 대학에서 왜 우리는 이미 1920년대에 검증된 가설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갔는가라고 한탄하듯 물었는데,다수가 공감 했다. 이는 학생운동하느라 공부를 게을리한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공대쪽에서도 비슷한 액락에서 반도체시대에 진공관을 배우느라 시간낭비한 푸념을 들을 수 있다. 물론 당시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고 이른바 개발도상국이었다. 전환학교는 보편적 교육 아닌 특화된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앞으로 생애후반에 먹고 살 일,잘 할 수 있는 일,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학생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전공과 교과과정의 틀을 유연하게 설정하여 학생 본인의 선택폭을 넓혀야 한다.
교육방법에 대해 얘기해보자.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사랑들이 모였으니 대화식 토론에서 얻을 게 많 다. 그런 점에서 대면강의에 이정이 있다. 그러나 대면강의에 따른 비효율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비대면 강의를 어 느 정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이 전환학교를 필요로 할까. 예를 한두가지 들어보자.
임상진료를 하던 안과의사 A씨는 이제 사회적 인정이나 경제적 안정에 신경을 덜 써도 되겠다고 느껴서 인생 후반에 더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많은 동물의 질병을 연구하고 진료하는 의사가 된다든지. 물론 기 존 수의과대학에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수의과대학의 교과과정에는 의사 A씨에게 필요 없는 것도 있고, 본인이 꼭 배우고 싶은 것이 없기도 하다. 전환학교 •동물의학과•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한 교육과정율 설계하여 제공할 수 있다.
신문사 편집국장 B씨와 방송국 보도국장 C씨는 서로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종이매체나 공중파는 갈수록 매체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B씨와 C씨는 명절 때 시골 고향에 다녀왔다. B씨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부럽 다. 친구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땅에 나무를 키워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C씨는 소싯적부터 시골에서 농사 만 짓고 살아온 사촌형이 부럽다. 사존형에게는 경작하는 논과 밭이 있고,자녀들이 명절과 수확철에 꼭 1박2일로 들러간다. B씨와 C씨는 임업이나 농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다. 고령화되 는 농촌에서 외국인노동자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최신 기술이나 기계를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사업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농업에 대해서도 기술이나 기계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전환학교 •테크농업학고卜 에서는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과정과 실습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도 공공기관과 대학이 제공하는 성인학습이나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은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중년인 구 다수가 진학하는 체계적인 생애후반 교육기관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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