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언제, 春來不似春 (下)
매화를 즐기기에 딱 좋은 봄날이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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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겨울을 이긴 후에 핀 꽃이라고 하여 동양에서는 군자의 꽃으로 불렀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수수하고, 귀로 향을 듣는 꽃이라는 은근한 향기, 아무리 추워도 향을 팔지 않는 고고한 자태는 바로 군자의 선비정신 그 자체다. 그래서 사군자, 세한삼우, 삼우도가 되어 시와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왔다. “한 가지 꺾어 만 리 먼 곳의 친구에게 보내고 싶다”는 당나라의 유종원, “일생을 추워도 향을 팔지 않는다”는 조선의 신흠, “춘설이 분분하니 필동 말동 하여라”라고 노래한 선 말의 김천택도 모두 매화를 소재로 했다. 특히 정약용이 딸에게 보낸 매조도(梅鳥圖)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다. 헤어질 때 재롱부리던 여덟 살의 딸이 어느덧 스물한 살이 되어 시집간다는 연락을 받는다. 유배지 강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아비임을 깨닫고, 마침 시집올 때 입고 왔던 치마를 병석의 처가 보낸 것에, 활짝 핀 매화 가지에 앉은 참새 두 마리를 그리면서 시를 곁들여 보낸다. 이것이 유명한 다산의 ‘매조도’이다. “펄펄 나는 저 새가 내 뜰 매화에 쉬네/ 꽃다운 향기 매워 기꺼이 찾아왔지// 머물러 지내면서 집안을 즐겁게 하렴/ 꽃이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많겠구나!”// 딸의 결혼 축하와 행복을 염원하는 아비의 마음이 배어 있다. 유배지에 있는 다산의 서글픈 현실에 눈물이 난다. 또 조선의 독립을 매화로 노래한 이육사의 애절함도 느낄 수 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일제의 탄압(눈)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고결한 민족정기(매화 향기)에 독립정신(가난한 노래의 씨)을 불어넣어 머지않은 날에 벅찬 광복(백마탄 초인)을 맞이하겠다는 의미다. 40평생 열일곱 번이나 옥살이를 하다가 일제의 모진 고문 끝에 옥사하고 말았으니, 광복 1년 전의 일이었다. ‘백마 탄 초인’이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뿐이다. 그때 붙인 수인번호 ‘264’가 ‘이육사’라는 이름이 되었으니, 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 민족시인 이상도 “매향을 맡으며 죽고 싶다”고 유언했으니, 고고한 매화 향기가 아니었으면 견디기 힘든 님들의 가시밭길이 아닌가 싶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그대 그리움//”(도종환), “매화 한 송이는 저 산 하나와 무게가 같고/ 그 향기는 저 강 깊이와 같은 것이어서//”(복효근,)의 시를 빌려도 마땅찮은 봄날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심매객들은 율곡매 · 화엄매 · 선암매 · 고불매를 앞장세운다. 마치 처녀 마음을 훔친다는 봄날은 천금과도 같아서일까? 신선 되어 내려온 퇴계 시인의 매화가 산과 들 그리고 강가에 구름처럼 걸려있다.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있네!(이해인)” 매화를 즐기기(耽梅)에 딱 좋은 봄날이다(春來), 코로나만 아니라면(春來不似春).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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