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밥
한 그릇의 밥 앞에서 감사할 줄 모르고 옷깃을 여밀 줄 모르는 사람은 그 누구 앞에도 설 자격이 없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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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소리 중의 하나가 부엌에서 저녁밥을 지을 때 나는 소리다. 도마에 칼 부딪치는 소리, 된장찌개 끓는 소리, 밥솥이 가쁜 숨을 토해내는 소리는 그야말로 음표 없는 노래다. 먹을 것이 없어서 가난했던 때 밥은 꿈이었다. 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입이 먼저 벌어졌다. 그 시절, 어른들에게 드리는 인사말은 ‘밥 잡수셨어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밥 먹었냐?’ 또한 친지들은 ‘너네들은 밥이나 먹고 사느냐?’였다. 밥을 거르지 않는다는 것은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낸다는 뜻으로 통했다. 한 그릇의 밥은 접대의 의미도 있다. 예전에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밥 한 상을 차려 대접하기도 했다. 또한 밥시간에 친구의 집을 방문해도 숟가락 하나 더 놓아 함께 밥을 먹곤 했다. 그 시절의 어머니들은 불시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밥을 넉넉하게 해두었다. 밥이 접대의 의미를 갖는 것은 다른 데에도 있다. 사잣밥이다. 사람이 죽었을 때 차라는 사잣밥은 실체가 없는 저승사자에게 하얀 쌀밥을 대접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에서 조상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 그렇다고 하지만,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일을 하다가도 때가 되면 밥 먹자며 일어선다. 사람은 만나자는 이야기도 흔히 ‘밥이나 같이 먹자’라는 말로 대신한다. 가족은 밥을 함께 먹는다는 의미의 식구食口다. ‘함께 먹는 입’이라는 뜻이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훈훈한 뜻을 갖고 있다. 식구가 확장되면 한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된다. 상사, 친구, 애인할 것 없이 밥을 함께 먹음으로서 인간관계는 돈독해 진다. 혼자 먹는 밥이란 허기를 면하고자 먹는 밥일 뿐이다. 똑같은 쌀로 만든 밥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목구멍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밥 이름이 달라진다. 임금이 드시면 ‘수라’, 양반이나 윗사람이 드시면 ‘진지’, 하인이나 종이 먹으면 ‘입시’, 심마니들이 먹으면 ‘무리니’, 귀신이 먹으면 ‘메’라고 한다. 상황에 따라 밥의 의미는 달라진다. 부모와 함께 먹는 한 그릇의 밥은 존경이다. 친구와 함께 먹는 한 그릇의 밥은 우정이다. 애인과 함께 먹는 한 그릇의 밥은 사랑이다. 이웃과 함께 먹는 밥은 친화다. 그러나 갑을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먹는 밥의 의미는 위험 그 자체다. 잘못되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진다. 한 그릇의 밥을 잘 못 먹는 것은 차라리 굶는 것만 못하다. 오늘도 우리는 밥을 먹는다. 밥은 삶에서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밥그릇 싸움이다. 인구가 많아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도처에서 밥그릇 싸움이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노점상끼리 벌이는 자리다툼에서 부터 정당 간의 우위다툼 등 다양하다. 크게는 국가 간에 일어나는 전쟁을 비롯해서 석유 자원을 놓고 다투는 것 등은 결국 밥 그릇 싸움이다. 한 그릇의 밥 앞에서 감사할 줄 모르고 옷깃을 여밀 줄 모르는 사람은 그 누구 앞에도 설 자격이 없다. 밥알 하나하나가 천지조화 빚어 만든 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사 시간은 하늘에 드리는 제사이며, 만복의 기쁨을 알게 하는 시간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내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남의 밥그릇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허기진 자에게 한 그릇의 밥은 꽃보다 향기롭다.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땅을 파고 씨를 뿌려야 한다.
/정성수 전주비전대학교 교수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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