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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辛夕汀)의 자연주의

큰 틀에서 보면
그의 시는 동양적 반속(反俗)의
자연성으로
일관되어 있다고 보아진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6월 21일
ⓒ e-전라매일
본명은 석정(錫正:1907-1974). 전북 부안읍 출생, 보통학교 졸업 후 상경하여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박한영 선사로부터 1년간 불전(佛典)을 수학, 1924년 『조선일보』에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1931년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등과 『시문학』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노장(老莊)철학과 타고르의 영향으로 전원적. 목가적 시풍을 발표하면서 서정시의 독보적 위치를 확보했다.
해방 후에는 향리에서 시작 활동과 전주고, 전주상고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전주대, 전북대에도 출강하였다. 그의 시는 간절한 어조와 부드러운 언어로 암담한 시대상황에 대한 강한 거부로서 초월적이고도 본원적인 이상 세계에 대한 열망을 노래하여 김기림으로부터 ‘반세속적이며 자연성을 고조한 동양적 낭만주의 시’라는 평을 받았다.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깊은 삼림대(山林帶)를 끼고 돌면 /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세요 /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서, 1939년
 
처녀 시집인 『촛불』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서 ‘하늘’, ‘어머니’, ‘먼 나라’로 표상되는 동경의 나라를 천진스런 동심으로 그리고 있다. 20 대 초반 유독 사랑을 받았던 어머니와의 사별은 시인에게 큰 상심의 바탕이 되었다. 그의 시에 어머니가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모자간의 일반적인 정의뿐만 아니라 ‘대지의 어머니’, ‘시신(詩神)의 어머니’, ‘우주의 어머니’, 그리고 더 나아가 ‘평화’, ‘순진’, ‘자유’의 상징으로까지 승화’(최승범)되어 석정 초기시의 근본은 대체로 노장(老莊)의 무위자연관을 드러낸 동양적 자연주의로 보아진다.
 
난이(蘭)와 나는 /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 밤나무 / 소나무 / 참나무 / 느티나무 / 다문다문 선 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 난이와 나는 /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이와 내가 /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 가는 /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 물오리처럼 떠다니는 청자기 빛 섬을 어루만질 때 / 떨리는 심장같이 자즈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난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 난이와 나는 /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말없이 앉아서 /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작은 짐승」 전문, 1939

‘하늘’과 ‘바다’를 원경으로 작은 짐승처럼 언덕에 앉아 있는 풍경은 평화와 순수 그리고 원시적 생명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타고르의 시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세계요 거칠고 각박한 현실로부터의 탈출, 어린 시절 낙원에 대한 회복과 동경이기도 하다.
‘작은 짐승’은 맑고 순수한 원시적 세계와 생명적 욕구에 대한 은유 혹은 식민지 현실에 대한 저항과 그에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자유정신이기도 하다. 특히 3연 후반부 ‘떨리는 심장같이 자즈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 난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의 황홀하고도 환상적인 풍경은 무의식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원시적 생명감에 대한 충동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원초적 감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광복 후와 6.25 동란 등 민족 혼란기에 발간된 제2 시집 『슬픈 목가』(1947)에서부터는 ‘어머니’로 상징되는 이상향에 대한 희구가 차츰 사라지고 공허한 현실로 돌아와 부정적 삶의 체험을 사실적으로 그리다 다시 마지막 시집인 『대바람 소리』(1970)에 와서는 초기 서정의 세계로 복귀되어 갔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의 시는 동양적 반속(反俗)의 자연성으로 일관되어 있다고 보아진다.

/김동수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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