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과 가고파
심프슨부인을 반려로 삼기 위해 왕관을 버린 영국의 원저공의 세기적인 사랑처럼 이은상 또한 사랑을 위해 직장과 고향을 버렸던 한국적 사랑의 화신이 아니었을까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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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파’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노산 이은상 시인은 1903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1923년 상경하여 연희전문학교 문과 수료, 1927년 일본와세다대학 사학부 수료, 1931년 이화여전 교수를 비롯하여 이후 동아일보기자, 조선일보사 출판국 주간을 역임하였다. 일제 탄압이 극심한 암흑기에는 붓을 꺾고 은거했으나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루다 광복과 더불어 출옥하였다. 192년대 후반부터 가람 이병기 시인과 더불어 시조부흥 운동에 앞장 서 시조의 현대화에 크게 공헌, 우리에게 역사의 혼을 심어준 민족주의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30년대부터 “짧은 형식의 시가는 짧은 두어 마디의 말 가운데 인정의 기미를 건드리고 끝나야 하는데 시조의 3장은 너무 낭비”라 하여 중장을 생략하는 양장(兩章)시조를 시도해 보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개인의 서정보다 사회적 현실에 바탕을 둔 국토예찬이나 조국분단의 아픔, 우국지사의 추모 등을 읊었다. 가곡으로 불리었던 「그 집 앞」,「성불사의 밤」 등도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노산의 대표작은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가곡 「가고파」라 하겠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이은상. 「가고파」 부분
이 노래는 본래 10수로 연작 시조인데, 김동진 작곡자가 20세가 되던 해에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로 시작되는 향수 어린 싯구(詩句)에 감동을 받아 작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고파’ 라는 제목 아래에 ‘내 마음 가 있는 그 벗에게’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어릴 적 함께 놀던 벗들과 고향에 대한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고파’에는 다음과 같은 로맨스가 전해오고 있다. 마산 출신 이은상 씨는 서울에서 신문배달을 해가며 고학으로 연희전문학교를 나왔고,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한 뒤 한 때 동아일보 학예부 기자생활을 하였다. 취재차 당시 조선전업사 사장 독고씨를 그의 집으로 만나러 갔는데 독고씨의 부인을 만나보니 그녀는 그가 연희전문학교 때 신문배달을 하던 시절 아침마다 대문 앞에서 서로 신문을 주고받던 여학생이었고 그들은 서로 사모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하나는 가난한 시골 고학생이고 하나는 장안의 부잣집 딸이란 신분상의 차이 때문에 서로가 눈물로 단념한 사이였다. 이은상 기자는 그녀의 남편 독고씨가 회사에 출근한 틈을 타서 옛날 애인과 밀회를 가졌고 그사이 옛정이 싹트고 사랑의 불꽃이 타올랐으나 상대방은 여염집 가정부인이었기 때문에 현실의 벽을 무너뜨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은 둘이서 줄행랑을 치는 일뿐이었다. 이은상씨는 동아일보를 그만두고 옛 애인과 함께 중국 상해로 줄행랑을 쳤다. 세인의 눈을 피해 상해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그들은 얼마 후 고국에 돌아왔으나 남의 부인을 빼앗아 도망친 사람이란 따가운 눈초리 때문에 서울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고향인 마산으로 갈 수도 없어서 낯선 전라도 광주로 내려 와 살았다고 한다. 후회 없는 일생을 살아가면서도 고향 마산의 남쪽바다 그 파란 물이 꿈엔들 잊혀졌겠는가? 그의 명작 「가고파」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된 간절한 그의 사향곡(思鄕曲)이다. 심프슨부인을 반려로 삼기 위해 왕관을 버린 영국의 원저공의 세기적인 사랑처럼 이은상 또한 사랑을 위해 직장과 고향을 버렸던 한국적 사랑의 화신이 아니었을까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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