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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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되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1946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하여 2001년에 작고한 정채봉시인의 ‘엄 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라는 동시다. 하늘로 떠난 엄마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아이에게 단 5분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꼬옥 안아보고 안기고 싶다. 엄마 없는 아이의 외로움과 아픔이 맨가슴에 금을 긋듯이 아리게 다가온다. 그 무엇으로 채울 수 없는 엄마가 아이 곁에 꼭 있어야 하는데 엄마가 없다. 하늘나라에 가 계신 다. 엄마를 상실한 아이를 통하여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정채봉시인이 쓴 수필 ‘스무 살 어머니’를 함께 읽어 보도록 하자. 나는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우리 어머니가 하늘의 별로 돌아가신 나이가 바로 스무 살이었던 것이다.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여덟 에 나를 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이 세상살이를 마치신 우리 어머니…, 그 렇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 얼굴은 기억 하지 못해도 어머니의 내음은 때때로 떠오르곤 한다. 바닷바람에 묻어 오는 해송 타는 내음. 고향의 그 내음이 어머니의 모습을 아련히 보이게 한 날을 기억한다. <중략> 중학생이 되고 2학기가 시작된 9월 어느 날이었다. 들녘에 나가서 토끼 풀을 뜯어 가지고 돌아오니 이불 홑청을 깁고 있던 할머니가 나를 불렀 다. “너 없는 사이에 너그 담임선생님이 다녀가셨다. 작문 시간에 ‘어머니 냄새’라는 제목으로 글을 지었다면서?”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바늘귀에 실을 꿸 양으로 계속 거기만 주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해송 타는 냄새에 네 어미가 떠오르다니… 허긴 너의 외가 가는 길이 솔밭길이긴 하다. 솔티재라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꽉 찬 고개를 넘어야 했거든. 너를 업고 네 어미가 친 정을 몇 번 다녔으니 그 솔 냄새가 너의 모자한테 은연중에 배었을 지도 모를 일이지… 네 어미 얼굴을 보여주랴?” 할머니는 일어나서 장롱 위의 함을 끌어 내렸다. 그때 할머니가 뚜껑 을 열어 보여준 그 함 속에는 여러 벌의 여자 옷이 있었다. 나는 함 맨 아래에서 한지로 싸여있는 사진을 보았다. 그 사진 속의 어머니는 내게 참으로, 참으로 여리다는 느낌을 주는 얼굴이었다. 둥근 턱에 솔순 같은 눈, 바람받이에 있는 해송 같은 낮은 코에 작은 입, 정말 명이 든 데라곤 어디 하나 보이지 않는, 하얀 박속같은 여인이었다. “네 에미는 너한테서 엄마라는 말도 한 번 들어 보지 못하고 죽었다.” “세 살이었다면서 내가 그렇게 말이 늦었던가요?” “아니지, 너의 삼촌들 이 형수라고 부르니까 너도 덩달아서 형수라고 했어. 형수 젖, 형수 물 하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것은 울음보다도 짙은 회한의 쓴 웃음이었다. <중략> “네 어미처럼 무심한 여자는 드물 것이다. 네가 배고파서 울어도 좀처 럼 젖 줄 생각을 안 하는 거야. 보다 못해 우리가 재촉하면 그제야 일손 을 놓고 가서 젖 한 모금 찔끔 주고 금방 돌아오곤 했단다.” 그제야 비로소 스무 살 우리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짚었다. 아이 우는 소리에 찾지 않을 어머니 속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달려오고 싶은 마음보다도 시누이들한테 눈치 보일까 봐 자리를 얼른 뜨지 못했을 우리 어 머니. 아무리 울보라고 소문난 나였대도 때로는 어머니 품에서 웃어 보 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볼까 봐 내 어린 뺨에 볼 한 번 비비 는 것도 우리 어머니는 참 어려웠으리라. 어머니는, 하얀 박속같은 스무 살 우리 어머니는 그 앳됨 그대로를 지 니고 사진틀 속에서 당신보다 더 늙어가는 아들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계신다. 풋콩에서와 같은 비린내 나는 부름이 들릴 듯도 한데…. 그러나 이제는 해송 타는 내음마저도 점점 엷어져 가는 것 같아 나는 참 가슴 이 아프다. 시인이 스무 살 즈음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글이다. 세 살에 어 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을 것이다. 시인은 할 머니를 통하여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나는 내가 60 중반에 어머니를 여의고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 것 같아 걱 정이 된다. 내 마음 속에 어머니의 얼굴과 모습이 희미해져간다. 어 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물며 시인은 기억조차 할 수 없 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5분만이라도, 아니 단 한 번만이라도 어머니를 볼 수만 있다면, 하지만 스무 살에 가신 어 머니는 오시지 않았다. 어머니를 닮은 아들도 하늘나라에 서둘러 가 셨다. 이 땅에서 누리지 못한 모자간의 사랑을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누리고 있을 것이다.
/김영진 시인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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