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혹, 茶香萬里
편안하게 즐기는 여유와 낭만의 일상에 빠뜨릴 수 없는 우리네 동반자다, 에스프레소든 양촌리든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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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 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니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의 직업 외교관이자 총리 겸 작가였던 탈레랑(1754~1837)의 커피 예찬론이다. 나폴레옹을 정계로 진출하게 도와준 인물로, 이처럼 커피의 풍미를 적절하게 묘사한 명구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그만큼 커피마니아였기에 가능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 칼디(Kaldi)가 발견한 이래로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음은 물론이다.나폴레옹은 군대에 보급하여 각성과 휴식용으로 사용하였다면, 헤밍웨이는 작품에 커피 사랑을 구가하기도 했다.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녹초가 된 노인 산티아고에게 마놀린이 건넨 우유와 설탕이 듬뿍 든 커피(노인과 바다), 마리아가 로버트 조던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를 가져다드릴게요”(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은 그의 커피 예찬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는 하루에 50여 잔 이상을 마시며 100여 편 이상의 작품활동을 했던 애호가였다면, 괴테나 TS 엘리엣 그리고 고호 역시 이에 못지않은 대단한 커피광이었다고 한다. “나는 내 일생을 커피 스푼으로 측량해왔다” 엘리엣이 쓴 ‘엘프리드 프루프록의 연가’ 속 이 구절은 커피와 함께 명상을 즐기고자 하는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문장이 되었다, “돈이 바닥나서 4일을 굶어야 했을 때도 나를 연명하게 해준 건 스물세 잔의 커피와 약간의 빵이었다” 지독한 커피 사랑을 읽을 수 있는 고호의 독백이다. 또 수필 ‘낙엽을 태우며’의 이효석도 뺴놓을 수 없는 마니아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이렇듯 커피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마약과도 같았다. 특히 그것이 뿜어내는 진한 향기는 세상을 유혹하여 자꾸 그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제 그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에 매료된 슈베르트는 커피를 분쇄하며 그 향을 맡다가 ‘죽음과 소녀’라는 가곡을 떠올렸고, 베토벤은 원두 60알로 모닝커피를 즐겼는데 그것이 오늘날 ‘베토벤 넘버’라는 표준이 되었다. 룻소 역시 “나를 즐겁게 만드는 커피의 향기, 이웃에서 커피를 볶을 때면 나는 문을 열어 그 향기를 만끽한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작렬한 태양으로 모은 에너지를 씨앗에 담아 매운 향을 만드는 생명력이 그 유혹의 비밀이다. 그것은 ‘입술 없는 꽃’, ‘아라비아아의 와인’, ‘신의 음료’ 등의 또 다른 이름을 갖는다. 얼마나 더 매력적인 이름들이 탄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근심과 두려움을 잊게 하는 마법의 묘약이면서 신이 내린 선물로서의 위상을 굳게 지키고 있다. 게다가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 왕을 유혹하였다는 최음제, 위장병 치료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자극제 그리고 각성제 심지어 치매와 암예방, 노화 및 당뇨 방지에 다이어트효과까지 거의 만병통치약이 되고 있다. 앞으로 어디까지 그의 세력권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와 함께 자신을 더욱 고급화 귀족화로 몸값을 올리는 전략도 구사한다.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루왁커피’, 코끼리를 이용한 ‘블랙아이보리’는 그 희소성으로 인해 부르는 게 값이다. 동물 학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막힌 상술에 탄성이 나올 뿐이다. 앞으로 또 어떤 동물이 그 대상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리고 지구를 벗어나 대기권을 다녀온 우주커피도 출현할 것만 같다. 커피에 그럴듯한 스토리를 부여하면 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커피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에스프레소에 치즈를 넣은 카페오스트(핀란드), 연유를 넣는 카페본본(스페인), 우유를 섞는 카페오레(프랑스), 진하고 적은 양의 에스프레소(이태리), 물을 희석한 아메리카노(미국), 위스키 설탕 크림 등을 넣은 아이리쉬커피(아일랜드), 럼주와 설탕 및 휘팡크림을 넣은 파리제(독일), 커피가루를 세 번 끓여 식혀 마시는 티루크가베식(터키) 등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달고나 커피’가 있다. 설탕과 프림 그리고 커피의 환상적인 조합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간편식 기호품이 되었다. 수험생, 바쁜 직장인, 공사장의 인부, 가정주부, 등산객 등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민 커피다. 소위 ‘양촌리(커피)’로 더 잘 알려진 ‘달고나’는 짜고 매운 식습관과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 낸 우리의 고유 상품이다. 귀국길의 해외 관광객들도 반드시 사서 들고 가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믹스커피다. 세상의 많은 이들을 중독자로 만들고 말았다. 비오는 날 간절히 생각나는 원두향의 맛과 멋을 누가 모르나? 느긋하게 여유를 즐긴 시간도 없고 귀찮기도 한데 빨리 한 잔 털어 붓고 일 앞으로 돌진하는 데는 달고나가 제격이다. 인스턴트커피가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그 달콤하고 간편한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커피 한 알 생산하지 못한 나라에서 연 1조 원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커피 공화국이 되었디. 한국인의 유별난 커피 사랑이다. 심지어 애완동물도 모닝커피를 즐긴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다. 한때는 고종의 독살에 이용되기도 했고, 5·16 직후는 커피 한 방울이 ‘국민의 피 한 방울’과 같다며 외산 배척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커피에 날계란을 띄워 보약처럼 들이키기도 했고, 하얀 백설탕을 뜸쁙 넣고 마셨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고추밭 보리밭 매는 들녘까지 배달을 시켰던 보온병 커피의 추억도 이젠 옛 얘기가 되었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수면장애 위궤양 위통 골다공증 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검은 유혹은 쉽사리 끊을 수 없는 악마의 향기가 되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구수한 향은 눈 뜨자 마다 손 내밀며 붙잡는 마약이다. 그 속에 위안이 있고 여유와 미래가 있음이다.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키스, 그것은 이젠 유혹을 넘어 삶의 쉼표가 되어버렸다. 편안하게 즐기는 여유와 낭만의 일상에 빠뜨릴 수 없는 우리네 동반자다, 에스프레소든 양촌리든.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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