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주는 행복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9월 10일
이택규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5월 어느날, 사진 전문가 선배님과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또 한 분의 선배님을 따라 공주 곰나루 솔밭으로 첫 출사를 다녀왔다. 그날은 내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남긴 날이었다. 사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큰 관심도 없었던 내가,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내 손에 들린 것은 구입한지 15년이 넘은 오래된 카메라였다. 버튼이 제 기능을 다 하는지도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전문가 선배님의 장비는 달랐다. 등산 가방과 보조 가방에 가득 차도록 준비된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각종 필터와 장비들은 마치 작은 스튜디오를 옮겨 놓은 듯 했다. ‘사진 한 장 찍는 데 왜 이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할까?’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조금씩 깨달아 갔다. 솔밭에서의 기다림은 길었다. 전문가 선배님은 바람이 멎고 빛이 나뭇결에 스며드는 순간을 묵묵히 기다렸다. 나 같으면 성급히 셔터를 눌렀을 장면을, 그는 몇 분이고, 때로는 몇십 분이고 바라보다가 “지금이다”라는 순간에만 셔터를 눌렀다.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이렇게 많은 집중과 기다림, 그리고 자연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활시위처럼 구부러져 올라오는 솔씨 새싹이었다. 겨울의 찬바람을 견디며 매달려 있던 솔방울이 봄바람에 떨어지고, 그 곁에 내려앉은 작은 씨앗이 봄비의 촉촉함을 가득 품고 땅을 뚫고 나와 연초록의 싹을 틔우는 장면. 내 낡은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던 그 생명의 찬란함이 전문가의 렌즈를 통해 놀라운 자태로 되살아났다. 그 순간 나는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발견의 예술’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문득, 오래전 음악을 사랑하는 선배님께 들었던 말씀이 떠올랐다.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면 좋은 스피커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음악과 사진은 닮아 있었다. 작은 스피커로는 감히 담아낼 수 없는 선율이 있듯, 아무 카메라로는 표현되지 않는 빛과 생명이 있다. 물론 장비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는 좋은 도구와 더불어 깊은 감각이 필요하다. 사진 전문가 선배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좋은 사진은 단순히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찍는 거야.”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사진이 단순히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담아내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새삼 깨달았다. 음악과 사진,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선사하는 삶의 울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음악은 귀를 통해 마음을 울리고, 사진은 눈을 통해 마음을 연다.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인간을 더 깊이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점에서 둘은 닮아있다. 사진을 배우려는 내 마음과 내 카메라는 아직 많이 서툴지만, 나는 이미 알게 되었다. 사진 한 장이 주는 행복은 그 사진을 찍는 셔터 소리와 그 순간을 기다리고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나는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그 행복을 나누고 싶다. 때로는 서랍 한편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오래된 카메라 그리고 우리 마음속의 카메라로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음악이 그렇듯, 사진도 우리의 삶을 더 빛나게 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작은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젠가 다시 곰나루 솔밭에 서서, 솔씨가 자라난 새싹을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을. 그날 선배님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 그리고 함께했던 장면들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가장 소중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이것이 바로 사진이 주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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