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쓸쓸한 가을
사람들은 쓸쓸해서 카톡을 날리고 외로워서 라면을 먹는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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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모르게 쓸쓸한 것이 가을이다. 수수 모가지에 붙은 참새 한 마리, 길가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한 무더기 뭉게구름, 늦은 오후의 햇빛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아침저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서늘한 기운과 익어가는 오곡백과에 우리의 산과 들은 속살 익어가는 소리로 분주하다. 가는 여름이 억울하다며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자연의 섭리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하늘은 높을수록 푸르고 맑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파란 하늘은 천고마비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감동은 벅차고 무상한 세월은 가을만이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산비탈에서 우는 억새 울음소리, 들녘에서 바람에 벼 이삭들이 부딪히는 소리, 낙엽이 지는 소리와 싸리비로 낙엽을 쓰는 소리, 어둠의 강가에서 서로에게 기대는 갈대 소리 등 가을 소리는 처연하다. 24절기 가운데 15번째 절기, 백로白露가 지나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아침이면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 완연하게 농익어 가는 가을에 흠뻑 빠지면 빨갛고 노랗고 하얗게 물들어가는 가을은 누구라도 좋아진다. 산 넘어 산까지 푸른 정기를 가을에게 받치면 계곡마다 단풍 물결이 넘쳐난다. 밟히는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그 소리는 계절이 가고 있음을 알리는 알람 소리다. 길가에 도열한 가로수도 자연이 연주하는 교향곡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담장에 걸터앉은 누런 호박이 씨익~ 웃으면 가을은 저만치 가 있다.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슬며시 나타난 들국은 속세에 물들지 않아 고고하고, 산기슭에 군락을 이룬 구절초가 가을 하늘을 향해 두 손을 쫙 편다. 소슬바람도, 억새 흔들리는 소리도 가을에는 쓸쓸하고 쓸쓸해서, 물음표가 되고 느낌표가 된다. 뺀질대는 도시에서 지치고 찌든 영혼들이 쓸쓸함을 못 견디고, 곡식들이 익어가는 소리라도 듣고 싶어 산으로 들로 나간다. 하지만 쓸쓸하다는 생각은 여전히 뇌리 깊숙이 박힌 화살촉으로 남아있다. 머지않아 감나무는 단풍이 들고 나뭇잎은 떨어져 앙상한 가지에 남은 감은 홍시가 된다. 하지만 홍시는 풋감 시절을 기억하지 않는다. 홍시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홀로 남아 쓸쓸하다는 생각뿐이다. 인간은 추억을 먹으며 살아간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슬픈 추억은 가슴 한복판에서 요지부동이다. 좋은 삶이란 좋은 추억을 기억하는 것이다. 혼자보다는 둘이서, 둘보다는 여럿이 아름다운 시간을 갖는 것이다. 추억을 먹고 사는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다. 가을의 짙은 그림자가 망토를 두른 저승사자처럼 다가오면 까닭 모를 외로움과 서글픔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유난히 가을을 타는 사람은 누군가를 상대로 트집을 잡고 싶고, 누군가를 상대로 화풀이를 하고 싶어지는 가을은 더욱 쓸쓸해진다. 가을이면 쓸쓸해진 남자들은 혼자서 멀리 떠나고, 여자들은 쓸쓸하다는 생각을 못 이기고 문밖을 내다본다. 아이들은 책상 앞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쓸쓸함을 잊는다. 어떤 사람은 가을 산이나, 가을 바다를 찾아가 추억을 더듬다가 낙엽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가을엔 바람만 불어도 쓸쓸하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오늘도 수많은 영혼이 깊어가는 가을의 길목에서 서산마루에 걸터앉은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이 남기고 간 흔적 위로 그리움이 하나둘 가을빛으로 물들어 오면 홀연히 겨울로 가는 가을! 공원의 빈 벤치도, 발아래서 뒹구는 낙엽도, 석양에 길게 눕는 그림자도 혼자여서 쓸쓸하다. 사람들은 쓸쓸해서 카톡을 날리고 외로워서 라면을 먹는다.
/정성수 전주비전대 교수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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