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오면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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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이다. 눈부신 초록의 가지마다 풍성한 6월이 열렸다. 온 산천이 푸르고 냇물도 푸르다. 세상은 온통 푸른색으로 도배되어 있다. 사람들의 마음도 푸른 물이 들 정도다. 한 해를 반으로 접었을 때 6월은 절반에 해당한다. 나는 6월은 ‘희망’의 달이라고 본다. 일 년 중 절반이 지났는데 왜 갑자기 희망을 들먹이는가 생각할 수 있겠다. 희망하면 봄이 오는 달, 즉 2~3월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6월을 희망의 달이라고 부르고 싶다. 6월이 되면 모든 산천초목이 실록을 넘어 녹음으로 이어진다. 6월이면 봄은 완전 퇴색하고 여름이 된다. 여름이 시작되면 모든 식물들이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작물들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간다. 생명체가 성장을 추구하는 여름은 욕망이 충만한 계절이다. 5월과 6월은 찔레의 달이다. 찔레꽃은 산과 들의 기슭에서 가시덤불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다. 찔레꽃은 자생하는 한국의 들장미다. 초록 잎이 꽃잎 주변에 둘러싸여 더욱 하얗게 보이는 찔레꽃. 찔레꽃에 가만히 다가가 향기를 맡아본다. 노란 꽃술에 코가 닿기도 전에 새콤달콤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마치 톡 쏘는 사이다 맛이다. 그 맛은 슬프지 않았다. 누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목놓아 울었다고 했는가? 찔레꽃 향기는 결코 슬프지 않았다. 6월은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그 뜻을 가슴에 새기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이 보훈의 달로 지정된 건 현충일과 한국전쟁, 제2연평해전은 물론 의병의 날까지 우리나라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날들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1920년 6월 4일 만주 봉오동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대패시킨 봉오동 전투를 떠올려 본다. 홍범도 독립군 대장이 이끄는 전투에서 독립군은 일본 정규군 157명을 사살하고 2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전과를 기록한다. 이 압도적인 전승의 원인은 독립군의 앙양된 사기와 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의 예지, 뛰어난 작전계획에 있었다. 항일 독립전쟁사에 한 획을 그은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지난 2021년 8월 15일 카자흐스탄에서 우리 공군 전투기 6대가 엄호 비행한 가운데 국내로 봉환됐다. 늦었지만 홍 장군의 유해가 고국 땅으로 돌아온 것은 의미가 크다. 그가 보여준 민족애와 불굴의 투쟁 정신이 조국의 후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해마다 6월이 오면 동족상잔의 비극, 6.25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이 안겨준 아픔은 반세기를 넘어 73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와 유가족, 전쟁고아, 이산가족, 참혹한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곳곳에 배어있는 분단 조국의 서글픈 현실이 느껴지는 아픔의 계절이다. 무엇보다 6·25로 남편을 잃고 홀로 남겨진 수십만의 전쟁미망인들의 한 맺힌 삶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랴. 전쟁은 여성들을 전쟁미망인으로 만들었으나 국가는 그들을 방치·홀대하고 침묵 속에 가뒀다. 저마다의 슬픈 사연을 품은 수많은 호국영령의 기구한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6월이면 또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과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특히 제2연평해전은 온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 경기가 열리던 날이었다. 이때 느닷없이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우리 경비정을 기습 포격했다. 이 교전으로 우리 군은 북한 경비정 2척을 격파하고 30여 명의 인명 피해를 입혔지만 안타깝게도 참수리호 윤영하 정장을 포함한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전우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전사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월드컵에 가려졌지만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허비하는 그 1초가 전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순직한 윤영하 소령이(당시 대위, 1계급 추서)참수리 357호정 해군 전원에게 늘 강조했던 말이다. 해마다 6월이 오면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의 애끓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간 꽃다운 청춘들에게 진혼곡을 올린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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