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낼 후배들, 後生可畏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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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들을 두려워해야 한다(後生可畏). 앞으로 올 후배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못할 줄을 어찌 알겠는가?” 면학을 독려하기 위하여 제자들에게 행한 공자의 가르침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멈추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비록 지금 열공할지라도 젊고 기운이 왕성한 후배들에게 곧 추월당할 수 있음이다. 그런 그가 나이 사십 오십이 되어 덕행이 알려지지 못하면 그 또한 게을리한 사람이니 두려워할 것이 없음도 잊지 않는다. 언뜻 제자 모두에게 타이르는 일반적 경구로 보여지나, 실은 재덕이 뛰어난 제자 안회를 일컬으며 제자들에게 분발할 것을 촉구한 가르침이다. 나이가 어림에도 그의 부단한 노력과 정진을 보면서 나머지 제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깨우친 당부이다. 평소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법이 없어 어리석은 제자로 오해됐는데, 그가 물러난 뒤 홀로 지내는 것을 보니 스승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마음속 으뜸 제자로 삼고 있었기에 한 차원 높은 가르침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안회가 일찍 병사하자 공자의 실망이 극에 달했던 모습 또한 논어에 그대로 전해진다. 공자의 가슴에 안회가 큰 산으로 성장해가고 있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후생가외에는 후배가 선배보다 기량이 우수하여 두려울 만하다, 뒤에 난 사람은 두려워할 만하다, 부지런히 갈고닦은 후배는 선배를 능가할 수 있음을 이르는 의미다. 그렇기에 나중에 난 뿔이 더 우뚝하다는 ‘후생각고{後生角高 또는 후생각올(後生角兀)}’, 나중에 온 사람이 더 훌륭하게 되는 ‘후래거상(後來居上)’, 쪽 풀에서 나온 청색이 남색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 얼음은 물보다 더 차다는 ‘빙한우수(氷寒于水)’의 다름 아니다. 이는 마치 김소월의 빼어난 시적 감각에 매료된 스승 김억은 사비로 시집 ‘진달래꽃’을 출간해주었는가 하면, 류성룡은 사명감에 투철한 정읍 현감 이순신을 천거하여 여섯 등급이나 높게 전라좌수사로 부임하게 했다. 그 결과 7년의 임진 전쟁 중 잔학한 왜군에 맞서 23전 23승으로 나라를 구하였으니 그의 탁견에 고개가 숙여진다. 또 율곡과 퇴계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가 된다. “시내는 수사의 물결처럼 갈라지고/ 봉우리는 주자가 공부한 무이산 같이 빼어나도다.// 살아가는 일은 경전 천여 권/ 나고 듦은 두어 칸 집뿐이로다.// 흉금의 회포가 열리니 구름 걷힌 달과 같고/ 담소는 어지러운 물결 그치게 하네.// 찾아뵌 뜻은 道 듣기를 구하려 함이지/ 반나절의 한가로움 취함이 아니로다.”// 퇴계를 방문한 2박 3일의 소회를 시로 표현한 23세의 율곡에, 58세 이황은 “후배가 가히 두렵다.”라며 박학함과 높은 식견을 칭찬했다. 그의 재능에 감명 받은 퇴계는 제자 조목에게도 ‘후생가외‘라는 공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편지했다. 35년의 세월과 나이 차이를 잊고 사귀는 벗인 ’망년우(忘年友)‘로서 교제하였음은 물론이다. “배움을 잃고 헤맬 때 사나운 말은 가시덤불 속에서 이리저리 길을 잃었습니다. 그때 공께서 계발해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퇴계가 죽고 2년 후 율곡이 제문을 지어 고백한 내용이다. 노학자의 학식과 경륜을 존경하며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율곡의 진심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후생가외는 항상 성실하게 학문에 정진하는 후배와 겸손한 선배를 전제로 한다. 북송 때의 유학자 ‘양시’와 ‘유작’은 그의 스승 ‘정호’가 죽자 동생 ‘정이’를 스승 삼고자 했다. 마침 좌정하여 명상 중이었기에 문밖에서 눈을 맞으며 한참을 기다렸다는 ‘정문입설(程門立雪)’은 배움에 간절한 열정과 스승을 존경하는 자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음으로 공부한 북위의 이밀은 스승 공번으로부터 도리어 스승 되기를 요청받았다고 전해진다. 이와 함께 학문에 겸손하는 선배의 자세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고, 신세대가 구세대를 바꿈은 자연의 순리이다. 기성세대는 나름대로 실력을 다 발휘했지만 미래는 변화무쌍하고 후배들의 왕성한 기량과 재능을 다 알 수가 없다. 한국의 어린 BTS가 전설의 비틀스를 뛰어넘고, 자치기 세대가 골프계를 주름잡으며, 미나리꽝의 썰매 타기가 피겨의 여왕이 될 것과 선비들의 활쏘기 놀이가 세계적 양궁 강국이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비록 유배지였지만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배움을 전하며 꿈을 키워준 다산의 ‘삼근(三勤)’이 있었기에 황산과 같은 훌륭한 제자가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요즘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지만 제자는 없다.’는 세태일망정 전부가 쭉정이는 아닐성싶다. 곧 닥칠 미래에 큰일 낼 후배를 위해 선배들이 더욱 겸손하며 부지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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