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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反轉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02일
ⓒ e-전라매일
요즘 개들은 짖지 않는다. 사람과 함께 살면서 더 이상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어떤 개에 의하면 ‘담은 콘크리트 담으로 높고, 위에는 철조망이 올라앉았지. 그것도 모자라 감시카메라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내가 짖을 필요가 없다’라고 하고, 어떤 개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도둑놈들 뿐인데 짖어봐야 내 입만 아프다. 아예 입 다물고 산다’고 한다.
개는 개다워야 한다. 낯선 사람이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게는 사정없이 짖어야 한다. 그런데도 짖지 않으니 개가 전혀 무섭지 않다. 게다가 먹을 것이라도 던져주면 웬 떡이냐며 이내 꼬리를 흔든다.
망신을 크게 당하면 개망신이라고 했다. 상전을 나리님이라 부르던 시절에 나리님에도 못 끼면 개나리였다.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은 개망나니라 불렀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지랄이었다. 얼굴이 번지르르하면 개기름이 흐른다고 했고, 뻔뻔한 얼굴은 개가죽을 둘렀다고 했다. 대화 중에 우기면 개 이빨을 보였다. 사람 노릇을 못 하면 개새끼였다. 심지어 맛없는 살구는 개살구, 보잘것없는 떡은 개떡이라고 했다. 개들은 ‘우리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천대를 받아 가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것이었다.
낮에는 데리고 놀다가 밤이면 마루 밑에서 도둑을 지키라 한다. 주인이 들어오면 꼬리를 흔들어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우리처럼 충직하고 의리 있는 동물은 없다며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으니 기가 막힌다고 한다. 사냥할 때는 옆구리에 끼고 다니다가 사냥이 끝나니까 몸보신한다며 잡아먹는 게 인간이라며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개들은 주장한다. 어제까지 친구가 쓸모없어지니까 매정하게 돌아서는 게 인간이라는 족속이라며 개보다 더한 놈도 있고, 개 같은 놈도 있고, 개보다 못한 놈도 있다고 컹컹 짓는다.
인간이야말로 은혜는 물론 의리를 모르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 유산을 받으려고 부모를 불에 태워 죽이는 자식이 있고, 늙은 부모를 양로원에 버리는 자식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돈 때문에 자식을 버리기도 한다. 권력을 잡으려고 한솥밥 먹던 동료를 정적으로 몰아붙이고, 출세를 위해 친구를 모함하고 어려운 살림살이로 개고생하다가 돈을 좀 모으니까 조강지처를 버리는 더러운 세상이다.
우리 조상님 한 분은 옛날 전라도 오수에서 불에 타 죽을 주인을 살리려고 냇가에서 물을 묻혀다가 잔디를 흥건히 적시고 순사殉死 하신 오수 의견獒樹義犬 이야기는 자랑스럽다. 이 설화는 인간과 개 사이의 의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교훈이자 삶의 지침이다.
그뿐이 아니다. 병사한 주인을 기다리며 몇 달이 넘도록 병원 앞에서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견우犬友도 있다. 사람의 탈을 쓴 인간이 개만도 못하다는 속담이 아니더라도, 아귀다툼하고 살아가는 세태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요즘 개들의 위상은 백팔십도로 바뀌었다. 이야기 하나 소개하자면 개를 무척 싫어했던 분이 있었다. 그런 개가 안방에서 여유 있게 버티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개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분이 바로 어머니였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집에 들어오니까 이놈이 내 손등을 핥으며 끙끙대는 거야. 그래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지.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데 눈물이 났다. 나를 이토록 기다렸다는 표정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하도 예뻐서 목욕시키고 고기를 줬더니 이렇게 잘 먹는구나. 호호호.”
그놈은 그때부터 안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반려견이라는 말이 탄생한 배경이다. 믿거나 말거나…

/정성수
전주비전대 교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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