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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의 의미, 希望峰 (上)

골짜기와
능선마다
서린 역사와
전설들은
궁금증을
부채질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4월 03일
ⓒ e-전라매일
15C 동방을 향한 유럽인들의 집념은 대단했다. 이스탄불까지 이어지는 육로의 실크로드가 오스만투르크(터키)의 등장으로 차단되자 그 차선책으로 앞다퉈 해로를 개척하게 된다. 1488 바르톨로뮤 디아스(1450~1500)는 포르투칼의 국왕 주앙 2세로부터 동방의 전설적인 기독교 국가 에티오피아의 발견을 명령받는다. 그 결과 아프리카 서해안 탐험을 계획하여 남단을 항해하던 중 폭풍으로 그만 중단하고 만다.
당시 그곳은 해류의 급변과 거침없는 바람 특히 폭풍이 심하다고 해서 ‘폭풍의 곶’이었지만, 국왕은 오히려 인도로 가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하여 ‘희망의 곶(Cape of Good Hope)’으로 불렀다. 오늘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남단이다. 마침내 향료의 낙원 인도로 가는 인도 항로의 개척과 함께 대항해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그 결과 보상은 엄청났다.
이처럼 남아공의 남단은 인도로 가는 희망봉이었다면 모악산은 호남의 희망이 되고 있다. 산 정상의 큰 바위가 마치 아이를 보듬은 어미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모악산(母岳山, 엄 뫼, 큰 뫼, 793m)’이다. 이 산은 이름 그대로 지역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북동-남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동쪽 사면을 제외하면 대체로 완만한 가운데 동쪽에서 발원한 계곡물은 구이저수지에 흘러든 뒤 삼천천을 이루어 전주를 가로지른다. 서쪽에서 발원하는 두월천·원평천은 동진강에 흘러들며, 김제 벽골제의 수원이 되기도 한다. 계곡물이 만든 구이저수지(동), 금평저수지(서), 안덕저수지(남)와 불선제‧갈마제‧중인제(북) 등의 용수는 모두 너른 김제 만경평야의 젖줄이 되어 나라의 곡간을 풍성하게 한다.
이순신 장군의 해상봉쇄로 식량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갖은 고생과 함께 승기를 놓쳤다고 판단한 임진 전쟁의 왜군은 1597년에 다시 조선을 침략한다. 소위 ‘정유재란’이다. 조선의 식량원이 되고 있는 호남지방을 집중공략 하기 위해서였다(若無湖南 是無國家). 그 결과 호남이 유난히 피해가 컸던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각종 문화재의 소실 및 도굴 그리고 수많은 농토는 말발굽 아래 황폐해지고 말았다. 모악산 자락의 금산사 역시 그들의 만행을 피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방화로 소실되고, 파괴되며 약탈당했다.
이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한다. 특히 봄날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진달래와 벚꽃은 모악의 백미다. 주차장은 물론 산행로와 절 입구까지 이어지는 벚꽃 터널에 눈처럼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시작되는 대원사의 봄은 진달래로 이어지고 검붉은 철쭉까지 피어오르면 온 산은 꽃으로 수놓은 듯한 모악춘경을 이룬다.
예로부터 변산반도의 녹음과 내장산의 가을 단풍 그리고 백양사의 겨울 설경을 호남의 4경이라고 불렀는데 모악은 특히 최고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게다가 생긴 모습 그대로 산세가 수려하고 골짜기마다 정기 어린 유서 깊은 향기를 간직하였기에 그를 담고자 전국에서 수많은 산객이 찾아온다. 골짜기와 능선마다 서린 역사와 전설들은 궁금증을 부채질한다. 보름달이 뜨면 선녀들이 내려와 폭포에서 목욕한 후 수왕사(물왕이절)에서 석간 약수를 마신 다음 신선대에서 놀다가 승천하곤 했는데, 나무꾼과 사랑에 빠진 선녀가 입맞춤할 때 이를 노여워한 상제의 뇌성으로 깜짝 놀라 바위가 된 사랑바위가 대원사 가는 초입에 선녀폭포와 함께 지금도 자리를 지킨다. 이 바위에서 깨달았다는 증산교의 교주 강일순의 득도 바위, 그가 출가했던 천년고찰 대원사, 그런 그가 죽은 뒤 금산사 미륵전의 미륵불로 다시 오리라는 예언, 49년 발복지로 통하는 명당 소위 ‘김태서의 묘’는 과객의 구미를 당긴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4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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