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22>지금 이 순간
-Now Here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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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의 주변, 바로(now) 여기(here)에 진리가 있고 청산이 있으니 말이다.
고려 시대 평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에 <청산별곡>이 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창작 연대와 작가가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문맥으로 보아 고려 후기 무신의 집권과 몽골의 침입으로 고려 전체가 내우외환으로 시달리던 시기로 추정되고 있다. 무신들의 횡포와 원의 세력에 기댄 권문세족들의 수탈로 많은 백성들이 농토를 버리고 이 저곳으로 유랑하던 시기이다. 때문에 이 노래에서의 ‘청산’은 좌절과 절망의 세속을 떠나 어디엔가 숨어들어 살고 싶어하던 고려 민중들의 현실도피 공간이 아닌가 한다.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주변 상황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그런 건 아니다. 예외적으로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으려 그에 맞서 도전한 이들도 있다. 여기에 인간의 가치, 인간의 위대성이 있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의 긍정적 낙관론과 극복 의지, 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또 다른 길을 찾아 끝없이 도전하여 마침내 역경(逆境)을 순경(順境)으로, 레드오션(red ocean)을 불루오션(blue ocean)으로 전환시킨 의지의 승리자들이 있다. 이들은 말한다. ‘도처(到處)가 청산(靑山)’이고 불루오션이라고. 그러기에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자들에게는 실패는 있을지언정 결코 좌절이 없기에 항시 새로운 희망이 있다. 그들은 삯군이 아니다. 일거리를 찾아 삯군을 부리는 주인으로 매사에 임한다. 그러기에 도처가 청산이요 일터이다. 아무 것도 없는 불모의 사막에 꽃을 피우고 우물을 파서 먼 길에 지친 나그네에게 물을 먹이고 안식처를 제공한다. 가는 곳마다 객이 아닌 주인이 되어 서 있으니 살아 있음이 곧 축복이요 즐거움인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의 주변, 바로(now) 여기(here)에 진리가 있고 청산이 있으니 말이다. 수행승들에게 주는 오래된 불가(佛家)의 법문에 ‘네 발밑을 살펴보라’는 조고각하(照顧脚下)’가 있다. 도(道)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네 발밑에 있다는 것이다. 신발만 가지런히 벗어 놓아도 그게 수행이요 도에 이르는 길이라 하니, 도(道)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일상의 그곳이 극락이고 도라는 것이다. 해인사 장경판전 주련에 ‘깨달음의 도량이 어디인가((圓覺度場何處)’ 그 답이 맞은 편 기둥에 새겨져 있다. ‘생사(生死)가 있는 지금(現今生死卽時)’이곳이 곧, 도량(道場)이라고 길을 찾고/ 집을 찾아/ 헤매고 다녔건만 길이 곧 집이었고/ 사람이 곧 하느님이었음을 들이 쉬고/ 내 쉬는/ 한 호흡 / 그 찰라 속에 길도 집도/ 다 들어 있었음을 - 졸시 <한 호흡> 전문 지금(now) 이곳(here)에서 도를 놓친 자는 그 어디에서도 도를 찾을 수가 없다. ‘now here‘가 ’nowhere‘가 된 셈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생각, 당신의 행동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말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에 있는 C(Choice)의 연속이라고. 그러니 과거의 일에 연연하지도 말고, 내일의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 한다.. 중국인들의 ‘어제의 비로 오늘의 옷을 적시지 말고, 내일의 비를 위해 오늘의 우산을 펴지 마라’는 속담도 ‘지금 이 순간’을 잘 살펴 도의 길에 다가가라는 깨우침이다. 인생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어두운 밤길 같은 세상, 어찌해야 안전하게 걸어 도에 이를 수 있을까? 그에 대해 지금 이 순간 네 발 밑을 잘 살펴 도의 길로 가라한다. 이것이 선인들이 우리에게 주는 법문이다. 어제의 태양으로 오늘의 옷을 말릴 수 없으니 하는 말이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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