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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벗어나기·생명의료 원리

피곤하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휴게소나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데
통증은 눈치도
없고 체면도 없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6월 26일
ⓒ e-전라매일
고통에서 벗어나기
필자가 호스피스병원에 잘나가다가 허리 협착으로 견디지 못해 사직을 한 뒤 치료 받을 때의 일이다. 몸체형 만들기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고통 속에서 지난날 암으로 통증을 호소하던 어르신들이 생각이 났다. 그 분들의 아픔이 이랬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서 얼마나 아프시냐고 위로는 드렸지만 아픔을 함께 나누지는 못했었다. 어르신 들과 진실로 함께하지 못했음을 사죄드린다.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 몸에서 내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는가?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나갔다가 해가 들면 우산을 놓고 오듯이, 나를 두고 올 수는 없는 일인가? 치료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시작하면 나는 죽어간다. 으흐! 으흐! 괴성이 저절로 나온다. 짐승의 소리를 질러대도 고통은 떠나지 아니한다. 살아있는 한 내 목숨과 같이하는 고통, 진저리 나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우산을 두고 오듯이 육신의 거푸집에서 떠나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 이를 악물고 참아 보아도 잇새로 새어나오는 육신의 몸부림 아우성에서 도망갈 수가 없다. 나에게서 내가 벗어날 수가 없다.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병상 침대에서 뒹굴던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이렇게 아팠을 터인데 공감해주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 주님 만나는 길이 이토록 외롭고 고통 스러운 일인가. 고통없이 맑은 영혼으로, 정결한 마음으로 주의 곁에 다가서고 싶다는 욥이 생각난다.
주님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주님 곁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을 까?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 뼈마디가 쑤시는 고통, 몸을 뒤척이고 뒹굴어도 떨쳐버릴 수 없는 아픔이 칼날처럼 파고드는 아픔에 미쳐 소리친다. 아픔이 시련이 되고 시련이 한숨이 되고 한숨이 바람결로 날아간다. 이러다가 주님을 향한 내 영혼마저 바람에 날려갈까 두렵다. 이 몸, 이 영혼 붙잡아 주소서. 불쌍한 이 몸 살려주소서. 살점을 다지고 저미는 아픔, 잘라내고 끊어지는 아픔에 숨을 쉴 수조차 없다.
뼈마디가 오그라들고 둥그렇게 말아진다. 오! 아! 질끈동 이를 악 물어 이가 시려온다. 피가 마르고 심장이 멈춰간다. 이러다가 가는 것은 아닌가. 차라리.
정신과의사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고통으로 인해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파괴된다”고 말했다. 통증이 심해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통증을 지닌 채 사는 삶이 고통의 정도가 크지 않다. 크지 않은 통증이라도 아픔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때 훨씬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 고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통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여 삶의 의미를 넓히는 사람도 있다.
50대 여환자 한 분은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학교도 50분 수업을 하고 10분 쉬는데 이놈의 통증은 계속 밀려오니 살 수가 없다고 하신다. 피곤하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휴게소나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데 통증은 눈치도 없고 체면도 없다는 것이다.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아픔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일까 이해가 된다.

생명의료 원리
호스피스 윤리는 존엄성을 지닌 인간의 생명윤리를 다루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보편적 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인권과 자율성이 존중되는 사회다. 의료윤리의 첫 번째 원칙은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이 최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정신이다.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외의 연명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사전연명의료의 향서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다.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환자에게 제공하는 무의미한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 환자가 죽음의 과정에 있는 경우, 회복이 불가능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행위와 불필요한 치료를 보류하여 자연사 혹은 존엄사를 맞이하게 하는 행위는 인간 존엄성에 관한 윤리적 견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가 있다. ‘죽음의 방치’란 버림의 의미가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 처치만 하고 불필요한 부수적인 의료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호스피스병원에서 조차 환자가 자신의 병명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들도 환자에게 병명을 알려주거나 눈치채지 못하게 하여 달라고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충격이 되겠지만 알려줘야 죽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유언이나 재산정리도 안된 채 가시게 되면 자손들에게 분란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이는 우선 의사 선생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암으로 판정이 되면 최대한 빨리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 환자는 헛된 희망을 품을 수 있고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다. 죽음을 부인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삶의 마지막 준비할 시간을 놓치게 된다. 환자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김영진
시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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