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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자주정신, 오늘의 전주에 닿다”

‘후백제의 날’ 제정 향한 첫걸음… 역사와 정체성 되살리는 시민 대토론회 성료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03일
전주가 품은 천년왕국 후백제. 그 이름이 시민과 학자들의 손으로 다시 깨어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전주 덕진노인복지관에서 열린 ‘후백제의 날 제정 시민 대토론회’는 지역 역사에 대한 집단 기억을 되살리고,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기 위한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이었다.
이번 행사는 후백제선양회가 주최하고, 전라매일신문과 전주시, 전주문화유산연구원, 전주견씨대종회가 후원했으며, 학계와 시민이 함께 후백제의 역사적 위상을 논의하고 기념일 제정의 방향을 모색하는 장으로 꾸려졌다. /편집자 주

“후백제는 전주의 정신적 뿌리”
시민·전문가 제안 쏟아져…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날은 ‘5월 5일 단오제’
행사는 강회경 후백제선양회 회장의 인사로 문을 열었다. 강 회장은 “후백제는 민중이 세운 자주국가였고, 우리는 그 정신을 오늘의 전주에서 다시 되새겨야 한다”며 “오늘 논의가 후백제를 단순한 기념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로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일 전라매일신문 대표이사는 축사에서 “후백제는 더 이상 주변부의 역사로 머물러선 안 된다”며 “자주정신의 상징인 후백제를 기리는 날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에 제정하자”고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견훤대왕이 신라와 고려의 중앙권력에 맞서 자주 독립국을 세운 정신은 임시정부의 건국 이념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에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전북도의회 국주영은 의원도 “견훤은 반역자가 아닌 자주적 지도자였다”며 “도의회 차원에서도 후백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념일 후보로는 4월 11일, 7월 중 특정일, 그리고 단오제와 연계한 5월 5일이 제안됐는데, 이 가운데 단오절과 연결되는 5월 5일을 기념일로 삼자는 의견이 가장 많이 제시되며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오랜 전통 명절이자 계절의 전환기를 상징하는 단오에 후백제 정신을 담자는 제안은 역사성과 상징성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잊힌 왕국에서 살아 있는 유산으로”
후백제의 당위성과 기념일 기준, 학술적 논거 제시
이날 학술발표를 맡은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기록상 후백제 건국일이나 수도 이전일이 명확하지 않지만, 기념일은 반드시 역사성과 시민 공감대를 함께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념일은 단순한 날짜가 아닌, 시대정신을 담은 상징이어야 한다”며 “후백제의 독립성과 지역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날로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패자의 역사’로 폄하돼 온 후백제를, ‘자주와 독립’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자는 흐름이 시민들 사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단순한 기념일 제정을 넘어, 역사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공론의 장이었다.

“전주의 역사, 우리가 바로 세운다”
기념일 제정은 시작…문화·관광·교육 연계 전략 마련 필요
후백제는 900년 견훤이 창건해 936년 멸망하 기까지 전주를 중심으로 자주적 정권을 유지한 고대 국가였다. 그러나 고려 중심의 역사 인식에 가려, 오랫동안 부정적 이미지로 왜곡돼왔다.
이번 시민 대토론회는 그런 왜곡의 벽을 넘고자 하는 시도였다. 강회경 회장은 인터뷰에서 “후백제는 지역의 뿌리이며 정체성이다.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시민 의식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학술사업, 교육 프로그램, 축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백제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후백제를 테마로 한 역사문화 콘텐츠나 관광 자원, 교육 커리큘럼 개발 등은 전주의 도시 브랜드 강화와도 직결된다. 기념일 제정은 그 첫 단추에 불과하다. 앞으로 제정될 ‘후백제의 날’은 단지 날짜 하나가 아니라, 전주가 잊지 말아야 할 정체성과 자주 정신을 기리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데 뜻을 함께한 시민들의 의지가 하나로 모이고 있다.

강회경 후백제선양회 회장 인터뷰

지난 7월 31일 전주 덕진노인복지관에서 열린 ‘후백제의 날 제정 시민 대토론회’는 역사적 정통성과 상징성 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강회경 후백제선양회 회장을 만나 ‘후백제의 날’ 제정 필요성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후백제의 날 제정의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후백제는 신라 말 혼란을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역사 속에서 잊혀졌죠. 후백제의 날을 제정하는 것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전주의 역사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며, 후손들에게 지역의 뿌리를 알려주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Q2. 오늘 토론회에서 제안된 날짜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확정되며, 실제 제정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A. 오늘 학계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제안한 날짜들에 대해서는 향후 선양회 내부 논의와 자문위원회 검토, 그리고 전주시와 전북자치도와의 협의를 거치게 됩니다. 제정까지는 각 기관 협의 등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빠르면 올해 하반기쯤에는 공식 기념일로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Q3. 후백제를 전주 지역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해 계승해 나갈 계획이신지요?
A. 전주는 후백제의 도읍이자 마지막 왕도입니다. 그 정체성을 기반으로 문화행사, 학술사업, 교육프로그램 등을 연계해 시민 일상 속에서 후백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할 것입니다. 후백제를 테마로 한 축제나 관광콘텐츠도 개발해 역사도시 전주의 위상도 함께 높이겠습니다.

Q4. 시민 참여가 중요한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내실 계획인가요?
A. 오늘처럼 공개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청소년·시민 대상의 후백제 역사 교육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또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념일 제정 및 후속 사업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Q4. 끝으로 전주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후백제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정신이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산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후백제의 가치를 함께 되새기고, 기념일 제정에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조법종 우석대학교 교수 인터뷰
지난 7월 31일 전주에서 열린 ‘후백제의 날 제정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법종 교수는 고대사 연구자로서 후백제의 역사적 정당성과 기념일 제정의 학술적 기준을 제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조 교수에게 후백제 기념일 제정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1. 후백제의 날 제정 논의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A. 후백제는 신라의 붕괴 이후 새로운 질서를 꿈꾸며 등장한 자주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고려 중심의 역사관에 가려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지요. 이번 논의는 후백제를 독립된 주체로 재평가하고, 지역사로서가 아닌 한국사의 한 축으로 다시 세우는 의미 있는 출발입니다.

Q2. 후백제의 기념일을 제정할 때 학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A. 역사적 사실성과 지역적 상징성, 그리고 시민 공감대,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특히 문헌이 부족한 후백제의 경우, 특정 날짜의 역사적 확정이 어렵기 때문에, 상징성과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날을 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3. 5월 5일 단오제를 기념일로 삼자는 시민 제안이 많았는데, 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요?
A. 단오절은 오랜 민속 명절이자,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견훤의 후백제가 민중 기반의 자주 정권이었다는 점에서, 그런 상징성과 잘 어울립니다. 후백제를 생활문화와 접목하는 의미에서도 단오제는 매우 설득력 있는 선택입니다.

Q4. 기념일 제정 이후 후속적으로 필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제정 자체가 끝이 아닙니다. 후백제를 소재로 한 역사교육, 지역 축제, 콘텐츠 산업 등으로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후백제를 통해 지역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적 재해석과 시민 참여 기반이 지속돼야 합니다.

Q4. 전주와 전북 지역사회에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당부가 있다면요?
A. 지역의 역사는 중앙이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살아나는 겁니다. 후백제는 전주의 뿌리이자, 미래의 자산입니다. 이 역사적 논의가 제도화로 이어지고, 지역의 정체성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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