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과 비상금
비자금이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바른 의식을 가져야 하고 선명한 정치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벌 또는 기업들은 사업에 전념하고 나아가 건전한 기업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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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금이라는 말에는 냄새가 난다. 부패한 정치인들이 챙긴 검은 돈이나 재벌 또는 기업들이 만든 떳떳하지 못한 돈인 비자금은 말 그대로 밝은 세상에 공개하지 못하는 은밀한 돈이다. 주로 사용처가 비밀인 장부나 차명 계좌가 대부분이다. 이것들로 돈을 세탁하여 망신을 당하거나 심지어 감옥에 가기도 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부패한 돈이나 탈세가 떠오르는 비자금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게 사실이다. 원래 비자금은 비상시에 쓰려고 만들어 둔 돈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의도를 벗어나 상납이나 뒷거래로 뇌물이 된다는 것이 문제다. 재벌 또는 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인들이나 권력층에게 상납하고 정치인들은 그 돈으로 정치를 하고 권력층은 그들의 뒤를 봐 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정치인들이나 권력층이, 재벌 또는 기업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든다.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정치인들이나 권력층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돈 앞에 맥을 못 쓴다. 요즈음은 ‘권력은 짧고 돈은 위대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가방이 끈이 짧아도 돈만 있으면 칼자루를 쥘 수 있는 시대다.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일지 몰라도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쥔 것이 없으면 가진 자에 의해 무시와 멸시를 당하면서 무참히 짓밟힌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면 ‘만사 오케이’ 라는 자조의 말을 하기도 한다. 비자금秘資金과 비슷하게 사용되는 말에 비상금非常金이 있다. 비상금은 ‘갑자기 긴급한 일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서 마련해 둔 돈’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배우자 모르게 숨겨둔 돈으로 인식하고 있다. 비상금 역시 검은 돈이나 탈세의 목적은 아닐지라도 비자금에 가까워 투명하지 않다. 비자금이나 비상금은 비공개가 원칙처럼 되어 있다. 비자금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고 비상금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배우자에게 뺏길 것이 두려워서다. 여기서 확실하게 짚고 가야 할 것은 비자금은 세금 추적을 할 수 없도록 특별히 관리하는 돈을 통떨어 이르는 말이며 비상금은 긴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마련한 돈이라는 것이다. 비자금과 비상금은 분명 다른 의미다. 남편들이 아내 몰래 꼬불쳐 놓은 돈은 비자금이 아니라 비상금이다. 재벌 또는 기업들이 비자금을 만드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창업주나 기업 대표가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조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다른 이유는 뇌물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기업 차원의 특혜를 받고자 정치인들이나 권력층에게 로비를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회사 돈을 쓰면 영수증을 첨부해야 한다. 그러나 뇌물을 주면서 영수증 발행을 요구할 수 없다. 뇌물에는 영수증이 없기 때문이다. 영수증을 발행하면 일정액의 세금을 내야 한다. 뇌물을 주고받는 다는 것은 탈세라는 범죄를 함께 저지르는 것이다. 뇌물을 받는 쪽이나 주는 쪽은 범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설마를 믿는다. 설마가 사람 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자금을 조성하는 사람들에게도 입은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비자금 조성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느냐? 정치를 하거나 회사를 운영하려면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돈이 부지기수인데 돈 마련이 애들 소꿉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비자금은 필요하고 비자금 조성에는 야합이나 단합 등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런 일들이 없기 위해서는 사회가 투명하고 관련자들이 양심이 맑아야 한다. 비상금이라는 말에는 남편들이 아내 몰래 꼬불쳐 둔 돈이라는 뉘앙스가 짙다. 그렇기 때문에 비상금은 아내들 보다 남편들에게 해당하는 말이 되었다. 남편들이 비상금을 만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가 노후를 위해서라고 한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은 정년이라는 것이 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역시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 한다. 퇴직이나 은퇴 후의 노년을 위해서 비상금은 절대적이다. 그런가 하면 젊은 남편들은 취미를 위해서 비상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때가 되면 자동차도 바꿔야 하고 살다보면 사고 싶은 물건도 많은데 웃으면서 돈을 내 줄 아내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평소에 비상금을 마련해 뒀다가 자신의 취미를 위해서 쓰고 싶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비상금은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갑자기 입원을 한다든가, 어떤 사고가 생긴다든가, 최악의 경우는 실업자가 되었을 때 비상금이 없다면 죽은 목숨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남편들은 비상금은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살면서 비상사태를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나자 않으면 다행이지만 인간사 새옹지마다. 길흉화복의 순환으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작은 불씨가 초가삼간을 태우듯이 비상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없다면 화를 당하기 십중팔구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들은 비상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비자금이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바른 의식을 가져야 하고 선명한 정치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벌 또는 기업들은 사업에 전념하고 나아가 건전한 기업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남편들에게 비상금이 든 딴 주머니를 차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내들은 남편의 용돈을 좀 넉넉히 챙겨줘야 한다. 그러면 남편에게 선물을 받는 행운도 누릴 것이다.
/정성수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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