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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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았다. 산과 들을 누비고 다 녔다. 산에는 어떤 나무들이 살아가고 무슨 새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지, 들판에는 무슨 풀과 곡식들이 자라는지, 흙물을 먹고 자란 꽃들 이 왜 이다지 고운 색깔의 꽃들로 피어나는지 참 궁금한 것들이 많았 다. 다행히 초등학교 시절에 형님이 대학엘 다니셨다. 그래서 집에 책 이 많았다. 형님이 안 계실 때 몰래 들어가 내가 읽을 만한 책들을 꺼 내어 읽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학교가 파한 방과 후에는 소를 끌고 신작로에 나와 풀을 먹이는데 책 한 권은 꼭 들고 나와 읽었다.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동네 사 람들이 ‘서당 방 아이’라는 별칭을 붙여 부르기도 하였다. 어릴 적 책 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저자가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썼구나. 이 책 에서 말하고자하는 의도는 이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나에게는 누님이 셋이나 있다. 그래서 집에는 김소월의 시 집과 릴케와 하이네의 시집 등 문학에 관계되는 책들이 있었다. 좋 은 시들을 마음에 두고 달달달 외우고 다녔다. 그리고 매형이 누나 와 결혼하기 위하여 큰누나에게 사준 《한국문학전집》과 《한국전후 문학전집》이 있었다. 그 때가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1960년대 후반쯤 이었는데 여름방학에 《현대한국문학전집》 30권에 실려 있는 시, 수 필, 소설, 희곡, 평론까지 두루두루 섭렵하였다. 1950년대 전후 한국 전쟁 이야기가 실려 있는 《한국전후문학전집》을 통하여 6.25전쟁의 아픔과 실상들을 뒤늦게나마 소상히 알게 되었다. 그 연유로 일찍이 공산주의에 대한 염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감수성이 예민했던 고 등학교 시절에 만난 김동리, 장용학, 오상원, 손창섭, 선우휘, 이호철, 하근찬과 최정희, 손소희 강신재, 한무숙, 한말숙님의 사상과 작품들 을 잊지 못한다. 이후 김형석 교수님의 《고독이라는 병》과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통하여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참다운 삶인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박 종홍 교수의 《지성과 모색》, 안병욱 교수의 《현대사상》, 김태길 교수 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인생의 폭을 넓혀갔다. 점차 독서의 맛 을 알게 되자 읽은 만한 책이 없었다. 책이 귀하던 때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친구 누나가 서울에서 여자대학교 국문과에 다닌다는 것 을 알고 주말에 일부러 친구 집에 놀러 갔었다. 예상했던 대로 내가 찾는 책들이 많이 있어 빌려다 보았다. 밤을 새워 읽는 날도 있었다. 가난하였던 마음이 가득 차오르고 뿌듯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들과 연관되는 작품들을 섭렵하였는데 이광수의 소설 《사랑》, 《무정》, 《유정》 등이 생각난다. 심훈의 《상록수》와 김동인의 《배따 라기>, 《감자>는 머리 속 에 환히 그려진다. 이어 소설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황순원 의 《소나기》, 시에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외국 작품으로는 청순 한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난다. 밤하늘 의 초롱초롱한 별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지켜주었다는 이야기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었는데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들》, 《악령》은 재미있게 읽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시작하 여 《부활》, 《안나 카레리나》, 《참회록》을 읽었다. 내가 1990년대 중반 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가서야 알았다. 러시아는 북반구에 위치 하고 있어 낮이 짧고 밤이 길어 밤 문화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백야가 있는 기나긴 밤에 읽을 소설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대 문호 가 탄생하고 영혼을 흔드는 걸작품이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 뒤 루소의 《에밀》과 《참회록》이며 파스칼의 《팡세>, 알베르트 슈 바이처의 《나의 생애와 사상》에 이르기까지 읽었다. 인간은 영원한 가치와 목표를 위해 불굴의 투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간디의 자 서전》과 개성이 강한 철학자 니체의 《짜라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까지 그리고 칸트와 헤겔, 쇼펜하우어를 만났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 라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토인비의 《역사연구》가 생각이 난 다. 국내 도서 가운데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가 인상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문예지도 《현대문학》 창간호부터 시작하여 읽기 시작하였고 《시 학》, 《문학사상》, 《시안》, 《월간문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혼자 조용한 방에 앉아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웃고, 울고 가슴 벅차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밥 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힘이 났다. 마음까지 든든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돈을 벌면 수입의 10%는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서 봉급날에는 월급으로 10%에 해당하는 책을 구입 하였다. 책이 7~8권이 되었는데 나는 새 책을 구입하면 읽은 책은 책 장에 옮겨 정리하고 읽지 아니한 책은 책상 위에 쌓아 두었다. 책을 빨리 읽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권을 읽는다. 그러니까 책상위에 책 이 쌓여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서 구입비를 3~5%로 줄였다. 그렇 게 하여야만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퇴임 이후에는 그것도 1%로 줄 여 책을 사고 책을 읽는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 수필집을 많이 읽었다. 작가들의 소소한 삶 을 엿보는 데는 수필이 제격이다. 한 시간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10분 휴식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난로가에 앉아 한 때 정치와 주식에 관 한 이야기들이 오갈 때 나는 자리에 앉아 수필 한 편씩을 읽는다든지 아니면 시 한편을 감상하였다. 쉼이 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이었 다. 필요하면 읽었던 시나 수필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잠깐 생각해보 는 시간으로 운영하여 학생들에게 호기심이나 흥미를 갖게 하여 효 율적인 수업이 되었다. 법정 스님께서는 산중 오두막 생활 중에서 가장 행복한 때를 들라 면 읽고 싶은 책을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읽고 있을 때, 즉 독서삼매 에 몰입하고 있을 때라고 말씀하신 일이 있다. 스님의 《내가 사랑했 던 책들》에서 소개한 50권의 책을 보면 《월든》, 《오래된 미래》와 같이 때 묻지 아니한 자연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때 법정 스님 의 무소유가 독서계에 바람을 일으키었다. 그의 책이 나오는 대로 사 서 읽기 시작하여 종교계의 김수환 추기경님의 자서전인 《너희와 모 든 이를 위하여》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읽었다. 이어 한 경직 목사님의 《기독교란 무엇인가》로부터 강준민목사님의 영성에 관 한 책들에 심취되기도 했었다. 이에 한국의 지성, 이어령교수의 책들 에 빠지기도 했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성경》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꼭 읽어야할 책이다. 인간 삶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고, 우리가 살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전읽기를 추 천한다. 대학원에서 한시를 공부하기 위해서 10여년 남짓 중국고전을 읽은 일이 있다. 《사서삼경》에서부터 《소학》, 《명심보감》, 《통감》, 《고 문진보》에 이르기까지 공부를 하였는데 돌아보니 나의 인성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가 있다. 이 고비 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 답을 찾고자하여도 찾을 수가 없을 때가 있 다. 그러한 경우를 만나면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다. 내가 책속에서 만난 주인공들은 고비를 어떻게 넘겼을까 가 만히 생각을 하면 답이 나온다. 그래서 책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나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위하여, 외롭 고 쓸쓸한 시간을 위하여, 병들고 지쳐 쓰러져갈 때 조용히 책을 펴 자. 샘솟는 기운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김영진 시인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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