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지 않는 피해자가 더 걱정스럽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27일
안승희 김제 백산파출소장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보면 신고된 사건보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이 더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피해를 입고도 누구에게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감당하고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고령의 주민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거나 부당한 일을 겪고도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서,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혹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다.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피해를 당한 뒤에도 “내가 어리석어서 당했다”며 자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범죄의 책임은 피해자가 아니라 사람의 믿음과 약점을 악용한 가해자에게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침묵이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피해를 숨기다 보면 같은 수법에 다시 노출될 수 있고, 주변 사람들 역시 위험을 알지 못한 채 비슷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농촌지역은 오랫동안 형성된 이웃 간 신뢰와 정이 살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 때문에 오히려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잘 아는 사람과의 금전 문제이거나 이웃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신고를 결심하기까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경찰의 역할은 신고가 접수된 사건을 처리하는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고, 작은 피해나 의심스러운 상황도 주저없이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경찰관의 짧은 인사와 관심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평소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을 겪었다면 혼자 판단하거나 참지 말고 가까운 경찰관에게 이야기해 주시길 바란다. 범죄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도 괜찮다.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경찰이 알지 못하는 피해는 보호의 손길이 닿기 어렵다. 그렇기에 경찰은 주민들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먼저 안부를 묻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고할 용기가 부족한 사람을 탓하기보다, 누구나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찰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예방치안의 출발점이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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