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된 스캔들의 명암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9월 01일
엊그제 미국 신문 뉴욕타임즈 여론난에 흥미로운 기고가 하나 있♘다. 얼마전 록 밴드 ‘콜드플레이’ 공연장의 대형 전광판에 부부가 아닌 벤처기업 대표와 임원이 껴안고 있는 장면이 노출되어 결국 기업대표가 사임하게 되는 해프닝이 있♘다. 전광판에 본인들이 노출 되자 얼굴을 가리거나 피하는 두사람의 모습에 대해 기고자는 당사자들이 창피한 줄 아는 것이 요즘같은 세상에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온갖 성추문에다 유죄판결까지 받았 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에, 그런 일로 부끄러워 도망치는 사람이 있 다는 건 염치의 부활을 보는 것 같아서 축하하고 싶다고 했다. ‘콜드플레이’ 공연장 전광판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데, 생각 해보니 상당히 공감이 가는 측면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도 있다. 스캔들이 노출되어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을 볼 때 화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있을 수 있는 인간적 상황에 동정심이 들기도 하고, 남이 재미보다가 들켰으니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시대에 죽은 줄 알았던 염치가 되살아나서 기쁘다고 말하는 것은 개인적 감 정을 넘어 요즘 세태와 사회 현상에 대한 준열한 비판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한 장관후보자가 갑질 논란에 휩싸여 사퇴했다. 뉴욕타임즈 여론난 기 고자같으면 그 장관후보자가 염치를 아는 사람이라고 칭찬했을 것 같다. 실제로 이 기고자는 원래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데 양심에 눈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들과 창피함을 모르는 미국 정부 인사들 몇 사람의 이름을 실명 거론하기도 했다. 정치에서는 늘 기준이 모호하다. 어떤 경우에는 말도 안되는 문제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 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별 것 아닌 문제로 낙마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 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정치에는 정답이 없다. 정치에서는 도덕적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때로는 법의 적용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정치는 낯이 두꺼워야 할 수 있다. 낯이 두꺼운 사람이 정치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정치를 하려면 개인적 약점이나 사생활이 노출되기 마련인데 이를 감당해야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는 뜻이다. 본인의 잘못이 없어도 경쟁자가 왜곡된 프레임을 씌워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고, 이해관계 자나 언론이 악의적으로 해코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들을 당하기 싫으면 정치를 하 지 말아야 한다. 원래 정치가 염치 차리는 사람이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정치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 적나라해서 시대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옛날보다 사람 들의 윤리의식이 부족해진 것일까. 사람들의 유전자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니, 그건 아닐 것이고, 비윤리적인 일들이 옛날보다 더 잘 노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출의 시대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들이 정치에서도 성공할 수밖에 없다. 염치가 부활해서 기쁘다는 뉴욕타임즈 여론난 기고자가 틀렸다. 염치는 죽었다. 내숭떠는 사람보다는 발가벗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 되었다. 전광판 스캔들 에 휘말린 벤처기업 대표는 너무 난감해 할 것 없다. 유명세에 투자자들이 몰려 스톡옵션으로 뜻하지 않게 돈을 벌게 될 지 모른다. 최근 낙마한 장관후보자도 너무 억울해 할 것 없다. 악명이든 좋은 평판이든 유명세를 타게 되♘으니 정치인으로서 얻은 것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제자와 공저한 논문의 자기표절 시비와 자녀 조기유학으로 낙마한 또 한 사람의 장관후보자는 좀 억울할 것 같다. 정치가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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