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부르는 내 이름, 俯仰不愧 (下)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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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이자 희망이 담긴 이름 그대로 살아 그대로 되고 싶었음이다. 이렇듯 부드럽고 분명하며 의미가 깃든 데다가 멋지고 예쁘게 지은 내 이름은 평생을 두고 남이 불러주는 나의 혼이자 브랜드다. 태어나선 예쁘고 귀여운 아가라며 이름도 부르지만 유치원 초등학교는 어린이가 된다. 자람에 따라 중학교에 들어가면 되면 학생이 되었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수험생이 되고 얼마 후 대학을 다니면서는 지성인의 호칭 대학생(여대생)이 된다. 군대에 가면 이병 일병 병장 등 계급이 이름을 대신하고 제대 후에는 복학생이 되지만 입사하면 바로 신입사원이 된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때서야 잠깐 이름을 부르다가 금방 서로가 ‘자기’라고 애칭한다. 자신이 자기인데도 상대를 자기라고 부르면 대답하니 웃기는 호칭의 역설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 익어 결혼하면 신랑 신부와 여보 당신이 되고, 조금 지나면 순이 엄마 돌이 아빠가 된다. 애들이 커가면서 아내가 되고 바깥양반이 된 듯하다가는 금방 나이 들어 늙으면 영감과 할멈이 되고 그만 죽음에 임박해서는 그것도 기억이 나지 않으면 ‘거기시 뭐야!’ ‘저기 이봐!’ 등으로 끝을 흐린다. 다정했던 동무도 이름 대신 ‘친구’로 부르고, 이웃이나 동네에서는 ‘(김씨) 아저씨’ ‘(이씨) 아주머니’가 이름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가 된다. 거기에다가 귀한 이름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면서 피휘(避諱)는 물론이고 정식이름(官名) 외에 자(字)‧호(號)‧시호(諡號)·택호(宅號)·당호(堂號)‧법명(法名)‧아명(兒名)·가명(假名)·이명(異名)‧예명(藝名)‧별명(別名)‧약명(略名)‧세례명(洗禮名)까지 다양하고 많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엔 영어식 이름까지 만들어 사용하니 가히 호칭 인플레이션에 이르렀다고 할만하다. 유독 호칭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의 습속 경명(敬命)을 읽을 수 있는 단면이다. 그런데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는 이름값을 못하고 사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잇속에 눈이 멀거나 품격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권력을 쥔 대부가 군주를 시해하거나 국정을 농락하던 춘추시대에 정권을 잡으면 명분을 바로 잡겠다고 했던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이 그것이다.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이름의 직분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름값을 못 하거나 지나친 것에 대한 경고였다. 또 방탕하고 타락한 진중의 부하 ‘알렉스산더’에게 마케도니아의 정복왕 알렉스산더 대왕은 “황제로서 명령하건대 자네 이름을 바꾸거나 아니면 생활 태도를 바꾸게!”라는 얘기 또한 이의 좋은 예가 된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된다.”는 장자의 말이 경구가 되었어야 했음이다. 요즘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폰마저도 좋은 번호가 좋은 에너지를 가져와 행운을 부르고 행복을 안겨준다고들 한다. 비록 상술일망정 좋은 번호를 싫어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 그중에서도 천상천하에 오직 유일한 내 이름, 언제 어디서나 그에 걸맞는 이름값을 하며 사는 삶이 특히 중요해 보인다. 그게 나를 거룩하게 하면서 소위 집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천지가 숨죽인 엄숙한 순간 새벽 공기 가른 고고성에/ 하늘은 나에게 성姓을 선물하였고/ 세상은 이름名을 지어 기념하니/ 해와 달은 크고 아름다운 꿈夢을 붓었다// 천지신명이 축복하고 인간 세상 모두의 기쁨 속에/ 이름과 함께 성장한 지우학志于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루며/ 삶의 의미를 깨달았던 이립而立// 그리고 깊은 밤 홀로 잠 못 이루고/ 서러움 되씹으며 눈물짓는 불혹不惑의 아픔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나’여야 한다는 생각에/ 내 이름을 더욱 단단하게 했던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구차한 이름 남기지 않으려/ 뜨겁게 사랑하고 발버둥 치다 보니/ 어느덧 이순耳順이 되었네// 아직도 이루지 못한 꿈 많아/ 부지런히 나를 태우는 종심소욕從心所欲/ 아름답고 귀한 내 이름/ 더욱 보배롭고 값진 이름값 하고 싶은 불유구不踰矩하면// 언젠가 내 떠난 후에도/ 하늘과 땅 그리고 해와 달에 부끄럽지 않은 내 이름/ 영원히 부앙불괴俯仰不愧 되리니”
/양태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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