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9-10 16:38:3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뉴스 > 칼럼

사진이 주는 행복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10일
이택규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5월 어느날, 사진 전문가 선배님과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또 한 분의 선배님을 따라 공주 곰나루 솔밭으로 첫 출사를 다녀왔다. 그날은 내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남긴 날이었다. 사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큰 관심도 없었던 내가,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내 손에 들린 것은 구입한지 15년이 넘은 오래된 카메라였다. 버튼이 제 기능을 다 하는지도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전문가 선배님의 장비는 달랐다. 등산 가방과 보조 가방에 가득 차도록 준비된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각종 필터와 장비들은 마치 작은 스튜디오를 옮겨 놓은 듯 했다. ‘사진 한 장 찍는 데 왜 이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할까?’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조금씩 깨달아 갔다.
솔밭에서의 기다림은 길었다. 전문가 선배님은 바람이 멎고 빛이 나뭇결에 스며드는 순간을 묵묵히 기다렸다. 나 같으면 성급히 셔터를 눌렀을 장면을, 그는 몇 분이고, 때로는 몇십 분이고 바라보다가 “지금이다”라는 순간에만 셔터를 눌렀다.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이렇게 많은 집중과 기다림, 그리고 자연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활시위처럼 구부러져 올라오는 솔씨 새싹이었다. 겨울의 찬바람을 견디며 매달려 있던 솔방울이 봄바람에 떨어지고, 그 곁에 내려앉은 작은 씨앗이 봄비의 촉촉함을 가득 품고 땅을 뚫고 나와 연초록의 싹을 틔우는 장면. 내 낡은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던 그 생명의 찬란함이 전문가의 렌즈를 통해 놀라운 자태로 되살아났다. 그 순간 나는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발견의 예술’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문득, 오래전 음악을 사랑하는 선배님께 들었던 말씀이 떠올랐다.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면 좋은 스피커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음악과 사진은 닮아 있었다. 작은 스피커로는 감히 담아낼 수 없는 선율이 있듯, 아무 카메라로는 표현되지 않는 빛과 생명이 있다. 물론 장비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는 좋은 도구와 더불어 깊은 감각이 필요하다.
사진 전문가 선배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좋은 사진은 단순히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찍는 거야.”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사진이 단순히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담아내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새삼 깨달았다. 음악과 사진,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선사하는 삶의 울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음악은 귀를 통해 마음을 울리고, 사진은 눈을 통해 마음을 연다.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인간을 더 깊이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점에서 둘은 닮아있다.
사진을 배우려는 내 마음과 내 카메라는 아직 많이 서툴지만, 나는 이미 알게 되었다. 사진 한 장이 주는 행복은 그 사진을 찍는 셔터 소리와 그 순간을 기다리고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나는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그 행복을 나누고 싶다. 때로는 서랍 한편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오래된 카메라 그리고 우리 마음속의 카메라로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음악이 그렇듯, 사진도 우리의 삶을 더 빛나게 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작은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젠가 다시 곰나루 솔밭에 서서, 솔씨가 자라난 새싹을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을. 그날 선배님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 그리고 함께했던 장면들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가장 소중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이것이 바로 사진이 주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10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차별없는 손길, 우리 모두를 위한 `김제시 행복 동행`  
송미숙 군산시의원 “현장의 목소리 담아, 군산의 미래를 설계하다”  
고창군, 지역경제 살리는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사업’ 확대  
정읍 시민소통실, 민원 해결 창구 넘어 행정 신뢰 높인다  
활력 넘치는 익산시, 더 크고 강해진다  
김제 국가유산 야행, 조선의 밤으로 떠나는 3일간의 여행  
인공지능으로 지역·사회를 바꾸는 기업, ‘미라클에이지아이’의 도전  
“체육회장에서 당원주권정당의 길로”  
포토뉴스
9월 독자권익위... 전라매일신문 AI시대 지역언론 나아갈 방향 제시
전라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 8일 본사 회의실에서 9월 월례회의를 열고, 본지 발전 방안, 보도 편집, AI 교육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제1기 홍보 서포터즈 출범
오는 9월 26일 개막을 앞둔 제15회 2025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온라인 홍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한지, 전통과 현대를 잇다”
전주 청목미술관이 한지의 조형성과 은유적 의미를 탐구하는 전시로 가을 문턱을 연다. 박금숙 작가는 오는 9월 9일부터 14일까지 제1전시관에서 
“황도 전주한옥마을 빛나리라”
2036년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는 휘호대회가 지난 9월 6일 토요일 전주향교 대성전 앞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번 행사는 유학자 천해  
제64회 전라예술제, 전주서 개막
전북의 대표 예술축제인 제64회 전라예술제가 오는 9월 5일부터 9일까지 전주와 완주 일원에서 열린다. 한국예총 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회장 최무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편집·발행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